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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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가장이 어느 날 피칠갑을 하고 귀가한 뒤 며칠 후 홀연히 사라졌다.

우리 주위에 있을법한 지극히 사실적인 인물들을 필두로 전개되는 배니시드는 이 평범한 주인공들을 소재로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너무나 기묘한 사건들을 그린다.

이 기괴한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고 있는 감정과 상황이 온전히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며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마주할 경우 이 또한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의뭉스러운 등장인물들과 사건들.

일반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아닌 예상치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사로잡힌 이들이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도록 긴박하게 펼쳐내는 이야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더욱 배가시키며 독자를 이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인간의 숨겨진 추악한 속내와 다양한 형태의 인간이 존재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스스로 결정한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들이 나비효과가 되어 경악하리만큼 거대한 폭풍우로 돌변하기까지.

한 가정의 부모가 가족을 위한 헌신과 희생만이 정도가 아님을 이색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는 작품 초반 이름도 없이 '자녀의 부모'로만 불리던 주인공이 이름을 찾고, 자아를 찾으며 자존감 역시 상대적인 것임을 깨닫기를 보여준다.

또한 치킨이나 빙수와 같은 사소한 매개물을 차용해 다양한 역할과 의미로 작품에 녹아들도록 유려하게 그려냈고, 독특하면서도 참신한 표현들로 하여금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나타냈다.

영상으로도 만나고 싶은 이 소름 끼치면서도 매력적인 이야기는 주인공 정하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 아니며, 다시 시작될 새로운 국면으로 느껴지기도 하기에 다음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 또한 가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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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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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쳇말 가운데 내로남불이라는 줄임말은 참으로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지닌 것 같다.

누군가의 순애보적인 사랑을 짓밟는 기만행위일 수도 있고, 불륜이라 칭하지만 외려 속내를 모르고 악의 없이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와 같은 마음을 순정의 로맨스로 착각할 수도 있으며, 모든 것을 간파하며 줄다리기를 하는 악인이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은가.

이와 같이 여기에도 사랑에 대해 다양한 각도와 입장, 캐릭터로 접근하는 이야기가 있다.

자녀에게 당신의 암 선고를 통보한 뒤 행방이 묘연해진 염보라를 필두로 그를 찾는 딸 지민, 결혼식 도우미임에도 결혼은 커녕 남편과 온전한 관계조차 유지하지 못한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의 허인회, 의뭉스럽기 짝이 없는 강사 조우경과 줏대 없이 모호함으로 둘러싸인 오진홍까지.

갑작스레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 수영장에 접근한 지민이 맞닥뜨린 수상하기 짝이 없고 기묘한 교회라는 소재와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흥미로운 설정이 자아낸 알 수 없는 긴장감들은 누가 피해자이며 누가 가해자인지,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정확히 선을 그어 나눌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뒤이어 선으로만 여기던 외롭고 사랑받지 못하는 비운의 캐릭터 역시 지킬박사 내부에 있는 하이드씨와 같이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일탈을 저질러 독자로 하여금 혼란이 가중된 상황을 마주하게 한다.

끔찍하게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 속 진심과 진실이 유리되고 사회적 체면과 윤리, 통념으로 하여금 우리가 감춰진 진실들에 다가가고는 있는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운 이야기는 사랑의 정의를 재고하며 선악의 구도 또한 나누기 어려운 상황에 치닫게 한다.

이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사실들이 하나 둘 베일이 걷혀짐에 따라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 그들의 종국은 어떠한 말로를 맞게 될지 본문의 내용이 너무나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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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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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소재로 섣불리 담아내기 버거운 개념인 죽음과 그보다 몇 단계나 더 어둡고 숙연해 단어만으로도 가져오는 위압감이 상당해 한없이 침잠하게 만드는 자살.

이 가볍지 않은 소재들로 그려낸 제2한강은 이를 마냥 무겁게 다루기보다는 죽음과 자살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 설정으로 하여금 유머와 위트 활용해 주인공의 상황과 내면을 이해하고, 그에 응하는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건네며 작중인물들이 처한 위기를 포함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등장인물들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며 구성하는 주변의 흔한 인물들로 설정되었으며 이는 곧 일상에 지쳐있는 독자를 반영한듯한 기시감을 주기도 한다.

현실의 고통 속 자살을 시도한 이후 다시금 살아가게 되는 곳에서 한 번 더 자살을 시도하면 비로소 무로 소멸한다는 신박한 줄거리와 추억의 물건을 소환해 내며, 푸른 세상을 바라본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작품에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장치가 되어 독자를 이끌고, 등장인물들이 겪는 절박함과 절실함 등의 감정을 기발한 비유들을 활용해 더욱 극대화시킨다.

또한 뒤이어 등장하는 새로운 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들은 그들의 치부인 그늘에 서서히 접근하여 이를 해소하며 온기를 전해 종국에는 뜨거운 눈물을 자아낸다.

안타까운 고통의 하루가 억겁의 시간으로 변모해 한 시간 단위로 이를 버텨낸다는 처절함, 걱정과 고통의 절절한 사연이 자책이 섞인 독백들로 더욱 적나라하게 나타나 가슴이 아플 정도로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일말의 이해와 공감, 위로만으로 달라질 사소한 것들이었음에도 그들을 자살로 몰고 간 상황과 세상이 너무나도 밉게 느껴져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하여 직접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우러날 정도로 안쓰러운 존재가 제2한강에서 위안을 얻고 감사를 느낄 때는 나 또한 작중인물에게 감사함마저 느끼게 되는 격한 공감의 홍수에 취해있던 시간이었다.

