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 - 100년의 문학 작품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나민애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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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동 대학 학부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학자이자, 2007년 문학사상 신인평론상으로 등단한 이후 연구자와 평론가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십여 년간 신문 지면을 통해 칼럼을 연재하며 대중과 문학의 거리를 좁혀온 저자는, 그동안 <책 읽고 글쓰기>,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등의 저서를 통해 유려하고 다정한 문체를 선보여 왔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북다 신간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은 한국 문학 100년의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 142개의 단어를 매개로 삶의 결을 어루만진다. 자극적인 매체에 지쳐 모국어의 고운 결을 되찾고 내면을 다독이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이 단상집은 활자 그대로의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100년의 문학에서 발굴한 언어의 지층

저자는 하루에 하나의 단어를 쥐고 산책하듯 사유의 길을 걷는다. 책 속에 담긴 백마흔두 개의 낱말은 곧 백마흔두 개의 인생과 조응한다. 단순한 사전적 정의의 나열이 아니라.. 시와 소설 속에서 살아 숨 쉬던 어휘들을 현실의 맥락으로 호출하여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빛바랜 문학 작품 속에 화석처럼 굳어 있던 우리말은 저자의 세밀한 관찰력을 거쳐 현재의 기쁨과 슬픔을 대변하는 도구로 격상된다. 이는 언어가 단지 소통의 수단을 넘어, 한 사람의 내면을 구성하고 세계를 인식하는 창틀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일상의 온도를 바꾸는 단어의 마력

수록된 단어들은 저마다 고유한 체온을 지닌다. 일상의 소박한 풍경을 단어와 연결하는 솜씨는 탁월하다.

'말쑥하다' 편에서는 스물다섯의 화자와 스물아홉 남편 최성우가 처음 인사하러 온 날, 양말 밖으로 삐져나온 엄지발가락을 회상하며 이를 삶의 명화로 승화시킨다. 길고양이 오레오를 만지며 혹여 엄마가 슬퍼할까 봐 할퀴는 것을 걱정하는 어린아이의 까만 눈동자에서는 '무구하다'의 참뜻을 찾아낸다. 또한 김혜린의 만화 <불의 검>을 경유하여 쇳덩이를 수천 번 내리쳐 강철을 만드는 '벼리다'의 과정에 담긴 땀과 시간을 반추하고, 윤동주의 시 <산울림>을 빌려 언젠가 아들과 함께 메아리를 들으러 가고 싶다는 소망을 꺼내놓는다.

뜻밖의 횡재가 얼굴을 범람할 때 피어나는 '희색', 가슴 한구석을 저릿하게 만드는 '아리다'의 감각, 나이가 들며 비로소 갖추게 되는 적당한 거리감인 '데면데면하다'의 미학까지.. 저자의 글은 보편적인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길어 올린다.


상처를 껴안고 삶을 조각하는 태도

저자는 삶의 유한함과 쓸쓸함 앞에서도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는다. 몸을 둥글게 말고 추위와 외로움을 견디는 '웅숭그리다'의 모양새를 살피며, 내면의 슬픈 덩어리를 온전히 끌어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고 다독인다. 필립 아리에스의 저서 <죽음 앞의 인간>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아로새기다' 편에서는 추모 공원 비석에 남겨진 짤막한 묘비명을 통해 단단한 돌 위에 각인된 사랑의 의지를 읽어낸다. 누군가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바닥의 온기를 묘사한 '다사롭다'의 대목은 타인을 향한 연민을 자신만의 글로 다독인다.


곁에 두고 오래 음미해야 할 단어의 숲

북다 신간 <오래 곁에 두어 좋은 말>이 지닌 돋보이는 점은 독자에게 읽기의 속도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어 내려갈 필요 없이, 그날의 기분과 날씨에 맞춰 마음이 끌리는 단어를 찾아 펼치면 그만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고른 어휘도 신중하지만, 덧붙인 단상들이 읽기 아까울 정도로 어여뻐서 이 책을 편든다고 찬사를 보낸 이유를 단숨에 짐작하게 한다. 자극적이고 휘발성이 강한 텍스트가 범람하는 시대에 이 단상집은 머리맡에 두고 천천히 소화해야 할 정신적 자양분이다.


