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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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문학상의 영애를 얻게 된 아니 에르노가 쓴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치매 발병 이후 저자가 일기 형식으로 쓴 병문안 일지로 독자가 제목을 마주하자마자 그 은유적 표현의 오묘한 제목이 의미를 추측하게끔 만든다.

이 미묘하고 심오한 제목은 어머니가 생전 마지막으로 쓴 편지에 기록되어 있던 문장이라고 하니 저자의 어머니를 향한 애정과 세심한 관심이 느껴지며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울컥함과 먹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일순간 아이가 되어버린 당신을 바라보는 딸의 시선과 느낌이 주가 되는 이 작품은 쇠락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저자 본인이 스스로를 동일시하며 두려움마저 야기한다.

어머니라는 존재의 투병생활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장 심오하게 다룰 혼돈이 단순히 원초적 본능에 충실해지고야 만다는 허무함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조차 상실한, 날것의 보이는 비극적 상황을 있는 그대로의 이성적인 시선으로 그리며 그 존재가 바로 본인의 어머니 당신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받아들이기 버거운 현실이 더욱 가슴을 후벼파고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어머니의 비루하고 초라하게 쇠락하는 모습을 가감 없는 사실만으로 기록했기에 본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더욱이 이리도 잔인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담담히 서술하는 고백은 처연함으로 외려 슬픔과 공허함을 극대화하고 익숙함과 낯섦의 혼재는 저자의 위태롭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더욱 극명하게 나타낸다.

어머니 당신이 스스로의 모습에서 벗어남에 따라 나의 세계조차 무너짐을 느끼지만 세상은 하루하루 며칠이 지난 지도 모르는 이들 또한 존재하기에 이토록 아이러니한 오류에 통탄하는 모습마저 처절한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저자가 작가로서 어머니가 삶에 마지막 끝에 서있는 상황을 글쓰기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표현한다는 도덕적 딜레마까지 혼재되어 있는 이 작품은 스스로에게 아픈 손가락이겠지만 독자에게 가슴 깊은 곳까지 울리며 잊히지 않는 강렬한 충격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함께 만나게 하기에 가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저자의 수작이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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