감히.. 혼란이 어느 정도 가시고 나니 이 말만 입속에 줄곧 서있다. 감히. - P40
광장에서 아무도 국가 폭력으로 다치지 않아 기쁘다는 말을 듣고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상황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에 뻔한 가능성으로 존재했던 그 시간 자체가, 그런 시간이 있는 현실 그 자체가 두렵고 아프다. - P41
나도 겪곤 하니까. 그 무서운 일을 내게 너무나 중요한 그것이 당신에겐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목격하는 일, 사람의 무언가를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그 일을 - P43
내가 세상에 뭘 내주었다고 실망씩이나, 내가 그에게 뭘 해주었다고 실망씩이나 해. 내 입에 오르면 세상 치사한 말이 되는 것 같다. 마치 전혀 연루되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 말을 할 때. - P109
가능성만을 바랄 수 있을 뿐인 세계는 얼마나 울적한가. 희망을 가지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기가 너무나 어려운 세계, 그 어려움이 기본인 세계는 얼마나 낡아빠진 세계인가. 너무 낡아서, 자기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세계. 다만 이어질 뿐인. - P171
지난 겨울과 봄은 나름으로 삶을 가꾸며 살아도 권한을 가진 몇 사람이 작정한다면 도리 없이 휩쓸리고 뒤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은 존재, 내가 그것이라는 걸 실감한 국면이자 계절이었습니다.
다른 날 다른 때 우리가 또 서로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라며.
6월 담양에서, 정은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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