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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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여기 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여행 책이 있다.
무려 여행 중 겪었던 삽질만을 모아 펴낸 책이라니.
제목부터도 휘황찬란한 웰컴 투 삽질 여행이다.

20대의 끝자락이라 하여도 무려 24개국 100여 개 이상의 도시를 여행했다는 저자는 고생한 이야기는 미화되어 추억으로 포장된다며 직접 겪은 삽질 썰들을 추려 들려주었다.

그 결과 센스와 유머를 동반한 저자의 유려한 필력에 높아진 몰입도와 타인을 대하거나 낯선 환경엔 극악인데도 공감 능력은 최대치인 나의 특성과 과거 당황했던 수많은 경험에 힘입어 저자가 처한 위기에 겁이 나기도, 찐 공감을 하기도 하며 몇 번이나 왈칵 눈물이 터져 나올 뻔 했다.

러시아와 체코, 호주를 여행할 당시 느꼈던 열쇠 트라우마에서부터 공감하여 필리핀에서의 수영 사고, 오스트리아에서 맛본 기차 취소, 착한 가격에 속아 극악의 서비스를 느끼던 추억까지 나의 과거 여행 세포들을 되살려주었고 나 역시 나의 삽질을 추억으로 미화해 향수를 느끼게 해주었다.

나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를 혹시나 하는 위기에 저자가 현지인을 대할 땐 영작을 하여 소리 내어가며 함께 읽게 되었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영어조차 통하지 않았을 때 내가 느꼈던 멘탈의 붕괴를 고스란히 다시 느낄 수도 있었다.
마카오에서 국경을 생각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와이파이 끊김을 겪었던 고생길마저도 저자가 맞닥뜨렸던 상황과 일치해 대한민국의 보안과 치안에 감사하던 때를 곱씹으며 웃고 울어가며 읽었다.

자유여행을 즐겼던 여행자들에게는 사소한 것, 전혀 예상치도 못한 변수 하나하나에도 모든 계획이 틀어지곤 한다.

나의 MBTI는 ENTJ와 INTJ를 오가는데 아무래도 이 성향은 여행 시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철두철미한 계획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결말은 ‘이 또한 지나리라’였고 이 경험들은 이번 독서로 하여금 더욱 짙은 공감과 흐뭇함, 웃음을 배가시켜주지 않았는가.
서문에서 저자가 언급했듯 이런 우리의 삽질들은 추억으로 변모되어 곱씹을수록 다시금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이 되고 그로 하여금 독자는 향수를 떠올릴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여행길이 막혔지만 언젠가 다시 자유로워질 여행을 앞두고 나도 모르게 시나브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성희롱을 자행하거나 당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여행자는 여행자로서 현지인은 현지인으로서 각자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길러 여행 특유의 만족을 다시금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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