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한강
권혁일 지음 / 오렌지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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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소재로 섣불리 담아내기 버거운 개념인 죽음과 그보다 몇 단계나 더 어둡고 숙연해 단어만으로도 가져오는 위압감이 상당해 한없이 침잠하게 만드는 자살.

이 가볍지 않은 소재들로 그려낸 제2한강은 이를 마냥 무겁게 다루기보다는 죽음과 자살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 설정으로 하여금 유머와 위트 활용해 주인공의 상황과 내면을 이해하고, 그에 응하는 위로와 격려의 손길을 건네며 작중인물들이 처한 위기를 포함한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등장인물들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며 구성하는 주변의 흔한 인물들로 설정되었으며 이는 곧 일상에 지쳐있는 독자를 반영한듯한 기시감을 주기도 한다.

현실의 고통 속 자살을 시도한 이후 다시금 살아가게 되는 곳에서 한 번 더 자살을 시도하면 비로소 무로 소멸한다는 신박한 줄거리와 추억의 물건을 소환해 내며, 푸른 세상을 바라본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작품에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장치가 되어 독자를 이끌고, 등장인물들이 겪는 절박함과 절실함 등의 감정을 기발한 비유들을 활용해 더욱 극대화시킨다.

또한 뒤이어 등장하는 새로운 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관점들은 그들의 치부인 그늘에 서서히 접근하여 이를 해소하며 온기를 전해 종국에는 뜨거운 눈물을 자아낸다.

안타까운 고통의 하루가 억겁의 시간으로 변모해 한 시간 단위로 이를 버텨낸다는 처절함, 걱정과 고통의 절절한 사연이 자책이 섞인 독백들로 더욱 적나라하게 나타나 가슴이 아플 정도로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일말의 이해와 공감, 위로만으로 달라질 사소한 것들이었음에도 그들을 자살로 몰고 간 상황과 세상이 너무나도 밉게 느껴져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하여 직접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우러날 정도로 안쓰러운 존재가 제2한강에서 위안을 얻고 감사를 느낄 때는 나 또한 작중인물에게 감사함마저 느끼게 되는 격한 공감의 홍수에 취해있던 시간이었다.

본문의 자살한 이들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와 고통으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해소해 주는 이들 역시 사람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제2한강에서 위로를 받고 전하는 이들에게 인간미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의 본성은 서로를 헐뜯고 해하는 것이 아닌, 헤아려 주고 위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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