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E. 딕슨 / 리처드 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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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다운 헛소리의 향연이 재미있기는 하네요..
이렇게 저급하게 잘 쓸 수 있다니... 표준어로 정중하게 말하기만 한다면 정중하게 수용하는 관능적인 대중이 있어 언제 어디서나 유효한 언어 아닌가 싶어요. 이러다 탭댄스로 대서양 횡단도 할 듯...만물의 영장이라니 하는 자기 PR은 그러니 개 풀뜯어먹는 소리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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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동료의 주소를 알고 있기는 하지만 
플로렌스는 상대방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속절없이 나이만 먹은 것을 
받아들이기 싫어하리라 생각하며 
연락하지 않고 있었다. - P29

눈에 띄게 키가 큰 마일로 노스는 별다른 
노력 없이 그저 순탄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가 상대방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단순히 
성가신 일을 피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부류의 남자에게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띠는지 궁금했다.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이 
모든 감정이 메말라버린 남자. 
마일로는 상대방 기분에 맞추어 말하고 
상대방에게 홍미를 느끼는 듯 행동하는 것 만으로도 세상을 쉽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터득한 사람이었다.

플로렌스는 마일로에게도
스스로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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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총을 든 채 심장엔 살의를 품고 
남의 땅을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웨스트뱅크 정착민이 하는 소리처럼
들리기 일쑤니까. 
그 소리 배후엔 
절로 몸을 옹송그리게 하는 
폭력배가 도사리고 있다.
이스라엘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몇 년에 걸쳐 예호슈아의 소설에 
감응해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 P131

곧 글쓰기는 내 인생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뭐랄까, 글을 쓰려고 앉으면, 
무수한 불안과 초조에 안달복달하는 ‘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느낌이었다. 
책상에 앉아 종이 한 장을 앞에 놓고
손가락을 키보드에 올려둔 채 
생각을 정리하려 애쓰는데 골몰할 때면 
안전하고 단단히 중심이 잡혀 있으며
아무것도 나를 
건드릴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흥분되면서도 평화로웠고, 
산만해지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도 않았으며, 
내게 없는 것들에 굶주려 
허덕일 일도 없었다. 
내가 그 방 안에 나와 함께 있었다. 
뭐가 됐건 내 삶의 다른 것들은-사랑도, 
부나 명예의 약속도 심지어 건강조차-
글쓰기가 내게 준 것, 
나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 
내가 나 자신에게 
생생한 현실로 존재한다는
그 느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P152

얼핏 보면 부부가
결혼생활에서 겪게 되는 성격 차이를 
빨랫감 목록처럼
재미있게 열거한 듯 보이지만, 
핵심을 잘 들여다보면
대충 상황에 맞춰 내린 결정들에 
제멋대로 휘둘리는 우리네 인생사를 
현실로 살아낸다는 게 
진정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작가가 필력을 쏟아부어 그려낸 
걸작이 보인다. - P158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자아의 형태를 일그러뜨리고, 
말도 안 되는 별별 타협을 합리화하고,
쾌락과 고통이 뒤섞인 일평생을 
견뎌내게 만드는 이 강박적 욕구,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강박적 욕구란 
얼마나 기이한가. 
이 이중 족쇄를 적나라하게 실감하노라면
독자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 P159

나는 살아오면서 
그 피에 굶주린 일념에서 분리되어
이론과 실천의 괴리로 인해 
고통과 혼란으로 얼룩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음에, 
그런 삶을 허락받았음에 감사한다. 
그런 삶을 살았기에 어쩔 수 없이 
이데올로기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예외적 인간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풀이 죽을지언정 완전히 꺾이지는 않는 
재생성 영혼을 계속 장착하고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내 인생에 그렇게 심한 대참사가 
닥치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그러나 빌리와 톰의 영혼은 
전쟁으로 완전히 망가져 버렸고, 
심하게 병들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 P195

이제야 떠오른 생각이지만, 
레싱이 세계의 사정을
조금쯤 봐줄 수 있었더라면, 
사건에서 한발 물러나 
조금은 희극적인 분통을 터뜨리거나 
따뜻한 속앓이를 할 수있었더라면, 
동물의 관계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남자나 짐승이나-조금은 확장되어 
소정의 뉘앙스를 품을
여유가 생겼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분명, 그의 문장들도 
더 큰 즐거움을 주었으리라. - P213

그건 수의 수동성 한가운데 자리한 어둠이었다. 내가 너무나 잘 아는 고의적 맹목. 아, 물론,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계급으로 태어났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하디가 수의 내면에서 빛나게 만든 
그것은, 자기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두려워하는 태고의 공포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 공포가 얼마나 부지불식간에 난장을 벌이는지, 그 저항은 또 얼마나 조롱에 차 있는지.
가장 최근에 "이름 없는 주드"를 다시 읽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땐, 이 책이 마침내 내게 해야만 했던 말을 다 한걸까 궁금해졌다. - P228

책장들을 순서대로 다시 정리하고 앉은 나는 그 책을새로 읽기 시작했고, 지금 보니 표시할 만하다고 느껴지는 문장과 대목에 다른 색 펜으로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책을 두꺼운 고무밴드로 묶어 고정한 다음 오랜 세월 그 책이 차지하고 있던 책장 한 자리에 도로 꽂았다. 오래오래 살다가 언젠가 손에 또 다른 색 펜을 들고 그 책을 다시 읽을 날이 오기를 바라며.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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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독서는
머릿속 가득한 혼돈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며 
순수하고 온전한 안식을 허한다.
이따금 책 읽기만이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나를 저 멀리 다른 세계로 
훌쩍 데리고 가는 이야기의 
쾌감만으로도 마냥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헤쳐나가고 있는 이 삶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어떤 의미를 끌어내야 할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 P11

성차별주의는 친절하게
닫히는 문을 붙잡고 나를 기다려주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학에서도 그것이 보인다는 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성장기를 함께한 책들을 펼쳐 들고, 
그제야 처음으로 보았다. 
그 책들에 나오는 대다수 여자가 
피도 살도 없는 뻣뻣한 막대기이고, 
오로지 주인공의 운명에
좌절을 안기거나 행운을 선사하기 위해 
등장할 뿐이라는 걸. 
그 때 비로소 깨달은 바, 
주인공은 거의 언제나 남자였다.
그들이 헤치고 나아가는 삶의 행보는 
내가 언감생심 꿈 꿀 수 있는 삶과는 
결정적인 단절이 있거니와 
어느한구석 닮은 데도 없는데, 
독자로 살아온 일평생 나는 
그 남자들과 나를 동일시 해왔던 것이다. - P21

최대한 통합된 자아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게 
내 평생의 과업이 되었다. 
위대한 안톤 체호프가 
기억에 또렷이 새겨둔 표현을 빌리자면,
"타인이 나를 노예로 만들었다 해도, 
나 자신을 쥐어짜서 내 안의 노예근성을 
한 방울 한 방울 뽑아내야 할 당사자는 
바로 나"였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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