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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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잊히기를 바랐나. 스스로 잊기를 바랐나. 그곳의 아이들은 잊히기를 바랐던 아이들일까, 아니면 잊고 싶은 게 있었던 아이들일까. 나는 잊히고 싶지도, 잊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돌아왔다. 왝왝이의 세계에 남을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기로 했다."_120p



아빠 몰래 학원을 그만둔 연서. 우산 없이 비 오는 거리를 헤매고, 아빠는 연서가 먹는 우울증 약을 숨기기에 바쁘다. 어느 날 테니스 코트 옆 하수구 근처를 걷다가 "왝왝!" 소리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개구리나 맹꽁이인 줄 알았던 그녀가 플래시를 비추자, 수면 위에 뜬 사람의 두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다.


연서는 두려움을 떨치고 하수구 아래로 내려간다. 구불한 하수도를 지나 투명한 막을 뚫고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지고, 그 소년이 머무는 기묘한 세계가 펼쳐진다. 연서는 지상 어디선가 마주친 듯한 소년의 이름을 '왝왝이'라 부르고,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끔찍한 버스 사고를 겪은 연서는 현장에서 친구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참사의 자세한 정황은 묘사되지 않고 단편적인 피해 상황 만이 소환된다. 그녀는 참사의 후유증, 충격으로 인해 그날의 기억, 동승했던 탑승자의 이름 등을 떠올리지 못한다. 사고 이후 학생회는 희생자를 기리고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추모제'를 기획하지만, 이런저런 잡음에 시달리며 행사 준비는 난항에 부딪힌다.


연서는 마음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울 때마다 '왝왝이'가 기다리는 하수구 아래 세계를 찾는다. 그곳에는 지상의 괴로운 기억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망각의 시간으로 유도하는 열매가 존재했다. 일종의 보호소, 대피처, 은신처라고나 할까. 왝왝이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 만큼 그의 존재는 지상에서 잊히고, 그 또한 지상에서의 기억을 소멸시켜 가는데..


연서는 자신과 뜻이 맞는 혜민, 효정과 함께 왝왝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하수구 안을 헤맨다. 와중에 그녀가 아끼던 길고양이 '옥이'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자주 호명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행위인지를 깨닫는다.


연서와 친구들이 '왝왝이'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마음속 깊은 어둠과 상처를 마주하고 보듬어 주면서, 그가 금단의 분홍 열매가 아닌 자신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지상에서의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기 시작했을 때..


연서는 교실의 빈 책상, 책상 위 새겨진 비뚤배뚤한 낙서. 그 책상에 자리했던 누군가의 존재를 수면 위로 떠올리면서.. 비로소 '왝왝이'가 누구였는지를, 그의 이름 석 자를 트라우마와 망각의 수렁에서 건져낸다.



제15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로아 작가' 장편소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참사 이후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당시 기억을 상실한 연서가 하수구 속 지하세계에서 비슷한 사연을 지닌 왝왝이와 교류하며 충격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이야기. 결국 연서와 왝왝이는 서로가 거울을 바라보는 것처럼 닮은 꼴이고 유사한 존재이다. 마음을 담아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희망적인 기억을 떠올릴수록, 흐트러진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처럼 자의적인 도피, 무심한 타의에 의해 소거된 존재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음침한 하수구에 침잠하고 은둔했던 왝왝이가 친구들에 의해 이름을 찾고 호명되며 관련 기억이 재생될 때, 그는 중독적인 금단의 열매를 끊고 나와 지상의 밝은 빛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눈빛을 교환하며 각자의 이름을 불러주는 한, 세상은 그들을 기억할 것이고 그들 또한 당당히 자신을 세상 밖에 내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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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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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 30년간 쉼 없이 작품을 출간한 '천쉐 작가'의 <마천대루>가 국내 출간되었다.

2015년 초판 출간되었고, 저자의 소설 작품으로는 국내 첫 출간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안젤라 베이비 주연의 총 16부작 드라마 <마천대루>의 동명 원작이다.