빈칸으로 남겨진 나만의 언어, 그 여백의 의미

마지막 장에 다다르면 인쇄된 문장이 없는, 빈 괄호와 밑줄만 덩그러니 놓인 '나의 단어' 페이지를 마주한다. 작가가 선별한 백마흔두 개의 어휘를 징검다리 삼아 건너온 이들에게, 이제 스스로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은 고유한 낱말을 건져 올려 보라고 권유하는 은밀한 초대장이다. 누군가가 미리 정의해 둔 뜻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삶 속에서 체화된 기억과 감정을 언어로 지어낼 때 비로소 독서는 완성된다. 텅 빈 여백에 펜을 들어 나만의 단어를 적어 내려가는 행위는 흩어지는 상념을 붙잡아 내면의 윤곽을 선명하게 다듬는 진중한 의식이다. 이 작은 기록의 실천이야말로 저자가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던 진정한 의미의 모국어 한글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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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아파트 4 - 공포의 학교 전설 ㅣ 요괴 아파트 4
도미야스 요코 지음, 야마무라 고지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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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아이들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읽기 참 좋은 책을 만났어요. 바로 도미야스 요코 작가님의 신간 <요괴 아파트 4: 공포의 학교 전설>이랍니다. 가람어린이 출판사에서 막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어요. 요괴 아이들이 한밤중 폐교에서 겪는 으스스한 사건들이 무서우면서도 흥미진진해서 눈을 뗄 수 없었답니다. 주변 엄마 아빠, 아이들에게 꼭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 자세한 서평을 남겨보아요.


간담이 서늘해지는 폐교 탐험 줄거리

인간들과 섞여 푸른들 아파트 지하에 사는 요괴 삼 남매가 이웃 마을 폐교로 담력 훈련을 떠나며 이야기는 시작돼요. 심술궂은 삐딱이가 천리안을 가진 외눈이와 마음을 읽는 마음이를 꾀어 한밤중에 학교로 향하지요. 폐교에는 기이한 소문이 가득해요. 아이들이 도착하자마자 한밤중에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해골을 마주치는 등 요괴들마저 기절초풍할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진답니다. 어두운 수영장과 텅 빈 운동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해요. 후반부에 밝혀지는 폐교의 숨겨진 전설과 수호신의 등장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짜릿한 모험의 재미를 안겨준답니다.


개성 넘치는 매력 만점 등장인물

이 책의 묘미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요괴 캐릭터들에 있어요.

  • 외눈이 이마에 커다란 눈이 하나 달린 아이예요. 천리안을 가지고 있어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아주 멀리 있는 깨알 같은 글씨까지 정확히 읽어낸답니다.

  • 마음이 상대방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지녔어요.

  • 삐딱이 남이 하라는 일은 일부러 거꾸로 하는 심술보 요괴예요. 이번 폐교 탐험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죠.

  • 수수께끼의 남자아이 폐교에 출몰하는 정체불명의 꼬마로 등장해요.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일까요?


시선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장면

기억에 남는 오싹한 장면은 외눈이의 야구 모자를 훔쳐 쓴 해골이 복도를 다각다각 걸어오는 모습이었어요. 어둠 속에서 모자의 작은 글씨를 발견하는 외눈이의 특별한 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죠. 어두운 운동장을 빙글빙글 도는 주경야독 동상의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묘한 웃음을 자아내요.

요괴가 폐교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설정 자체가 대단히 신선하고 재밌어요. 모두가 해피하게 마무리되는 결말도 무척 훈훈하고 인상적이랍니다. 야마무라 고지 작가님의 섬세한 연필선이 돋보이는 그림은 낡은 학교의 스산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 줘요. 공포와 유쾌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몰입하게 만든답니다.


엄마 아빠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는 이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독서 목적으로 이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해요.

  • 상상력 자극 흔한 귀신 이야기가 아니라 요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공포라는 점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한껏 끌어올려요.

  • 몰입감 높은 전개 짧은 호흡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어서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어요.

  • 훌륭한 조화 글의 재미를 높여주는 유머러스한 삽화 덕분에 그림책에서 글 줄 책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도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준답니다.


두근두근 아이들의 찐 반응!

많은 독자들 반응처럼 저희 아이들도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책에 빠져들었어요. 무섭다며 눈을 반쯤 가리면서도 다음 장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얼른 페이지를 넘겼답니다. 특히 해골과 동상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즐거워했어요. 다 읽고 나서는 우리 동네 학교에도 밤이면 수호신이 돌아다닐지 모른다며 한참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올가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짜릿하고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면..

