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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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이 살아가는 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이번에 만나 본 주인공 이서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자책에 사로잡혀 뜻하지 않게 너무나 성급하게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였다.

아버지와 동생이 함께 떠난 여행.

그 설레는 여행 첫날밤 사라진 아버지와 그들을 죄여오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습격.

숨 가쁘게 턱밑까지 다가오는 그것에 대한 두려움은 독자마저도 숨죽이며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단순한 추격전이 아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감당키 어려웠기에 각자 꽁꽁 숨겨 깊은 곳에 감추고 있는 트라우마와 상처가 만나 극한의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여주며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주인공들이 각자 서로를 치유하고 성장하게 만들었다.

시나브로 드러나는 복선들로 상황을 추측게 하는 재미가 돋보였고, 동생 이지의 순수함으로 가족애를 더욱 짙게 그려내거나 위기를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등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해 독자를 이끌었다.

여기에 어른들의 나태함, 무능함을 선명한 대비로 그려 책임감이라고는 내팽개쳐지고 당연한 것들이 주객전도된 아이러니한 상황들의 연속이 궁지에 몰리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보여주었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혹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나락으로 갈 수 있는지.

입맛에 따라 재단하며 속단하는 인간의 비열함까지 철두철미하게 계산하여 독자에게 선명히 각인시켜주었고, 독특하고 아름다운 표현들까지 갖추어 이번 작품은 신인작가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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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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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집을 읽기 전, 제목만으로 기대감과 의심이라는 두 가지 감정이 교차되었다.

과거 십여 년 전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을 읽고 기이한 형태의 건물의 매력과 충격적인 반전으로 미스터리 소설에 짜릿함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연 이 작품은 나에게 그때의 쾌감과 놀라움을 다시 선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내가 가졌던 기대를 넘어선 기대 그 이상의 작품이었다.

집을 구입하려는 지인의 요청으로 새로운 집에 대해 상담을 하게 된 화자.

그는 뜻밖에 이 집의 기묘하고 독특한 점을 발견하며 또 다른 그의 지인 건축 설계사 구리하라씨와 수수께끼의 공간이 있는 평면도를 관찰하게 된다.

이 추측의 과정에서 저자는 평면도만으로 마치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제어할 수 없을 만치 빠져드는 몰입도 높은 필력으로 독자를 휘둘러 이야기 안에 녹아들게 만들고야 만다.


주택 도면만으로 이리도 괴기스럽고 경악할 만한 이야기를 추측하다니!

가히 기발한 발상과 소름 끼치는 이야기들이 평면도 속에 숨겨져 삽입된 도면이 겹치고, 확대되어 주목하게 되는 순간, 더욱더 흡입력 있는 강조된 필체가 독자를 경악하게 만든다.

별 감흥 없이 쉬이 지나갈 수 있을 그 집.

그곳에는 저자의 상상력으로 가공된 엄청난 사연과 비밀이 감추어져있었다.

양파와도 같이 벗겨내어도 속 안에 마치 마트료시카와 같은 수수께끼가 또 숨어있는 걸작.

이상한 집을 통해 맛 본 저자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최근 보아온 여느 작품들 가운데 가히 으뜸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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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꿈이지만 돈 공부는 처음입니다 - 부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돈의 시그널을 읽는 법
윤석천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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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경제 구조에서는 노동의 대가로 얻은 수익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그 수입 역시 재산 불리기의 교과서인 저축으로 모아두던 것이 전부였던 시대였다.

허나 이는 오늘날 잊혀진지 오래로, 작금의 시대에 우리는 노동 임금만으로는 영혼을 끌어모아 예금과 적금을 하더라도 그것이 불로소득으로 발생된 것에 비해 창출된 수익이 극히 미미하다는 비참한 사실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하여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거의 4명이 주식을 한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로 오늘날 투자의 패턴은 주식과 부동산 등으로 눈길을 돌리는 경향이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이 그 반대급부인 손실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투기의 목적으로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밝고 아름다운 미래만을 꿈꾸며 앞뒤 가리지 않는 투자를 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를 움직이는 다양한 요소들을 무시한 채 모든 재산을 투자한 주식 개미들, 주린이과 같은 이들은 당연한 결과로 파산이라는 파국을 맞는다.

이리도 복잡하고 난해한 시장경제에 대해 본문에서는 흔히 투자할 종목이나 뜬소문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투자를 종용하는 타 경제도서들과는 다른 태도로 초보 투자자인 독자들에게 경제적 개념을 인지하게 하고, 투자할 시기에 대한 힌트 정도만 주며 선동이 아닌, 경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여기에 흔히 간과할 수도 있는 국제정세와 같이 시장경제에 무수한 영향을 끼치며 도사리는 수많은 나비효과들을 경시하지 않고 챙기며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이로 말미암아 독자는 심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확실한 정보와 판단, 위험에 대해 충분한 인지와 대비로 이어져 시장경제와 올바른 투자에 대한 태도를 갖추며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또한 초보투자자가 흔히 하는 실수나 주의할 점들을 모아 설명해 주며 실패를 최소화하며 똑똑한 투자를 할 수 있게 유념할 부분을 정확히 언급해 주었고, 낯선 전문 용어도 쉽게 풀어 개념을 이해하기 용이하게 제시하며 궤적 예시 등으로 변화하는 시장의 세태를 인지시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 변화에 문외한인 이들도 다가가기 쉽게 안내했다.

