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겹겹의 인물을 통해 본 역사의 이면
조한욱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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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작품을 읽다 보면 작품 곳곳에서 그의 취향을 숨기지 않고 오롯이 담아낸듯한 기분이 든다.

작품 속 느껴지는 재즈와 야구에 흠뻑 빠진 그의 취향은 오히려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장치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 도서 역시 세계사라는 타이틀 안에서도 문화사 학자 조한욱 교수의 취향이 한껏 짙게 묻은 관심사들의 향연을 맛볼 수 있었다.

영화나 미술, 음악,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스펙트럼 안에는 익숙한 프리다 칼로의 이야기나 제임스 딘, 세르반테스, 살리에리까지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낯선 인물들의 업적들도 만나게 되어 지적 욕구를 함양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기에 역사적 인물뿐만 아니라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관용구나 매카시즘이라는 용어들과 같이 단어나 격언의 유래도 흥미로웠고 윤색된 이야기들을 정정해주는 부분도 유용했다.

특히나 이탈리아의 철학자 잠바티스타 비코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그를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어 저자의 감상과 정성마저 엿보여 나에게 아직 생소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탐구하고 싶어지게끔 호기심도 소환했다.

세계사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권선징악의 요소 역시 가득해 소설 작품과도 같은 공감마저 느껴지는 이 매력적인 도서는 빅토르 하라의 경우 무덤과 시신에 대한 훼손을 두려워해 화장해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다거나, 재산과 명성을 겸비한 브루스 이메이의 파멸 등으로 이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위인의 업적은 크지만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을 추려 핵심적인 사실만을 나열한 후 상식을 풍부하게 했고, 여기에 뼈가 있는 저자의 코멘트들을 추가해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로 하여금 역사 속 위대함, 잔혹함, 씁쓸함까지 상세히 그려진 작중 인물들의 각기 다른 매력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겼다.

독특하게도 날짜별로 순차적으로 연관된 이야기들이 나열된 구성이기에 독서를 하는 날짜에 맞추어 읽어 보는 묘미도 있었고, 세계사를 다루지만 대한민국에서의 잊지 말아야 할 역사까지 놓치지 않았다.

또한 인종차별과 젠더 이슈 까지도 드러내깨어있는 지식인의 올곧은 개념을 제시하기에 독자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매력마저 포함되어있었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사태가 벌어진 상황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세계사적으로도 우리에게 과거를 되짚어보며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료된다.

하여 본문에 언급된 다양한 도서와 영화, 음악들을 경험해 보며 조금 더 성숙한 자세로 미래를 맞이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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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시장
이경희 지음 / 강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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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요를 누리게 된 이래 인간은 심미적 욕구와 안정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쾌적하며 안락하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

허나 소설 모란시장은 익숙하게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하며 예쁜 디자인과 위생을 따져가며 구매를 행하는 우리의 실태와는 첨예하게 괴리감을 주는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훔친 개를 도축하고, 원산지를 조작한 대구를 팔며, 상인들이 서로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가는 곳.

또한 반려견을 입양할 때에도 작고 귀엽고 예쁜 강아지만을 입양하는 현실과 달리 시골에서 태어나 모란시장에서 유일하게 존립하고 있는 노령견 삽교를 작중 화자로 등장시키는 과감함까지.

그러나 이 과감함은 오히려 인간이 아닌 짐승의 시선이기에 무지함으로 현실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약자의 나약함을 더욱 선명하고 처절하게 나타냈으며, 금수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이면 또한 더욱 또렷하게 보여주어 선악과 권력의 유무의 극명한 대비를 명확히 그려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눈앞의 현실과 감춰진 속내, 그리고 망상이 어우러진 삽교의 눈은 이 모두를 날 것 그대로 표현했다.

도축의 죄책감을 잘못된 방식으로 용서받으려는 경숙의 우매함과 자유를 갈망하는 송이가 죽음을 방관하는 삽교와 명진을 비판하며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양심”이라는 충고까지.

이는 삽교의 시선이었기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느껴진다.

나름의 규칙과 서열이 존재하면서도 전쟁 같고 혼란스러운 모란시장은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는 결코 평등하지 않고, 인생은 언제나 동화의 결말처럼 마무리 짓는 해피엔딩이 아닌 저열하고 구정물 같은 진흙탕임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존재하듯 삶의 명암을 극명하게 그리며 그늘에 집중해 그려낸 모란시장의 상인들에게도 마냥 어둡고 피폐함만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고고히 장미를 파는 능평꽃집과 정직함으로 고추를 팔던 덕상, 코와 함께하던 고씨할머니 등을 통해 올곧고 대쪽같은 심지에 따스한 인간미를 갖춘 이들도 존재한다는 사실도 조금씩 보여주었다.