가람어린이 신간 <요괴 아파트 4: 공포의 학교 전설>을 꼭 함께 읽어보시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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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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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 최초의 SF 수상작, 오수완이 그려낸 낯선 세계

다산책방에서 출간된 오수완의 장편소설 <에케 호모>는 제16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단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작품이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의의는 순수문학의 산실로 여겨지던 혼불문학상 역사상 최초의 SF 수상작이라는 점에 있다. 1970년 철원 출생으로 경희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오수완 작가는 2010년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중앙장편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후 2020년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로 세계문학상을 거머쥔 이력이 있으며, 이외에도 <탐정은 어디에>, <축구의 풍경> 등 다채로운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그의 행보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는 언제나 책과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려는 인간의 의지였다. 이번 신작 역시 그 연장선에 놓여 있으면서도, 재앙으로 인류의 99퍼센트가 사라진 멸망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아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최진영, 박준 등 쟁쟁한 작가들이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낸 이유는 자명하다.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기필코 지켜내야만 하는 다정함과 사랑의 본질을 밀도 높은, 간명한 문장으로 직조했기 때문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선호하는 독자는 물론, 건조한 일상 속에서 타인을 향한 연민의 감각을 일깨우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할 만한 소설이다.


무너진 문명, 파괴자이자 구원자인 노먼의 궤적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길, 휴게소, 케산, 터빈, 웨이, 헤드, 스포, 샌달, 사막, 노드, 마지막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한 소녀와 한 남자의 로드무비 같은 서사가 펼쳐진다. 문명이 붕괴하고 판과 건물이 쓰러진 황량한 도시에서 주인공 노먼은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 서브와 함께 정처 없는 여정을 이어간다. 풍력발전 터빈이 돌아가는 도시 케산의 묘사나, 낡고 부서진 사물들을 수리하며 연명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냉랭하고 잔혹한 공기를 리얼하게 전달한다.


역설의 초월자, 대다수를 지우고 단 하나를 살려내다

평범한 생존기처럼 보이던 서사는 노먼의 실체가 드러나며 거대한 반전을 맞이한다. 노먼은 단순한 수리공이 아니라, 불 대신 충격파를 사용해 인류 대다수를 절멸시킨 파멸적인 신이자 초월적 존재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를 '프라임'이라 부르며 맹목적으로 숭배한다. 여기서 서사의 기묘한 모순이 발생한다. 전 지구적인 살상을 자행한 절대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브라는 작은 여자아이 하나를 세상의 잔혹한 폭력으로부터 온전히 보호하지 못한다. 흉터가 있는 사냥꾼이 아이를 강간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무참한 일상의 위협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노먼이, 역설적이게도 오직 서브를 지켜내기 위해 대다수 인류를 지워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한 것이다. 노먼이 먼지투성이 서브를 꼼꼼하게 씻기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지극한 정성이나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치려 애쓰는 사소한 행위들은, 그가 저지른 거대한 학살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기이한 온기를 만들어낸다.


이 사람을 보라, 폐허 속에서 여전히 인간으로 산다는 것..

오수완 작가의 문체는 감정을 소리 높여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다. 철저히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참혹한 재난 상황이나 절망적인 내면을 묘사할 때도 수사를 최소화한 채 인물의 행동과 대화를 건조하게 스케치한다. 이러한 정제된 스타일이 오히려 행간에 숨겨진 슬픔과 애틋함을 배가시키는 촉매로 작용한다. 소설 속 노먼의 독백인 "나는 그들 중 하나가 아니었고 내게 중요한 것은 오직 너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라는 문장은 이 작품의 핵심을 관통한다.


<에케 호모>라는 제목은 요한복음에서 빌라도가 예수를 군중 앞에 세우며 한 말인 '이 사람을 보라'를 뜻한다. 인간의 도덕과 법률로는 심판할 수 없는 초연한 존재를 가리키는 이 제목은 노먼의 정체성과 직결된다. 이 소설은 대단한 히어로 서사나 초능력, 첨단 기술의 경연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망가진 안경다리를 접착제로 붙이고, 아이의 몸을 닦아내는 구체적인 행위들을 통해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분투를 증명한다. '폐허 속에서 여전히 인간으로 산다는 것에 관하여'라는 문구처럼.. 작가는 모든 것이 사라진 후에도 끝끝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혼불문학상이 이 낯설고도 서글픈 SF 서사에 손을 들어준 까닭은, 그 질문이 동시대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급하고 본질적인 화두임을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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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박대가 취미입니다만
김호이 지음 / 온프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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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14년의 인터뷰 여정

