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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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푸들과 닥스훈트가 섞인듯한, 그러나 족보 없이 흔한 믹스 유기견이 하치고에 발견된다.
학생들은 하야세 고시로라는 학생의 자리에 앉은 강아지에게 그의 이름인 고시로라는 이름을 강아지에게 붙여주고, 주인 찾기에 돌입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인 찾아주기에 실패한 후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고등학교에서 고시로를 돌보게 된다.
다시 한번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된 고시로.
그를 매개로 이어진 불안하고 서툴지만 당찬 포부에 희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고등학생들의 성장 이야기.

이번 작품은 읽는 동안 수 십 가지 감각이 교차하며 느껴졌던 것 같다.
몽글몽글한 간지러운 감각에서부터 가슴 벅찬 기분, 먹먹함, 설렘 등 완독을 하기까지 타 소설과는 다르게 감각을 한두 가지씩 내포하며 이 감각들이 시종일관 곁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조심스럽고 섬세하며 풋풋한 나머지 새벽녘 내린 흰 눈에 발자국 남기기를 주저하는 듯한 첫사랑 이야기나 융화되기 어려운 소년들의 잊지 못할 사흘의 짜릿한 추억, 상실을 준비하며 현실을 대면할 때 괴리속에 처한 상황이나 막막한 미래 등 하나의 주제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배경과 설정으로 지루할 틈 없이 쉴 새 없이 감정의 교차를 유발하며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현실성도 갖추고 있었다.

또한 본문에서는 시대별 상황도 섬세하게 그려내 작중 인물들의 시대적 색안경이나 고정관념, 심경의 변화들도 느낄 수 있었고 삐삐, PHS, 다마고치등의 시대 분위기를 불러오는 소재들과 실재했던 사건들이 에피소드 속에 나열되어 있었다.
하여 일본 서점 대상 3위나 ‘읽고 싶은 책’ 랭킹 1위라는 쾌거를 이룬 것이 일본인이라면 해당 시대를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 가슴과 피부에 와닿는 공감이나 짙고 깊은 감동과 슬픔, 환희를 느끼며 읽기 충분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몰입하여 읽다 보면 이 효과로 하여금 때로는 오열을 할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상상도 되었다.
내가 과거 즐겨 듣던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가 언급되고 이를 BGM으로 들으며 읽을 때 나조차 가슴 벅찬 회상들에 울컥했으니.

각 에피소드에는 강아지가 주를 이루어 주체적인 이야기를 펼친 부분도 없고 존재감을 크게 드러낸 내용도 없다.
단지 고시로는 항상 추억의 시간 그곳에 있었고 3인칭 시점에서 주인공들의 상황을 모른 채 어렴풋이 추측만을 하며 곁에서 가끔 지켜볼 뿐이었다.

고시로를 돌보는 모임인 고돌모 일지에는 고시로라는 이름의 유래와 1년 동안 고시로와 함께하며 그 해에 가장 대표적인 추억을 그린다.
이 모든 것의 향수를 간직한 고시로.

독자는 고시로의 입장에서 미성숙하고 선뜻 내리기 어려운 결정에 주저하는 시기에 만난 인물들을 만나고 온 것이 아닐까?
분위기에 감정이 한껏 고양되어 벚꽃 이미지를 떠올리며 도취되어 있다 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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