이는 어쩌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삶은 윤색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게도 한다.

삽교는 우리에게 다른 생명의 희생에 대한 인간의 책임마저 선연히 보여주어 일부 청맹과니와 같은 현대인이 경시하고 있는 생명과 공존하고 있음까지도 상기 시킨다.

저자는 이 장치로 책임감 또한 강조했기에 독자로서 통렬한 깨달음이 남게 되는 작품이었다.

변화하는 세상과 그 아래 쉬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 있었으며 조금 더 신경 써서 바라보면 지척에 있는 그곳.

이곳은다양한 삶의 이면과 색깔이 드러나는 모란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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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 - 100년 역사의 고교야구로 본 일본의 빛과 그림자
한성윤 지음 / 싱긋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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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기적에서부터 오징어 게임의 흥행까지.

지금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기세는 꺾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가 주목을 받기 십여 년 전, 오히려 일본 드라마가 붐을 일으키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한국 드라마와는 판이한 주제들로 엄격한 예의범절과 절제된 표현 속에서 뭉클하면서도 가슴을 저며오는 감동이 그것이었는데, 이 방향과는 반대로, 고교 야구의 경우에는 한국의 고교 야구가 쇠락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고교 야구인 고시엔은 여전히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야구에 대하여 문외한인 나에게 일본 고교 야구인 고시엔의 이야기는 더욱 생경했지만, 예전에 보았던 일본 드라마와 같은 감정들을 그대로 불러일으켜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분위기들이 뒤섞이게 되어 진면목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그 순간 새롭고도 익숙한 감정들에 둘러싸이게 되어 고시엔이 진정 한 편의 드라마로 이어지는듯해 그들의 땀, 열정, 꿈, 청춘을 뜻하는 단어들이 어우러져 마치 청춘 드라마를 본 듯한 경험마저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도게자 문화까지도 드러나는 엄격하고 딱딱하면서도 정확한 기준의 치열한 경쟁까지도 점점 열정과 노력, 스포츠 정신과 어우러져 뭉클함에 미소가 지어졌고, 고시엔의 규칙과 독특한 문화들이 정착하게 된 배경, 파급력, 사소하고 디테일한 규칙들까지 나열하여 전문가 이상의 정보를 제공함에 책을 쓰는 동안의 저자의 노력이 피부로 느껴지는듯했다.

여기에 매 주제마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문화 차이를 보여주며 쇠락한 한국 고교 야구에 비해 여전히 건재하는 고시엔의 인기와 명암, 각국의 한계를 함께 보여주며 우려되는 부정적인 시각까지 담아내 이를 안타까워하기에 진심 또한 느껴졌다.

눈물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고시엔에 대한 책 한 권을 읽게 되어 함께 울고 웃으며 청춘 드라마를 시청한 기분이라 완독을 하면서 독자로서도 먹먹함마저 들게 한 고시엔.

코로나로 인해 헹가래 장면을 볼 수 없었던 해를 뒤로했지만 올해는 봄 고시엔, 여름 고시엔에서 흙을 퍼담는 학생들을 볼 수 있을까?

만약 앞으로 기회가 닿아 고시엔이나 이를 다룬 작품을 접하게 된다면 뜨거운 여름의 노스텔지어로 소리 내어 울음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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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 거짓과 미신에 휘둘리지 않고 과학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힘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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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박혀있던 외모지상주의라는 풍조에 태클을 걸며 지적 소양을 강조하던 때가 있었다.

시쳇말로 뇌섹남, 뇌섹녀라는 단어들이 회자되었고 당시 예능 프로그램 중에는 패널들이 함께 문제를 푸는 문제적 남자라는 TV 프로그램이 이 시기를 통해 급물살을 타며 화제가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너 나 할 것 없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승부욕과 지적 갈증으로 인하여 출연자들이 조급함마저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마치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와 같이 보여졌다.