시험 성적이나 화려한 배경 대신 오직 질문 하나를 무기 삼아 세상의 문을 두드린 청년이 있다. 신간 <문전박대가 취미입니다만>은 아무런 스펙도 없던 10대 소년이 정해진 한계를 부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간 열정적인 성장 기록이다. 온프북스에서 출간된 이 책의 저자 김호이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마이크를 잡은 이후, 14년 동안 짐 로저스부터 박영남 성우까지 600명이 넘는 인물을 만나왔다. 전작 <인생은 호이처럼>과 <우리가 만들어 가는 명언>을 통해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을 조명했던 저자는 이번 신간에서 그간 겪었던 숱한 좌절과 이를 극복한 끈질긴 도전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나태주 시인을 비롯해 만화가 김수정, 배우 김응수, 교수 최재천 등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이 도서를 권하는 이유는 단순한 성공담을 넘어선 치열한 실천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답 밖으로 튀어나온 대담한 시도들

책은 총 4부로 나뉘어 무모해 보이는 발걸음이 어떻게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졌는지 서술한다. 목차에서 엿볼 수 있듯 저자의 도전 의식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일곱 살 무렵, 낯선 어른에게 길을 물어 홀로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향했던 일화는 그의 타고난 호기심을 증명한다. 중학교 3학년 시험 기간에는 공부 대신 행사장으로 발길을 돌려 무작정 회장님을 불러 세워 멘토를 자청하게 만든 에피소드 역시 흥미롭다.

영어 단어장 대신 질문지를 들고 강연장에 가거나 수십 통의 메일을 보내는 대신 비눗방울 쇼를 준비해 시선을 끄는 등 상식을 깨는 접근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자는 첫 섭외 메일을 보내며 끊임없이 망설이고 두려워했지만 결국 전송 버튼을 누르는 용기를 냈다. 거절당하는 상황 자체를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해결책을 찾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태도는 인상적이다. 이러한 단단한 마음가짐이 수많은 명사의 입을 열게 한 진정한 비결일 것이다.


시간의 가치를 새긴 고유한 기록법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대목이 있다. 바로 저자가 인터뷰이들과 나눈 소중한 순간을 보관하는 '시간 영수증'이다. 본문에 등장하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차준환, 이지선 교수, 만화 <둘리>의 김수정 작가, 가수 인순이 등과 함께한 영수증에는 만난 날짜와 함께 나눈 활동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돈이 아닌 함께 호흡한 시간을 합계 금액으로 계산하는 발상이 돋보인다. 상대방의 서명과 짧은 응원 글귀까지 담긴 이 영수증은 단순한 정리를 넘어 타인과 교감한 찰나를 영원으로 묶어내는 저자만의 독창적인 노하우다. 더불어 수년 동안의 취재 내용이 가득 적힌 다이어리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사진은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낡고 손때 묻은 수첩들은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현장을 누볐으며,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단단한 내면을 다져왔는지 보여준다.


실력을 뛰어넘는 진심과 소통의 힘

수백 번의 인터뷰를 성사시킨 원동력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진득한 정성이다. 최재천 교수는 추천사에서 약 5년 전 강연장에 찾아와 자신을 김호이 기자라고 소개했던 소년의 맑은 눈빛을 회상한다. 정반대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저자의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며 창의적인 별종이라고 극찬하는 대목에서 그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짐작할 수 있다. 소통이 단절되어 열등감과 우울감에 빠지기 쉬운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 김호이의 소통법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배우 김응수 또한 문전박대도 훌륭한 경험이자 배움이라고 격려하며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묻고 더블로 가라는 진솔한 응원을 보낸다. 상대방의 거절에도 위축되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이라는 문을 두드린 과정은 타인의 삶에 밑줄을 긋고 희망을 배달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성실함이 빚어낸 기적,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문전박대가 취미입니다만>이 지닌 참된 가치는 단순히 유명인을 만난 에피소드 나열에 그치지 않는다. 새벽 첫차를 타고 현장에 달려가 밤늦게 막차를 타고 돌아오며 체중이 10kg이나 빠질 정도로 고된 일정을 소화한 저자의 행보는 성실하고 주도적인 삶의 태도 그 자체를 대변한다. 개그맨 김재우가 건넨 "기자란, 상대방이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집요해야 해요"라는 조언을 나침반 삼아, 저자는 예의를 갖추되 목적을 잃지 않는 건강한 끈기를 습득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무서워서 멈추는 것을 가장 큰 손실로 여기는 그의 철학은 긴 여운을 남긴다. 숱한 거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다이어리를 채워간 저자의 궤적은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부터 새로운 도전을 앞둔 어른까지 모든 이가 곁에 두고 읽어야 할 필독서로 권하는 분명한 이유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는 경청의 마력