본문의 자살한 이들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와 고통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해소해 주는 이들 역시 사람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제2한강에서 위로를 받고 전하는 이들에게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의 본성은 서로를 헐뜯고 해하는 것이 아닌, 헤아려 주고 위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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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눈으로 보면 녹색지구가 펼쳐진다 - 지구환경의 미래를 묻는 우리를 위한 화학 수업 내 멋대로 읽고 십대 7
원정현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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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흔히 고정관념과도 같이 인지하며 저자가 머리말에서도 언급하듯 화학이라 함은 지구를 위한 길이나 친환경과 유리된 단어들로 치부하던 편견과 달리 의외로 화학은 우리 지구와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외려 본문에 제시된 상상치도 못한 영역까지 손길을 뻗고 있는 화학과 플라스틱들의 향연에서 익숙하고 우리 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물질들조차 화학에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다는 반전에 흥미를 얻었고, 심지어 디카페인 커피의 제조과정까지 화학의 영역이 침투했다는 신선함에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여기에 일상 속에서 그저 단순한 단어로 치부하던 다양한 화학 용어들 또한 그 단어들이 쓰이게 된 배경이나 어원을 소개해 주는 매력에 이끌리며 더욱 이해하기 쉬운 화학에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여러 줄임말로 이루어졌던 플라스틱 종류들도 구분할 수 있도록 그림 자료를 활용하며 과학적 접근으로 이어지는 구성에 화학과 지구를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어 딱딱함이나 별 무리 없이 화학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며 넘쳐나는 플라스틱의 홍수를 수치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교를 통해 언급하기에 학생들이나 화학과 지구 환경에 문외한인 독자들 또한 자연스레 그 심각성과 구체적 수치를 파악하게끔 자연스레 안내 해주었다.

노벨 평화상의 수상이 이제는 친환경과 지구를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돌아가게 되는 사실은 그만큼 화학과 지구가 긴밀한 관계를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증거이다.

우리가 범하는 사소한 나비효과가 지구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그린 이번 도서는 백해무익하며 장점이라고는 없을 것만 같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만 치부해왔던 플라스틱 사용이 거북의 껍질과 코끼리의 상아를 이용해 만든 사치품의 대체품임으로 사용되는 장점 또한 언급하기에 더욱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유통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70% 이상이 전용 매립장이 없어 외려 생분해 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태워지는 현실에 일반적인 경고와 심각한 현실 제시만을 제시하는 여느 도서들과 달리 지금 사용하는 제품을 당장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는 제2의 환경파괴까지 미연에 방지하는 가르침까지 선사하는 센스는 감탄을 불러일으키며 마지막까지 지구에 대한 희망으로 마무리하는 이번 도서는 환경과 지구에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기를 촉구하는 태도로 변화하며 소비하는 내가 되게 의지를 북돋워주어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
11P) 지구시스템이 건강을 잃고 이상 징후를 나타내는 현재의 모습은 지구 위의 물질들이 순환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37P) 학교에서 매일 플라스틱을 입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119P) 물질 순환고리의 회복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일입니다.

146P) 우리가 물질 순환 구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자연이 보여주는 인과관계를 따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01P) 역시 자연이 보여주는 해결책을 따라 하는 게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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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세끼 4
치즈 지음 / 므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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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듣던 음악을 우연히 다시 듣게 될 때, 당시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듯 사연이 있는 음식 역시 보고 먹게 되면 이 역시 그 안에 깃든 추억들이 소환된다.

우리 삶 속 희로애락을 그린 백수세끼는 일상에 지치고 사회의 풍파에 맞서며 사랑의 실패를 겪게 되는 청춘들의 오늘을 음식과 함께 성숙해지며 삶을 배워가는 경험으로 실감 나게 그렸다.

일상생활에서 쉬이 겪을 일들임에도 아직도 여리고 미성숙한 그들은 나약해 익숙해지거나 적응하기 어려워 자괴감과 시련을 연달아 마주한다.

누구나 흔히 감내해야 하는 일들이기에 크게 내색하지 못하고 스스로 앓게 되는 상황들의 연속은 우리들의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 상처받는 삶에 너무도 공감하며 울컥하게 설움을 자아낸다.

주인공마다 서로의 입장이 있기에, 각자의 시점에서 납득할 수밖에 없을 상황을 동상이몽으로 그려 흥미와 긴장감까지 연출했고, 현실에 치여 달리고 달려도 끝이 아닌 앞날에도 격려와 따스함 어린 조언으로 같은 조건임에도 상처받지 않게 되는 어른이 되게끔 용기를 주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재치 있게 등장해 섬세함에 감탄했고, 군침이 돌게끔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더욱 실감 나는 음식들의 향연은 식전에 읽다 보면 허기짐에 당장 해당 메뉴를 먹고 싶게 만들었다.

이번 독서 기간은 코로나19 감염으로 식욕을 잃고 코로나 블루라는 후유증으로 육체적 괴로움과 우울감마저 찾아왔던 기간이었다.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웹툰 형식의 백수세끼를 읽으며 나 역시 아직 늦지 않았다는 용기와 힘을 얻고, 소소한 웃음과 입맛까지 되찾게 치유가 되어주는 감사한 손길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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