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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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저자가 언급하듯 본인이 쓴 글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글이라는 이 일기 안에는 킬링 포인트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읽는 동안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정도였으며 페이지를 넘겨갈수록 저자의 글빨에 반했고 치였고 감탄으로 시쳇말로 덕통사고당했다.

고고하고 세련되고 정갈하게 선택된 단어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과하게 솔직함을 무기로 내 친구의 일상을 듣는듯한 표현과 함께 너무나 찰진 욕설들이 버무려져 있었다. (TMI이지만 저자는 나와 나이가 같았다.😅)

본문에서 드러나는 살짝은 의기소침함이랄까. 아니면 나서지 않는 미덕일까.
이를 감추고자 튀어나오는 언사나 행동들에서는 화수분처럼 쏟아진 그녀의 기치가 기지를 발휘해 각박한 세상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위인과도 같았고 어머니가 스치듯 언급한 개명의 이야기라든지, 친구를 만나 먹은 음식의 평가처럼 지극히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일상에 더욱 동질감과 공감, 익숙함에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죄송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써서 정말 중요할 때 쓸 죄송하다는 말이 남아 있지 않는다는 부분이나 접객 태도가 거의 비굴하게 느껴질 정도로 친절하고 강박적으로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다는 내용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진정으로 격하게 공감을 할 수밖에 없을 이야기였기에 치이는 공감에 다시금 미간에 주름을 지으며 공감 한 스푼을 더 얹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들었다.

보드게임이나 넷플릭스 컨텐츠, 게임을 진지하고 심오하게 역설하는 부분도 워낙 독특하고 매력적이라 진지하게 게임을 구입해서 해보고 싶다는 충동까지 이끌어냈다.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해 여행기 파트는 게 눈 감추듯 정말 순식간에 읽게 될 정도로 몰입도가 뛰어났다.

지나친 솔직함에 이렇게 공개되어도 될까? 싶기도 한 일기는 그야말로 진정 타인의 일기를 훔쳐 읽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짜릿하고 흥미로웠다.

오죽하면 저자의 지인이 네 일기는 재미있고 네 일기에 내 이름이 나오면 나도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언급할 정도겠는가.
읽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레 피식피식 웃음 짓게 하는 마성의 일기.

화려한 언변에 사로잡혀 있던 것치고는 비루한 서평이 안타깝지만 탐나는 글 솜씨에 무심한 듯 시크하지만 넘치는 위트와 센스로 무장하여 매력을 배가시키는 박서련작가님, 당신은 덕후 양산에 성공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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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 우리가 지금 공부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51
한근태 지음 / 샘터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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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의 공부 패턴은 상당히 독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진해야 할 시기만을 피해 열과 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딱 중학생 때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고등학생이 된 이후부터 대학시절까지 얻지도 못할 보상을 원하듯 미친 듯 놀았고 사회인이 되어 취직을 한 이후 다시금 호기심과 갈증으로 공부를 다시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내가 이렇게 교묘히 피해 온 공부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역설했고 이를 읽는 동안 나는 나의 과거를 후회하며 앞으로의 공부 계획을 다시 정립하게 되었다.

과목별 공부를 하는 이유에서부터 언어, 역사, 대인관계에서 건강과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처음에는 십 대 학생들을 위한 도서라 생각했으나 읽을수록 오히려 현재 직업에 대하여 회의감이나 의문을 갖고 있는 성인을 위한 도서라 사료되었고 어쩌면 바로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도서라고도 생각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익숙했지만 그를 뒤집어 모르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더 큰 세상으로, 더 넓은 혜안을 가지려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더욱더 겸손의 마음가짐으로 노력해야겠다 생각하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갈증을 양분 삼아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맴돌았다.

지속적으로 본문에서 언급하듯 지식은 내가 홀로 읽거나 본 후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닌 끄집어 내어 넓게는 타인에게 가르치고 설명해 줄 수 있을 만큼의 것이 되어야 할 테니까.