인터뷰를 진행하며 저자가 얻은 귀중한 깨달음 중 하나는 세상에 결코 평범한 서사를 가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특출나지 않아 보이는 이들조차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지니고 있다.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수록 표면적인 정보 수집을 넘어 상대방의 진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핵심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상대를 진실하게 이해하려는 태도에 달려 있다. 자신이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보다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의 힘이 얼마나 거대한지 이 책은 여실히 증명한다.


멈추지 않는 발걸음이 만들어낸 뜻밖의 기회

이 에세이가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 자체도 무모하리만치 집요한 저자의 실행력 덕분이다. 유튜브 채널 사내뷰공업의 김소정 PD를 섭외하기 위해 온프북스에 연락을 취했던 우연한 시도가 마침내 도서 출간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 나태주 시인의 추천사처럼 일원화된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자세는 삶의 온갖 장벽을 허무는 원동력이다. 김소정 PD 역시 숨겨왔던 비밀까지 털어놓게 만드는 저자의 묘한 매력을 언급하며, 이승희 마케터는 그가 앞으로 또 누구의 문을 두드릴지 기대감을 표한다. 굿즈 스티커에 적힌 "거절당할 용기"나 "가장 큰 손실은 무서워서 멈추는 것"이라는 문구는 머뭇거리는 현대인들에게 뚜렷한 이정표를 제시한다. 계속해서 세상의 문을 두드린다면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다.


세상이라는 벽 앞에서 주저하는 이들에게

<문전박대가 취미입니다만>은 모든 것을 갖춘 엘리트나 금수저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던 자신이 세상 속에 뛰어들어 부딪히고 깨지며 성장해 온 청년의 진귀한 경험담이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려다 주저하고 있거나 현실의 장벽이 유독 높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이 에세이가 내딛는 첫걸음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남들이 스펙을 쌓을 때 거절을 감수하며 질문을 쌓아 올린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롭고 다양한 시선을 얻게 된다. 실패를 무릅쓰고 기꺼이 타인의 세계로 뛰어들 준비가 된 모든 이에게 확신을 담아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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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재발견 - 제대로 사랑하고 싶은 나를 위한 관계 수업
스마일펄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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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출간된 푸른향기 출판사의 신간 <사랑의 재발견>은 제대로 된 관계 맺기를 갈망하는 이들을 위한 심리학 에세이다. 저자 스마일펄은 2023년 전작 <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통해 가족 내 상처와 독립의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현재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며 유튜브 채널과 브런치에서 활발히 소통 중인 저자는 과거 매체에 연재했던 글들을 정교하게 다듬어 이번 단행본을 엮었다. 주요 서점에서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이 책은, 우리가 사랑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선언으로 서막을 연다. 출간 소회에서 저자는 잦은 관계의 실패가 결국 스스로 사랑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뼈아픈 자각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반복되는 연애 패턴으로 지치거나 이별, 애착 문제 앞에서 길을 잃은 어른들을 위한 관계 수업이다. 단순한 위로를 넘어 관계의 근본적인 원인을 점검하고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적극 권장한다.


사랑은 운명이나 감정이 아닌, 학습이자 능력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사랑을 운전이나 수영에 비유한다. 올바른 조작법을 익혀야 안전하게 나아갈 수 있듯, 사랑 역시 부단한 연습과 학습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개 부모라는 첫 강사에게 사랑을 배우지만, 그들이 잘못된 핸들 조작 습관을 지녔다면 자녀 역시 위태로운 방식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살아가게 된다. 저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을 인용하여 이를 명확히 짚어낸다. 극 중 노부요(안도 사쿠라)가 학대받던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를 껴안으며 폭력이 아닌 따뜻한 수용만이 진짜 사랑임을 증명하는 대목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어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 속 델타 계급 아기들의 조건반사 훈련을 언급하며, 잘못된 양육 환경이 어떻게 인간의 관계 맺기 방식을 영구적으로 왜곡하는지 예리하게 통찰한다. 가정에서 폭력이나 방임을 경험한 이들이 그것을 사랑의 일부로 맹신하게 되는 비극적인 메커니즘을 분석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대목이 돋보인다.


