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극복한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불안과 공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불안을 극복한다는 것은 더 이상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불안은 인간 삶의 필수적인 일부이기 때문이다. 불안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 P-1
역공포 행동은 일종의 과잉 보상이며 과잉 보상은 언제든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역공포 행동이 습관으로 굳은 사람은 갑자기 심한 불안을 경험하곤 하며 때로는 심한 무력감에 휩싸인다. 이럴 때면 과잉 보상도 효과가 없으며 매우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심지어 공포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 P-1
불안에 대한 방어 행동이 이데올로기로 발전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역공포 보상을 추구하는 사람도 자신의 방어 행동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낸다. 이런 사람은 자신이 전혀 두려움을 모르는 정말로 침착한 사람인 것처럼 자신을 이상화하면서 다른 모든 사람은 겁쟁이라고 비난한다. - P-1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을 끊임없이 억누르는 대신에 불안을 마주해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우리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여기는 모든 것은 그렇게 확실하지 않다. 위대함에 대한 환상은 버리고 우리가 위태로운 존재임을 받아들이자. 불안해도 놓을 것은 놓고 삶을 포기하지 말자. 평정심은 운명의 충격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정심은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체념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용기이기도 하다. 이런 희망적인 태도는 최악의 것을 고려하면서도 최선의 해결책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 P-1
사람들에게 죽음은 작은 대기실 같은 것이어서 한 걸음만 앞으로 내디디거나 한 번만 펄쩍 뛰면 방을 가로질러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데 반해, 그에게 죽음은 엄청나게 광활한 공간이라 그곳을 건너가기가 참으로 힘겹기만 했다. 아마도 노인이 너무 쇠약한 탓이리라.그의 곁에는 아내가 앉아 있다. 오랫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그 사이에 바깥은 다시 어둠이 덮인다. 신이 주셨고, 신이 거두어갔어. 마침내 아내의 입에서 이 말이 흘러나온다. - P-1
딸이 이제 조만간 깨닫게 될 사실을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이 죽은 하루가 저문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저녁이 저무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 P-1
‘문학성과 감성과 지성이 결합된 독특한 소설‘이라는 평이 딱 들어맞는다. 작가의 세계관이 투영된 인물도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데 모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처럼 쓰여진 덕분에 모나 정도의 나이만 되어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읽힌다.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전혀 겁내지 않았고, 대화중에 자신의 실수와 오해를 깨달으면 웃음을 터뜨렸다. - P-1
"예술은 불꽃놀이 기술, 아니면 헛바람이야." 그는 작품 전체를 통해서건 하나의 디테일을 통해서건, 한 폭의 그림, 한점의 조각, 한 장의 사진이 존재의 감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좋아했다. - P-1
우리를 사회성 있는 존재, 환대하는 존재로 만들어주는, 즉 인간을 진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세 단계.주는 법을 아는 것과 돌려주는 법을 아는 것, 그 사이에 인간 본성 전체를 떠받치는 요석 같은 중요한 단계는 받을 줄 아는 것.타인의 호의를, 기쁨을 주고자 하는 타인의 욕망을 맞아들이기, 자기가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 자기가 아직 될 수 없는 것을 맞아들이기. - P-1
언제라도 동작에 뛰어들어야 할 코메디아 델라르테가 갑자기 굳어버렸어. 축제에는 늘 끓은 부위가 있단다. 그러니까 축제를 경계할 필요가 있는 거야. 특히 축제가 습관화되고 하나의 사회적 의무가 될 때는 더더욱. 바토는 우리에게 말해주지. 희극, 게임, 분방함과 장난질은 우울한 쓴맛을 남긴다고. 결국 신체는 그런 것들로 기진맥진하기 마련이고, 행복해야 한다는 명령이야말로 견딜 수 없는 것이니까. - P-1
여자의 말은 숭고했다. 아름답기까지 했다. 여자의 말이 진심으로 들려서 더 무서웠다. - P-1
그때 느낀 부끄러움이 얼굴에, 손바닥에, 눈동자에 쩍 들러붙어 반지영은 그 밖에 다른 일은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었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