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지음 / 위고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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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한별님 안목과 번역을 신뢰하게 되어서 번역하시는 책은 구매하는 편이고, 이 책도 그런 신뢰로 읽게 되었다. 일부 동의하기 어렵거나 편향(나도 그렇지만)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약간은 거슬렸지만 글은 매우 좋다. 어차피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타인에게 내 언어를 온전히 전달하거나 도달하게 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지 않을까? 반대의 경우로 확실히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대체로 오해한 채로 살아가듯이... 과거의 번역본들이 번역자의 세계에 갇혀 알고 싶지 않은 좁다란 번역자의 세계를 감당하면서 훼손된 글을 읽을 수밖에 없었고, 나는 의역 혐오주의자에 가까워 멋대로 의역하거나 배설된 글에 배상을 청구할 지경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 상당수의 고전을 다른 번역본으로 구매하게 될 것은 부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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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를 봤을 때 나는 친구와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비록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지만, 땀을 흘리며 대문을 열고 들어온 그의 얼굴과 가슴은 온통 분홍빛으로 달아올라 있었고 머리는 축축했다. 그는 매너 있게 멈춰 서서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붉은색 페인트를 덧바른 콘크리트 위에 쭈그리고 앉았다가, 나무 벤치 가장자리에 앉았다가 하면서 말이다.

이야기의 끝은 항상 수도 없이 존재해왔으나 하나같이 이야기를 끝내기는커녕 그 어떤 이야기로도 엮이지 않은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냈기 때문에, 이야기를 끝내려면 나에게는 어떤 의식의 행위가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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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물
모두가 즐거이 누리는 가정, 순조롭게 기능하는 가정을 짓는 일은 수완과 시간과 헌신과 공감 능력을 요한다. 다른 이들의 안녕을 건설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넉넉한 인심에서 비롯하는 행위다.

파탄한 건 가정이 아니라 가부장제가 지어낸 이야기다. 그렇대도 그 이야기의 테두리 안에서 자라는 아이 대다수는, 다른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대안이 될 이야기를 써 나가느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 노란빛 나날
큰애가 어디 간 거지? 그러고야 아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기억했고, 우리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향해 각기 나아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자유를 쟁취하고자 분투한 사람치고 
그에 수반하는 비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라벨리 : 우리처럼 모방을 못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부족한 거죠. 우리 방식 외에는, 그 바깥 것은 보질 못하잖습니까. 우리 모두 고약하고 좀스런 내셔널리스트예요. 그에 비해 외국인은, 이방인은, 자기를 위조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자신을 받아 준 사회의 문화를 모방해야만 하죠. 우린 말로는 독창성과 오리지널리티를 높이 평가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서로가 서로를 닮고 싶어 하죠. 심지어 서로의 차이조차 고만고만한 차이이길 바라고요. 내 말 알아듣겠어요, 베넷?

나는 긴장해 손이 조금씩 떨리는 사람들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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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
삶은 허물리고 무너진다. 
우리는 와해되는 삶을 지키려 
뭐든 손 닿는 대로 부여잡는다. 
그러다 깨닫는다. 
그 삶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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