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예의 바른 여자아이를 만날 때마다 측은하고 불안했던 기억들이 많다. 그렇게까지 해서는 안된다고 마음속으로만 말하곤 했는데, 이런 문장을 만나고는 시야가 잠시 흐려졌다. 섬세하게 포착된 문장들이 고맙게 느껴졌다.˝아, 고마워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천재라는 사실을 알려 줬다고 나한테 선물을 줄 필요는 없어요.˝ _ p91
여성성이, 적어도 내가 가르침을 받은 여성성이 끝을 맞은 것일 수도 있다. 문화적 인성으로서의 여성성은 이제, 적어도 내 경우엔,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남자들이 쓰고 여자들이 연기해 온 이 여성성이 21세기 초입을 여전히 기웃거리는 기진한 유령이라는 점만은 명백했다. 내 배역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중단시키는 데는 어떤 비용이 따르려나? - P77
삶에 미치고 삶에 열광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은 흥미롭고 예리하고 배꼽 잡게 웃겼다. 얘네라면 세계를 구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다른 건 모두 잊었다. - P83
"아, 고마워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천재라는 사실을 알려 줬다고 나한테 선물을 줄 필요는 없어요." - P91
남자는 미처 깨닫지 못한 거다. 여자가 스스로를 조연으로 치부해 가면서까지 남자인 그를 주연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런 점에서 여자인 그는 안정돼 보이던 경계를 뒤흔들고 사회적 위계질서를 와해시키며 통상적인 관습에 등을 돌린 셈이었다. - P9
"알고서는 도무지 살 수가 없는 종류의 앎을 두고 우리는 어찌하는가.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우리는 어찌하는가."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