그런데 이번 도서를 읽고 평소 내가 전혀 느끼지 못했던 자아실현의 욕구를 격하게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는 추천사에서도 전주홍교수가 언급하듯 호기심에 살짝 들여다보면 멈출 수 없는 도서의 매력으로 책장을 연 순간, 덮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샴푸를 먹는 유니콘과 같은 톡톡 튀는 예시의 기발함도 있었고, 힉스 입자의 보고 논문과 같은 예시에서는 감동까지 느껴졌으며 여기에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을 언급하며 등장한 웃지 못할 비하인드스토리까지 갖춰져 다양한 매력 요소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수학과의 비교로 각각의 매력을 드러내기도, 과학 속 명제들로 예시를 들어 다양한 언어유희로 언어 공부를 한 것 같기도 한 이번 도서는 광범위한 과학을 다루는 전반적인 내용들에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친근하고 흥미로운 예시로 벽을 허물어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오류조차도 진보를 할 수 있는 디딤돌로 여겨, 생각의 전환을 가지고 올 수 있는 과학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내용들을 마주할 때면 과학에 대하여, 그리고 이과에 대하여 수포자나 문송합니다 라는 단어들을 쉬이 사용했던 과거가 부끄러워지기도 했으며 진중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열린 가능성에 주목하는 저자의 자세에 겸손함과 반성을 느꼈다.

서로 화합하며 유관된 분야와 포용하여 열린 시각으로 지식인이 가져야 할 자세까지 보여준 이번 도서는 과학에 대해서는 언제나 먼발치 떨어져 있던 나에게 인식을 바꿔주는 감사한 경험이었고 지적 갈증을 파생하기도, 경각심을 주기도, 학습과 탐구에 대한 욕구를 함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과학의 긍정적이고 매혹적인 이면을 처음으로 마주하게되어 너무나 인상적이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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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 50주년 기념 에디션
린다 노클린 지음, 이주은 옮김 / 아트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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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2011년 작 영화 앨버트 놉스의 주인공 앨버트 놉스(글렌 클로즈 분)는 모리슨 호텔의 웨이터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년 남성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의 비밀은 그가 그가 아닌 그녀라는 것.

그녀가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에 여성이라는 성별은 앞길을 저해하는 요소에 불과했기에 그녀는 여성이라는 성별을 포기하고 살게 된다.

과거 이처럼 여성이라는 성별은 생계유지나 직업을 갖기에 부적절한 성별이었으며 직업을 갖는다 해도 한정적인 직업만이 존재하는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었다.

이와 같은 부조리에서 출발한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는 사실 제목에 대한 질문의 답은 서문을 조금만 읽어도 즉각 파악이 가능한 명제였다.

여성 미술가의 부재는 재능이나 천성이 아닌 단지 제도화된 교육으로 만들어진 개념들에 여성들이, 그리고 여성 미술가들이 능력을 폄하당하며 직업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해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

그런데 왜 이 당연하고 부당한 처우들이 출판된 지 50년이 지난 이 글로 하여금 수많은 작가나 예술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글임에도 남아있는 것일까.

교육이나 제도적 차별이 사라져가는 오늘날까지도 우리 사회에 은연중 깃들어 있는 남성 중심의 세계관은 소멸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않은 다양한 이슈들은 홍수처럼 밀려온다.

현재도 차별과 부당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자연스레 여기게 되는 이데올로기적 견해들이 잠식하고 있는 우리의 사고방식에는 나조차도 미술 애호가라 자부하면서도 턱없이 부족한 여성 미술가의 부재와 끊임없이 이어지던 남성 미술가의 릴레이와 같은 전시에도 아이러니함과 의문점을 갖지 않았다는 과거의 기억들마저 포함되어 있다.

또한 과거 충분히 독단적으로도 명성을 떨칠 수 있었을 여성 미술가들이 사회가 요구하고 기대하는 여성의 자세로 인하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에 통탄스럽고 통감스러운 마음마저 느껴졌다.

2017년 디올 패션쇼에서 티셔츠에 새겨질 정도로 화제가 되었던 그녀의 글이 여성의 날을 포함한 앞으로도 다시금 지속적으로 주목받아,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사상에서 탈피해 젠더 문제만이 아닌 다각도에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길 바란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기에 과거에 비한다면 멀고 먼 길을 걸어온 오늘날이지만 아직도 정의와 현실의 괴리로 인하여 진흙 속에 숨어있는 진주를 위하여 부단한 노력으로 사회적 인식과 통념들이 개선되고 변화하여 내가 아끼고 사랑해 마지않는 다양하고 위대한 여성 미술가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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