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풍요를 누리게 된 이래 인간은 심미적 욕구와 안정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쾌적하며 안락하고 건강한 삶을 지향하게 되었다.허나 소설 모란시장은 익숙하게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으로 물건을 구입하며 예쁜 디자인과 위생을 따져가며 구매를 행하는 우리의 실태와는 첨예하게 괴리감을 주는 소재들로 이루어져 있었다.훔친 개를 도축하고, 원산지를 조작한 대구를 팔며, 상인들이 서로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가는 곳.또한 반려견을 입양할 때에도 작고 귀엽고 예쁜 강아지만을 입양하는 현실과 달리 시골에서 태어나 모란시장에서 유일하게 존립하고 있는 노령견 삽교를 작중 화자로 등장시키는 과감함까지.그러나 이 과감함은 오히려 인간이 아닌 짐승의 시선이기에 무지함으로 현실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약자의 나약함을 더욱 선명하고 처절하게 나타냈으며, 금수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이면 또한 더욱 또렷하게 보여주어 선악과 권력의 유무의 극명한 대비를 명확히 그려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눈앞의 현실과 감춰진 속내, 그리고 망상이 어우러진 삽교의 눈은 이 모두를 날 것 그대로 표현했다.도축의 죄책감을 잘못된 방식으로 용서받으려는 경숙의 우매함과 자유를 갈망하는 송이가 죽음을 방관하는 삽교와 명진을 비판하며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양심”이라는 충고까지.이는 삽교의 시선이었기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느껴진다.나름의 규칙과 서열이 존재하면서도 전쟁 같고 혼란스러운 모란시장은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이들로 하여금 우리는 결코 평등하지 않고, 인생은 언제나 동화의 결말처럼 마무리 짓는 해피엔딩이 아닌 저열하고 구정물 같은 진흙탕임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존재하듯 삶의 명암을 극명하게 그리며 그늘에 집중해 그려낸 모란시장의 상인들에게도 마냥 어둡고 피폐함만이 존재하지는 않았다.고고히 장미를 파는 능평꽃집과 정직함으로 고추를 팔던 덕상, 코와 함께하던 고씨할머니 등을 통해 올곧고 대쪽같은 심지에 따스한 인간미를 갖춘 이들도 존재한다는 사실도 조금씩 보여주었다.이는 어쩌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삶은 윤색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게도 한다.삽교는 우리에게 다른 생명의 희생에 대한 인간의 책임마저 선연히 보여주어 일부 청맹과니와 같은 현대인이 경시하고 있는 생명과 공존하고 있음까지도 상기 시킨다.저자는 이 장치로 책임감 또한 강조했기에 독자로서 통렬한 깨달음이 남게 되는 작품이었다.변화하는 세상과 그 아래 쉬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 있었으며 조금 더 신경 써서 바라보면 지척에 있는 그곳.이곳은다양한 삶의 이면과 색깔이 드러나는 모란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