서문에는 폐허가 된 몇몇 마천루의 날 풍경이 자세히 묘사된다. 박살 난 유리, 시멘트 등 온갖 폐기물이 산적한 중정과 슬럼가로 쇠락한 고층 건물의 스산한 풍경. 부랑자에 노숙자, 마약 중독자, 범죄인 등이 은거하는 빌딩은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머물고 나가면서 끊임없이 생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높이 150미터, 지상 45층.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고층 아파트 '마천대루'에 거주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차례로 소개된다. 교통사고를 낸 죄책감에 유가족을 돕느라 경비원 직에 종사하는 '셰바오뤄'. 이리저리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 방랑하는 어머니와 계부에게 학대받다가 가출하여 카페 매니저를 하는 '중메이바오'. 부동산 중개인으로 마천대루의 공실에서 다른 여성들과 밀회를 즐기는 '린멍위'. 메이바오의 과거를 알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린다 썬'. 온실 속 화초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린다 썬의 아내 '리모리'. 광장 공포증이 심해져 두문불출하다가 전업으로 웹 소설을 쓰는 '우밍웨'까지..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현대판 바벨탑, 마천대루에는 제각기 사연과 욕망을 지닌 인간 군상들이 한데 어울리고 충돌하며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빼어난 외모와 상냥한 성격으로 다른 지역에까지 이름이 알려진 중메이바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형사들은 피해자 주변에 얽힌 인간관계와 거주민들의 알리바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천대루 층층칸칸 덮인 추악한 비밀이 드러나고, 동시에 중메이바오를 감싸고 보호하기 위한 온정도 존재했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에게 표정 없이 무관심한 듯하지만 미로처럼 뻗은 환기구를 통해 관음증 어린 시선이 번득이기도 한다. 중메이바오의 약점을 쥐고서 그녀의 뒤를 쫓는 계부 '융위안' 그녀가 물심양면 지원하는 허약하지만, 예술적 재능이 넘치는 미소년 동생 '옌쥔'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마천대루에 숨어들어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지우고 새 출발을 시도했던 중메이바오. 그녀의 비통하고 안타까운 죽음은 소설의 마지막, 마천대루의 일상을 담담히 묘사함으로써 그 비극성이 극대화된다. 마녀사냥하듯 그녀를 추적하고 악인을 동정하며 상품화하던 미디어는 어느새 태도가 돌변하여 잠잠해진다.


수많은 이들의 생사가 갈리고, 무수한 만남과 사랑, 이별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을 품은 '마천대루'는 여전히 비밀을 간직한 채 우뚝 서 있다. 스러지는 이들을 위한 묵시록이자 묘비로 남은 거대한 마천루.


누군가의 길지 않은 생애, 비극적인 죽음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때로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 소설은 쓰였다. 드라마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텍스트를 접해야만 알 수 있는 디테일한 속 이야기를 접하고 싶다면.. 인플루엔셜, 천쉐 작가 소설 <마천대루>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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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시리즈 2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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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정세랑 작가의 통일신라 여성 탐정 '설자은' 시리즈가 2권으로 돌아왔다.

<설자은, 불꽃을 쫓다>는 당나라 유학파 출신 통일 신라의 남장 탐정 설자은이 금성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방화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리즈 전작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에서 죽은 오빠를 대신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난 설자은은 금성으로 돌아와 백제 장인 목인곤을 식객으로 들여 함께 사건을 해결했어요. 결국 하늘 같은 왕의 눈에 띄어 집사부의 대사로 임명되었지요.


7세기 통일 신라는 번성했지만, 수도 금성은 구려인, 백제인, 말갈인 등 여러 민족들이 뒤섞인 혼란의 도가니였어요. 오늘도 금성의 번화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잿더미 속에서 몇 구의 시신을 발견했어요. 문제는 불탄 시신들이 고문 당한 흔적이 있거나, 이미 목이 베인 살해 흔적이 역력하다는 것. 