나열된 공부의 팁 가운데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개념을 한자와 영어로 바꿔 정확한 이해를 하라는 팁이었다. 흔히 사용하고 있던 단어의 유래와 뜻을 풀어 설명해 주었는데 궁금하다는 뜻이 임금이 사는 궁에서 하는 일을 알려고 하지 말라며 금한다는 뜻이라거나 창의성의 ‘Creative’가 라틴어 ‘Crescere’여서 생각이 점차 자란다는 예시들은 흥미로우면서도 호기심을 이끌어 확실히 효과 있고 기억에 남을 방법이라 내 것으로 만들어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의 첫 기억이 4-5세인 것은 인간이 언어로 생각을 하기에 말을 하지 못해 기억을 못 하는 시기의 기억은 사라지고 언어를 인지한 이후라 소개되었는데 그에 걸맞게 언어의 중요성과 그에 이어 많은 부분을 할애해 소개한 독서의 중요성이 서술되어 있었다.
자연스러운 연결과 탄탄한 근거에도 감탄했고 이 유려한 글 솜씨도
독서와 글쓰기가 낳은 결과임을 느끼며 다시금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느꼈다.

독서는 삶의 질이 올라가게 해 쓸데없는 주장을 하거나 고집부리는 일이 줄어든다는 장점을 언급한 부분도 매우 공감되었다.
나 또한 독서를 하기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자기 의견을 생산하는 최선의 방법인 글쓰기와 말을 잘한다는 건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곱씹으며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공부와 독서 후 서평을 쓰며 타인에게 이를 나누는 행위를 지속해야겠다 생각하고 적는 사람이 생존한다는 적자생존이라는 농담을 되새기며 독서를 마무리했다.

돈과 달리 세습이 불가한 지식. 나 또한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늘 호기심을 갖고 나를 업그레이드하게끔 도전의식을 북돋워주는 감사한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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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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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푸들과 닥스훈트가 섞인듯한, 그러나 족보 없이 흔한 믹스 유기견이 하치고에 발견된다.
학생들은 하야세 고시로라는 학생의 자리에 앉은 강아지에게 그의 이름인 고시로라는 이름을 강아지에게 붙여주고, 주인 찾기에 돌입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인 찾아주기에 실패한 후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고등학교에서 고시로를 돌보게 된다.
다시 한번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고시로.
그를 매개로 이어진 불안하고 서툴지만 당찬 포부에 희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고등학생들의 성장 이야기.

이번 작품은 읽는 동안 수 십 가지 감각이 교차하며 느껴졌던 것 같다.
몽글몽글한 간지러운 감각에서부터 가슴 벅찬 기분, 먹먹함, 설렘 등 완독을 하기까지 타 소설과는 다르게 감각을 한두 가지씩 내포하며 이 감각들이 시종일관 곁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조심스럽고 섬세하며 풋풋한 나머지 새벽녘 내린 흰 눈에 발자국 남기기를 주저하는 듯한 첫사랑 이야기나 융화되기 어려운 소년들의 잊지 못할 사흘의 짜릿한 추억, 상실을 준비하며 현실을 대면할 때 괴리속에 처한 상황이나 막막한 미래 등 하나의 주제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배경과 설정으로 지루할 틈 없이 쉴 새 없이 감정의 교차를 유발하며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성도 갖추고 있었다.

또한 본문에서는 시대별 상황도 섬세하게 그려내 작중 인물들의 시대적 색안경이나 고정관념, 심경의 변화들도 느낄 수 있었고 삐삐, PHS, 다마고치등의 시대 분위기를 불러오는 소재들과 실재했던 사건들이 에피소드 속에 나열되어 있었다.
하여 일본 서점 대상 3위나 ‘읽고 싶은 책’ 랭킹 1위라는 쾌거를 이룬 것이 일본인이라면 해당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 가슴과 피부에 와닿는 공감이나 짙고 깊은 감동과 슬픔, 환희를 느끼며 읽기 충분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몰입하여 읽다 보면 이 효과로 하여금 때로는 오열을 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상상도 되었다.
내가 과거 즐겨 듣던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가 언급되고 이를 BGM으로 들으며 읽을 때 나조차 가슴 벅찬 회상들에 울컥했으니.

각 에피소드에는 강아지가 주를 이루어 주체적인 이야기를 펼친 부분도 없고 존재감을 크게 드러낸 내용도 없다.
단지 고시로는 항상 추억의 시간 그곳에 있었고 3인칭 시점에서 주인공들의 상황을 모른 채 어렴풋이 추측만을 하며 곁에서 가끔 지켜볼 뿐이었다.

고시로를 돌보는 모임인 고돌모 일지에는 고시로라는 이름의 유래와 1년 동안 고시로와 함께하며 그 해에 가장 대표적인 추억을 그린다.
이 모든 것의 향수를 간직한 고시로.