무의식적인 반복강박과 사랑의 8가지 유형

저자는 로버트 스턴버그(Robert Sternberg)의 '사랑의 8가지 유형' 이론을 책 42페이지에서 인용하며 친밀감, 열정, 전념이라는 세 가지 구성 요소를 통해 관계의 형태를 진단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어린 시절 양육자와 형성한 애착 관계의 결핍을 성인이 된 후에도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려는 '반복강박' 현상을 꼬집는 대목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속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서로의 부모와 닮은 성향에 끌리는 현상이나, 라쿠나 직원이 기혼자인 원장에게 다시 끌리는 묘사를 통해 이 비극적인 굴레를 설득력 있게 증명한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며 관계의 민낯을 해부하다

책을 읽다 보면 연애, 결혼, 이별, 외도까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사랑의 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 속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의 관계를 통해 회피형과 집착형 애착 유형이 왜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파국을 맞이하는지 분석한다. 나와 전혀 다른 성향에 매력을 느끼지만, 결국 그 다름 때문에 상처받는 연인들의 엇갈린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책 53페이지, 애인이 단순히 나에게 잘해준다는 이유로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을 짚으며, 이를 사랑이 아닌 애정결핍과 외로움의 탈출구로 규정한다. 나아가 88페이지에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 사례는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며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는 태도가 결국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임을 경고한다. 섹스와 스킨십 역시 상대의 압박이나 관계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따른 주체적인 선택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결혼을 연애의 완성으로 보지 않고 이별을 사랑의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 저자의 시각은 신선한 해방감을 안겨준다. 특히 이혼이나 외도처럼 겉으로 다루기 꺼려지는 주제조차 도덕적 단죄를 넘어 현상 이면의 결핍을 탐구한다. 저자는 이혼을 인생의 오점이나 실패로 깎아내리지 않고 하나의 사건이자 긍정적인 감정의 종료표로 해석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랑은 붙잡는 마음보다 놓아줄 수 있는 마음에 가깝고 구원하려는 열망보다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라는 문장은 상대를 소유하려는 이기심을 내려놓게 만든다. 껍데기만 남은 부부의 속사정이나, 외도한 사람이 오히려 당당하게 행동하는 방어 기제 등 관계의 붕괴 속에서 인간이 보이는 취약성을 파헤친다. 나아가 짝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맹목성, 연민과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오류, 자존감 낮은 연애의 굴레 등 누구나 겪어보았을 감정의 혼란을 명쾌하게 진단한다.


결혼은 환상이 아닌 현실적인 자아정체감의 시험대

결혼을 다루는 저자의 통찰은 한층 날카롭다. 저자는 많은 커플이 '결혼'이라는 험난한 일상 대신 화려한 '결혼식'에만 매몰되는 현상을 비판한다. 배우자를 평생 함께 살아갈 룸메이트로 바라보고 생활 규칙이나 정치적 성향, 가치관의 유사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더불어 제임스 마르시아(James E. Marcia)의 '자아정체감 이론'을 147페이지에서 소개하며, 결혼이 개인에게 정체성 유예나 혼미를 넘어 새로운 정체성 성취를 요구하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임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한다. 이어 영화 <클로저> 속 네 남녀의 엇갈린 관계 패턴을 분석하며, 사랑을 소유와 통제의 문제로 전락시키고 자기 안의 결핍을 타인에게서 채우려는 시도가 얼마나 공허한지 낱낱이 파헤친다.


진정한 사랑과 이별을 배우는 인생의 지난한 과정

인생은 결국 진정한 사랑과 이별의 의미를 깨닫고 이를 부단히 배워나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책의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아영과 상우의 일화는 이러한 삶의 진리를 보여준다. 10년을 연애하고도 섣불리 결혼이라는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자유를 존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관계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매달리는 것은 진짜 사랑이 아니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이란 자신의 외로움과 두려움, 자유와 욕망을 충분히 마주한 뒤에도 다시 상대를 선택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그래도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하는 것." 이 간결한 통찰은 막연히 설레는 감정만을 좇던 낡은 태도와 결별하도록 이끈다.


"우리는 완전한 사랑을 이상향으로 두고 꿈꾸지만, 완전한 사랑은 사랑의 시작점이자 과도기일 뿐, 사랑의 종착점은 아니다."_42p


책 속 문장은 긴 여운을 남긴다. 관계의 실패로 자책하거나 이별의 상처로 주저앉은 이들, 그리고 스스로 자기만의 운전대를 쥐고 건강한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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