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하고 그 기억이 희미해지고, 또 그런 속에서도 몇가지는 체로 거른듯이 잊히지 않아 이렇듯 글로 쓰이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옛날은 내게 지금보다 훨씬 선명하다. ‘선명한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말을 해야지 안 그러면 사람이 ‘시낭고냥‘ 앓게 되는 법이다. 그래서 시작한 이야기다.‘작가의 말‘ 중에서 - P-1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선생 티를 한 번 크게 냈습니다. 글 배워 책 읽었거든 바르게 살라고 했거든요. 왜 그렇게나 배움에 목말랐던가 돌아보면, 조금 더 넓은 세계를 알고 싶었는데 그것이 그러나 지식만은 아니고 어떤 다른 삶에 대한 갈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 P-1
난 너와 같은 무리를 한 번도 미워해본 적이 없노라. 부정을 일삼는 모든 정령 중에서도 너 같은 익살꾼은 내게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인간의 활동이 쉽사리 느슨해지고 언제나 휴식하기를 좋아하니 내 기꺼이 그를 자극하여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그에게 붙여주겠노라.괴테, 「파우스트」 - P-1
나는 책상에 앉아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릴라는 극단적이었다. 릴라는 흔적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무한대로 확장시켰다. 그저 사라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66년이라는 세월을 통째로 지워버리려 하고 있었다. - P20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간다글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나의 안식처로노동을 가장한 휴식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영혼이 자란다 - P-1
모든 소유는 구속이었고, 모든 이해는 포기였으며, 모든 포기는 미소와 생각 안에서 미화되었다. - P-1
처음에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걸었다. 나중에는 그저 발등만 쳐다보고 걸었다. 종국에는 어깨를 움츠리고 쭈뼛쭈뼛 걸었다. 비는 눈에 보이는 모든 나뭇가지들을 흔들며 사방에서 외로운 길손에게 들이쳤다. 비인정이 좀 지나친 것 같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