나무만을 생각했던 이들에게 숲을 보게끔 시선의 전환을 이끌어주고, 투자와 경제, 돈에 관한 도서임에도 우리가 살아가며 쉽게 현혹되어 유혹으로 고난과 실패, 좌절을 마주할 때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태도까지 조언해 주기에 이번 도서는 삶과 인생에 대한 책이기도 하여 읽는 동안 깨달음이 많았던 감사한 시간이었다.

과감한 투자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먼, 안정된 투자만을 고집했던 나 또한 시장경제를 이해하며 내가 고려하며 선택할 수 있는 충분히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였기에 용기를 얻고 부자가 되어보아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하는 유익한 돈 공부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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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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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문학상의 영애를 얻게 된 아니 에르노가 쓴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치매 발병 이후 저자가 일기 형식으로 쓴 병문안 일지로 독자가 제목을 마주하자마자 그 은유적 표현의 오묘한 제목이 의미를 추측하게끔 만든다.

이 미묘하고 심오한 제목은 어머니가 생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에 기록되어 있던 문장이라고 하니 저자의 어머니를 향한 애정과 세심한 관심이 느껴지며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울컥함과 먹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일순간 아이가 되어버린 당신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과 느낌이 주가 되는 이 작품은 쇠락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저자 본인이 스스로를 동일시하며 두려움마저 야기한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투병생활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장 심오하게 다룰 혼돈이 단순히 원초적 본능에 충실해지고야 만다는 허무함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조차 상실한, 날것의 보이는 비극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의 이성적인 시선으로 그리며 그 존재가 바로 본인의 어머니 당신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받아들이기 버거운 현실이 더욱 가슴을 후벼파고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어머니의 비루하고 초라하게 쇠락하는 모습을 가감 없는 사실만으로 기록했기에 본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더욱이 이리도 잔인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담담히 서술하는 고백은 처연함으로 외려 슬픔과 공허함을 극대화하고 익숙함과 낯섦의 혼재는 저자의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더욱 극명하게 나타낸다.

어머니 당신이 스스로의 모습에서 벗어남에 따라 나의 세계조차 무너짐을 느끼지만 세상은 하루하루 며칠이 지난 지도 모르는 이들 또한 존재하기에 이토록 아이러니한 오류에 통탄하는 모습마저 처절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저자가 작가로서 어머니가 삶에 마지막 끝에 서있는 상황을 글쓰기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표현한다는 도덕적 딜레마까지 혼재되어 있는 이 작품은 스스로에게 아픈 손가락이겠지만 독자에게 가슴 깊은 곳까지 울리며 잊히지 않는 강렬한 충격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함께 만나게 하기에 가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저자의 수작이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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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 - 온 세상을 뒤흔들어온 가장 미세한 존재들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헬무트 융비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김성건 감수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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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라 함은 일상생활 속에서 거의 듣지 않게 되는 단어이기에 왠지 오래되거나 상한 음식에서 파생된 물질로 섭취 즉시 식중독에 걸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단어의 사용 빈도 수가 자체가 적어 어쩌면 워낙 개념이 잡히질 않아서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허나 나의 이런 편견은 본문에서 낯선 이 미생물의 실상이 무조건적으로 해롭지 않고 유익한 개체도 있으며 나와 지구, 우주까지 이르기까지 우리 삶 전체에 아울러 큰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으로 깨주었다.

용어 자체가 너무나 생경하고 복잡한 이름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어원을 상세히 설명하고 소소한 유머까지 한 스푼 더해져 일상과 밀접한 관계의 미생물들의 나열에 비 전문가임에도 호기심을 갖고 집중하여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까지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바이러스 또한 한 가지가 아닌 코로나바이러스과에 50여 종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있다는 내용이나 중합 효소 연쇄 반응이라는 PCR 방법의 활용 등 최근 들어 더욱 밀접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많아 놀라울 따름이었다.

친환경적인 미래에 도움이 되는 수많은 미생물과 인간에게 소화나 면역으로부터 보호를 해줄 수 있는 미생물, 앞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구멍을 뚫는 시추 방식이 아닌 자연스레 녹아 노출될 거라는 어쩌면 너무나 무섭고 심각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교훈을 주며 기후변화가 야기하는 부작용과 우리가 미생물로 하여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 다루기에 아직까지도 분류가 어렵고 연구 대상이며 미미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잠재력으로 고온, 고염의 빛 없이도 영겁의 세월을 버티는 자연을 통하여 단순히 크기로 비교할 것이 아닌 가능성을 통하여 오히려 이기주의보다는 공생으로, 감사함을 겸비한 겸손함을 배운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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