몇 차례의 연쇄 살인/방화 사건이 터지면서 신문왕은 대사 설자은을 불러 상황을 묻고 어렴풋한 힌트를 주기도 해요. 통수가 뾰족한 말갈인들의 시신, 자금서당, 흑금서당, 청금서당의 대립과 반목은 방화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설자은은 목인곤, 남동생 호은, 여동생 도은, 진골 여성 산아 등 동료들과 합심하여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나갑니다.



"지귀는 올 것이다. 얼룩져 부패해가는 금성을 처음으로 돌리기 위해서, 훨훨 날아올 것이다!"



혼탁해진 금성을 정화하기 위해 불귀신 지귀가 내려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가운데, 설자은은 과연 사건을 해결하고, 왕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도 흥미진진해요. '탑돌이'를 하던 도은에게 전해진 설자은의 납치 소식. 왕명으로 다섯 작은 수도, 오소경으로 떠난 이들의 재물 갈취 사건까지.. 


베일에 싸인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설자은은 왕이 내린 흰 매가 새겨진 칼을 휘둘러 악한 기운을 내쫓고, 악인을 베어버릴 수 있을까요? 그 와중에 설자은 만이 품고 있는 사려 깊은 마음으로 무고한 이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기대됩니다.


설자은 시리즈는 후속편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가 이어 출간될 예정이에요. 통일신라 천년 수도 금성에서 펼쳐지는, 매력 넘치는 캐릭터 설자은과 동료들이 활약하는 미스터리 사건 해결 모험기. 잔인 무도한 악의를 퇴치하고 정의를 되찾는 그녀의 맹활약에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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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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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개월에 글을 깨우치고, 만 3세에 시를 짓던 천재 아이. 허나 조선의 과거 시험을 준비하던 21세 청년은 수양 대군의 왕위 찬탈 소식을 듣고 소장한 책을 모두 불사르고 측간에 빠져 미친 척을 했다. 머리를 깎고 '설잠'이라는 법명으로 십 년 가까이 전국을 유랑하다가 경주 금오산에 정착하여 소설집을 남겼으니.. 그의 이름 김시습, 저작은 <금오신화>이다.


돌베개 '천 년의 우리 소설' 시리즈 14권으로 <금오신화>를 새로 펴냈다. 원문을 왜곡하지 않고 충실한 번역을 위해 정본을 엄선하여 이를 바탕으로 번역했다. 현대인이 흥미를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고루한 문체를 지양했고, 풍부한 해제를 통해 이해를 도왔다.


최초의 한문 소설로 알려진 <금오신화>. 책에 따르면 사실 최초의 창작 소설은 최치원이 지은 <호원(김현감호)>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일부 단락만 학습하고, 어언 30년이 흐른 후에야 완독하게 되었다.



남원에 '양생'이란 자가 이성을 애타도록 찾다가 밤에 등불로 점을 치고, 부처님과 저포(윷놀이) 내기까지 하며 한 여인을 쟁취했으니.. 첫 단편 <만복사저포기>부터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억울한 죽음으로 한 맺힌 여인을 만나 정을 통하고 이별을 하는 기담이 펼쳐진다. 시를 읊으며 사랑을 나누던 남녀가 선녀, 신선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취유부벽정기>를 지나면 '박생'이란 자가 염라왕과 만나 귀신과 도깨비의 섭리에 대해 거침없이 진담을 주고받는다.



<남염부주지>에서 주지할 부분을 인용한다.

"나라를 가진 자는 폭력으로 백성을 위협해서는 안 되오. 백성이 비록 두려워해 명령에 따르는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반역할 마음을 품어 시간이 흐르면 결국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오. 덕 있는 자는 힘으로 군주의 자리에 나아가지 않소. 하늘이 비록 자상한 말로 사람을 깨우치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일을 통해 보여 주거늘. 이를 보면 하늘의 명이 엄하다는 걸 알 수 있소. 무릇 나라는 백성이요, 명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오. 천명이 임금에게서 떠나고 민심이 임금에게서 떠나간다면 비록 몸을 보전하고자 한들 어찌 보존할 수 있겠소?"



