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줘서 고마워" 하자 아빠는 "풀리지 않는 실타래는 없어"라고 했다. 괴로워도 아주 망가지진 않겠다고 나는 다짐했다. - P31
단 한사람의 희생. 선의와 책임 의식, 혹은 부채 의식과 정의감, 아니면 연민과 내가 더러워서, 라고 말하면서도 내치지 못하고 외면하지 못하는 정에 이끌리는 유약함을 지닌 단 한 사람, 남에게 용감하고 자신에게 비겁한 사람. 그래도 되는사람. - P156
... 나쁜 의도를 숨기고 접근한 내 죄를 자백하는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그 비밀에 대한 죄책감까지 덜고 나의 짐을 떠넘기려 하고있다는 것을. ... 이미 들켰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 퍼포먼스를 감행해버린 것까지도.... 스스로를 그렇게 부추겨야만 속일 수 있으니까 ... 자신조차 속여버리려는 ... - P159
Absolu_ 절대소설은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에 손을 대는 것인만큼, 형이상학적인 말들(절대, 본질, 존재 등)은 소설에 인용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는 그런 말들을 구어로 통속화해서 쓰지 않아야 한다. ‘절대적으로‘라고 해야 할 것을 ‘완전히‘라고 하거나, ‘본질적인‘을 ‘중요한‘이라고 하거나, ‘부조리한‘을 ‘어리석은‘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 P-1
*Beauté (et connaissance) _아름다움(과 인식)브로흐처럼 인식이 소설의 유일한 도덕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과학과의 연관성 때문에 너무 오염된 이 ‘인식‘이라는 말의 금속성 아우라에 배신당한다. 그래서 이렇게 덧붙여야 한다. 소설이 발견하는 실존의 모든 측면, 소설은 그것들을 아름다움으로 발견한다고. 카프카는 비참하게 덫에 걸린 인간의 상황을 그렸다. 지난날, 카프카 전문가들은 카프카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는지 아닌지를 놓고 많은 논쟁을 벌였다. 아니, 희망은 없다. 다른 게 있다. 카프카는 삶이 불가능한 그런 상황조차도, 기이한, 검은 아름다움으로 발견한다. 아름다움, 그것은 더는 희망이 없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최후의 승리다. 예술에서의 아름다움이란,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것이 발하는 돌연한 빛이다. - P-1
Idées _ 사상어떤 작품을 그 사상으로 축소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느끼는 혐오. 소위 ‘사상 논쟁‘이라는 것에 휘말리게 될 때 내가 느끼는 공포. 작품에는 무관심한 채 온통 사상에만 정신이 팔린 시대가 내게 불러일으키는 절망. - P-1
Ironie _ 아이러니소설은 본질적으로 아이러니의 예술이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소설의 ‘진실‘은 숨겨져 있으며, 말해지지도 않았고 말해질 수도 없다는 것. - P-1
Médiocrité _ 평범평범은 처음에는 중도의, 가운데의, 중간의 품성을 가리켰다. 그러다가 의미가 중간 아래의,나쁜 것을 가리키는 쪽으로 이동했다. 이로써 프랑스어는 현 세계의 힘을 이해하는 데 둘도 없이 소중한 개념, 중간성의 개념을 잃어버렸다. - P-1
펜촉만으로 그려진 스케치가 저자의 마음과 산사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 글이나 사진과는 다른 정적과 고요가 느껴진다. 유홍준의 ˝산사 순례˝를 다시 보고 김한민의 ˝그림여행을 귄함˝도 어서 읽어본 다음 펜과 종이를 챙겨 산사에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