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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집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9년 12월
평점 :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 이라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 그 중에 하나로 자이니치, 재일동포를 들 수 있다. 그러한 노마드로서의 재일동포로서는 강상중 교수와 서경식 교수가 익히 들어본 바다. 그런데 강상중 교수가 만년의 집이라는 책을 출간했다니 한번 읽어 본다.
책의 표지를 보면 푸른 언덕에 아늑한 집한채 그리고 그 사이에 난 길을 부부와 고양이 한마리가 거닐고 있다. 이것만 보면 여느 노년의 풍경처럼 푸르르고 좋아 보일뿐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닌 것이다.
왜 재일동포 최최의 도쿄대 교수인 잘나가는 작가는 그 숲에 들어가 살고 만년의 집을 썼을까?
그저 자연이 좋아 갔다고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싫다고 할 수 없는 그런 것이겠지..그냥 그렇게 살게 된 것이다. 마치 우리 동포 혹은 이민자의 삶도 그런 길위의 삶이 아닐까?
물론 직접적인 이유는 사랑하는 이의 이별이긴 하겠지만 여차저차 살게된 생활 속에서도 저자는 자연을 감상하고 때론 일구고 계절의 흐름을 보고 때로는 누구보다 가깝지만 멀리있는 조국의 현실을 누구보다 뜨겁게 이야기 한다.
책은 크게 5장으로 구분된다.
1장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하늘을 보며 이야기 한다. 사실 그 곳에서는 여름하늘에서 조국의 아픔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겨울벚꽃을 꿈꾸기도 한다.
1장에서 하늘을 보았다면 2장에서는 만물의 근원인 땅에서의 생활을 이야기 한다. 물론 제목은 식도이지만 결국 어머님의 말씀대로 잘먹고 잘싸는 문제. 결국 정원을 일구고 유년기를 회상 하기도 하고 어머니, 아버지, 장모님들 과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튀긴 두릅이나 머위 이야기등 서로 다른 식문화를 이야기도 하지만 결국엔 알몸으로 태어나 알몸으로 간다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일상의 소소함을 이야기 한다.
3장에서는 그 땅위에 피는 꽃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물론 꽃 이야기겠지만 아마도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과의 일화를 이야기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모두가 행복할 클레머티스 같은 나라를 염원하는 모습에서는 이민자로서의 삶의 아픔을 조금을 느낄 수 있었다.
4장에서는 강아지파였던 사람이 결국에는 고양이 집사가 된 이야기가 나온다. 누가에서 연유한 루크라는 친구와의 일화랄까? 물론 원하지 않음에도 어느샌가 스며드는 관계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느꼈다.
5장에서는 만년의 집에서 글을 쓰는 저자의 앞으로의 살아감에 대한 조용한 각오를 짧게 나마 이야기 한다. 동일본 지진 이후 일본사회에 번진 그늘이라거나 그 속에서 변한 자신의 삶에서도 꺾이지 않는 그런 삶.그곳이 어느 곳이든 열심히 살아간다면 고향이 아닐까? 이건 일본사회의 시민들에게 있어서도 혹은 재일 동포에게서든 이 세계의 수많은 노마드 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었던 저자의 이야기 였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 특히나 꽃이 피는 의미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꽃이란 수없이 피고 진다지만 그 자체로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 핀들 꽃은 태양을 염원하기 마련이고뿌리를 내린 그곳이 고향일 것이다.
- 아무쪼록 변변치 않는 독후감이 저자의 생각에 누를 끼치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