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십 년 전 이 망가진 행성에 태어났을 때처럼 내 머리를 텅 비우려 애쓰는 중인 것 같다.이것이야말로 대부분의 백인 미국인과 백인 미국인을 흉내내는 비백인 미국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이 내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들은 어쨌거나 아귀가 잘 맞지 않고, 쓸모없거나 추할 때도 있으며, 서로 균형이 맞지 않고, 내 머리 밖의 실제 삶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내 머릿속에는 문화도 인간적 조화도 없다. 나는 문화 없이는 더이상 살아갈 수가 없다. - P-1
교사들은 인간이 이 대륙을 발견한 것은 바로 이때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사실 1492년에는 이미 수백만 명의 인간들이 그 대륙에서 충만하고 창의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1492년은 해적들이 그들을 속이고 약탈하고 죽이기 시작한 해일 뿐이었다. - P29
나는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가느다란 틈이나 그림자를 보는 방식까지도 놀랍도록 알고 있던 세계다. 감정이 불안정해질 정도로... 한꺼번에 끝까지는 할 수 없다고 느껴져 시간을 두고 조금씩 열어보기로 한다.
마치 오웰이 세상을 떠난 뒤로 반세기도 넘게 지난 지금 그의 사적인 삶으로 통하는 하나의 문이 열리고, 그 문 안쪽에서 살아갔던 여자와 그곳에서 글을 썼던 남자가 전혀 다른 빛 아래 드러난 것만 같다. - P-1
하지만 오웰의 작품들은 내게 소중하다. 나는 그의 작품들을, 혹은 그를 어떤 식으로든 끌어내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이야기로 인해 그가 ‘취소‘될 위험에 처할까봐 걱정스러웠다. 물론 아일린은 이미 가부장제에 의해 취소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 P-1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꿈을 잃어버리면 인생은 거기서 끝이에요. 꿈을 먹으며 살 수 있는 동안에는 끈질기게 살아갈 거예요. - P-1
그러나 너무나 당연한 얘기여서, 또는 그 쾌락이 갖고 있는 공과功過에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나는 그 사실을 잘 잊어버린다. 나는 증여에 의해 누군가에게 부담과 권력이 생기는 것이 싫다. - P-1
이들이 대범하게 "그야 내가 청킹맨션의 보스이니까"라는 식으로 표명하며 많은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내도 불쾌하지 않고 오만함도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 이들이 ‘보스가 되는 것‘도, ‘사랑받는 것‘도 목표로 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장사꾼이고, 공식적으로 표명한 목표는 어디까지나 ‘돈벌이‘이며 보스가 되려 한다든가 선한 사람이 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좋아할 수 있게 된다. - P-1
나는 늘 그들이 해준 것과 그들로부터 받은 것, 내가그들에게 해주는 것과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을 셈하는장부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겸사겸사‘를 조직하는 지혜를 이해하고 있으나 그게 내 일이 되면 내가 더 베푸는 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거나, 나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도 이에 둔감한 사람들에게 화도 나고, 그러면서 상대방이 신경 쓰지 않도록 "괜찮아. 별거 아니니까"라고 말하며 억지로 참기도 한다. - P-1
이들은 타자가 상인으로서 가진 (교활한) 현명함을 믿음으로써 가볍게 서로 요구를 떠넘긴다. 동료를 만들고 증여를 순환시키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벌이를 동료나 증여를 순환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돈벌이야말로 사회를 만드는 놀이라는 것이다. - P-1
청킹맨션의 보스는 불완전한 인간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타자나 사회에 제멋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자기 입맛에 맞게 타자와 사회에 의의를 부여함으로써 배신당하는 상황을 포함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의 중요성도 알고 있다. 이들의 시스템은 세련되지 않고 적당하며 허술하기에 오히려 멋지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