독자는 고시로의 입장에서 미성숙하고 선뜻 내리기 어려운 결정에 주저하는 시기에 만난 인물들을 만나고 온 것이 아닐까?
분위기에 감정이 한껏 고양되어 벚꽃 이미지를 떠올리며 도취되어 있다 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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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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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여기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여행 책이 있다.
무려 여행 중 겪었던 삽질만을 모아 펴낸 책이라니.
제목부터도 휘황찬란한 웰컴 투 삽질 여행이다.

20대의 끝자락이라 하여도 무려 24개국 100여 개 이상의 도시를 여행했다는 저자는 고생한 이야기는 미화되어 추억으로 포장된다며 직접 겪은 삽질 썰들을 추려 들려주었다.

그 결과 센스와 유머를 동반한 저자의 유려한 필력에 높아진 몰입도와 타인을 대하거나 낯선 환경엔 극악인데도 공감 능력은 최대치인 나의 특성과 과거 당황했던 수많은 경험에 힘입어 저자가 처한 위기에 겁이 나기도, 찐 공감을 하기도 하며 몇 번이나 왈칵 눈물이 터져 나올 뻔 했다.

러시아와 체코, 호주를 여행할 당시 느꼈던 열쇠 트라우마에서부터 공감하여 필리핀에서의 수영 사고, 오스트리아에서 맛본 기차 취소, 착한 가격에 속아 극악의 서비스를 느끼던 추억까지 나의 과거 여행 세포들을 되살려주었고 나 역시 나의 삽질을 추억으로 미화해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나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를 혹시나 하는 위기에 저자가 현지인을 대할 땐 영작을 하여 소리 내어가며 함께 읽게 되었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영어조차 통하지 않았을 때 내가 느꼈던 멘탈의 붕괴를 고스란히 다시 느낄 수도 있었다.
마카오에서 국경을 생각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와이파이 끊김을 겪었던 고생길마저도 저자가 맞닥뜨렸던 상황과 일치해 대한민국의 보안과 치안에 감사하던 때를 곱씹으며 웃고 울어가며 읽었다.

자유여행을 즐겼던 여행자들에게는 사소한 것,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변수 하나하나에도 모든 계획이 틀어지곤 한다.

나의 MBTI는 ENTJ와 INTJ를 오가는데 아무래도 이 성향은 여행 시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철두철미한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결말은 ‘이 또한 지나리라’였고 이 경험들은 이번 독서로 하여금 더욱 짙은 공감과 흐뭇함, 웃음을 배가시켜주지 않았는가.
서문에서 저자가 언급했듯 이런 우리의 삽질들은 추억으로 변모되어 곱씹을수록 다시금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이 되고 그로 하여금 독자는 향수를 떠올릴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여행길이 막혔지만 언젠가 다시 자유로워질 여행을 앞두고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성희롱을 자행하거나 당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여행자는 여행자로서 현지인은 현지인으로서 각자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길러 여행 특유의 만족을 다시금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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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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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에 활동했음에도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는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도 본인 스스로를 완벽하지 않다고 지칭을 했다면 현재 우리가 삼을 기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해야 할까?

때론 몽환적이고 미묘함이 잔뜩 묻어있던 이사카 고타로의 전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이번 작품은 저자 특유의 독특한 플롯에서 조금은 벗어나 오히려 가독성 있고 현실적인 소재와 현재와 미래, 회상의 시점들을 오가며 색다른 시각으로 더 큰 깨달음을 선사하는 다섯 개의 단편 작품이었다.

색안경을 끼고 선입관으로 바라보는 교사에게서 가르침을 받게 될 아이들을 위하여 소크라테스와 같은 마음가짐을 갖도록 거꾸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에피소드를 필두로 편부모와 왕따, 전학생, 묻지마 범죄라는 소재들이 등장해 독자에게 가르침을 준다.

훌륭한 교사의 교훈은 물론이고 특히 고압적인 지도만이 능사는 아님을 이야기로 풀어 해당 방식을 고수하는 태도에 대해 논하면 결론이 없다는 예시를 들며 비정한 교사 아래에는 청출어람의 제자가 나이와 무관한 성숙미로 성장하며 독자에게 역지사지의 마음가짐과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저자는 해결사로 돈 콜레오네를 여러 번 언급하기도 하지만 실로 이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생각과 시각의 전환이었다.

데뷔 20년 차 작가가 아이의 시각으로 그려낸 도전은 오히려 저자만의 글 솜씨와 새로움으로 감탄을 자아냈고 기대가 있었기에 매력이 더욱 배가되어 더 큰 감동을 받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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