김시습은 당시 집권했던 세조에게 이 말을 작정하고 진언하고 싶었으리라. 자신의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사육신을 비롯한 수많은 원혼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찔렀으니, 세조의 말년은 평탄치 않았다.


김시습이 염라왕을 통해 모든 군주에게 전한 진언은 600여 년이 지나, 수 세대의 역사를 관통하여 현시대에도 명심하고 가슴에 새겨야 할 고견으로 통한다. 무릇 나라는 민초들이 근본이 되어야 하는 세상이니, 이는 곧 대다수 민중의 뜻이 하늘의 명과 같다는 의미이거늘. 군주는 덕으로 하늘을 섬기고 지상에 발붙인 민초들을 달래어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야 자리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도다. 한국의 보수 우파, 군사독재 대통령 대부분은 어찌 이를 망각하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자리를 보전치 못하는 비극을 초래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니..


스스로 골방에 갇혀 쇠고랑을 차고앉은, 작금의 저 군주도 예외는 아니더라.




"폭군의 노여움을 받아

나뒹구는 사육신의 시신들 수습하고

경주 금오산에 은거하여

뜨락에 홀로 버티고 선 소나무 바라본다

등불 켜고 긴 밤을 향 사르고 앉아

한가로이 세상 진귀하고 풍류 넘치는 이야기와

시심 가득한 세계를 자아내니

굽이돌아 흐르고 흘러 여기 다다랐네"_153p, 갑집 뒤에 쓰다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영원히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그가 전하는 덕치주의, 민본위/천명 사상은 이 땅에서 다스리는 자가 태평성대를 위해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라 할 수 있겠다. 빠른 시일 내에 덕으로 민심을 헤아리고,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리더가 등장하여 혼란한 시국을 안정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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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 - 혁신 신약을 찾아서
조진호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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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스토리텔러 & 만화가 조진호 작가의 익스프레스 시리즈 신간이 출간되었다.

원자, 중력, 유전자, 진화론에 이어 바이오 테크와 혁신적인 신약을 다룬 그래픽 노블 <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를 내놓았다. 2012년 첫 시리즈 출간 이후 벌써 5번째 시리즈란다.



가족과 지인들 중에 몇 분을 암으로 떠나보냈다. 무릇 인간에게 암이란 존재는 죽음, 지옥과 동급인 존재다. 말기 암 환자의 상상을 초월한 고통은 한 인간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죽음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한다. 속수무책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 또한 두려움에 떨게 한다.


암은 인간의 생명 연장,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다. 정상적인 세포가 이상 분열하면서 종양으로 자라나고 주위 혈관을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신체의 면역계를 기만하고 속인다. 항암 약물이 투여돼도 얼마 못가 내성을 획득하여 끝없이 진화하는 지능적인 녀석이다. 암세포는 신경계, 림프구, 주요 장기를 잠식하고, 빠른 속도로 전이되어 인간의 영생을 가로막는다.


<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는 인간들이 암과 벌인 치열한 사투를 알기 쉬운 웹툰 형태로 기록한다. 화학 항암제, 표적 항암제에 이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항암 효과를 끌어올린 면역 항암제에 이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한다. 아드릭세티닙, Q901(CDK7 저해제) 등 암세포의 과다한 자가 증식을 저해하고, 면역계로 하여금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도록 작용하는 혁신적인 기전의 항암제를 설명한다.


더불어 3장에서는 혈액암, 자가면역 질환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프로테아좀 저해제를 알기 쉽게 풀어 알려준다. 조진호 작가는 암에 대항하는 바이오 테크 산업의 최신 동향을 재미있고 단순한 만화 형태로 그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 장, 여전히 치명적인 유행병으로 전 인류를 괴롭히는 '결핵'에 대한 신약 '텔라세벡'의 개발 과정과 기전을 이해하고 나면.. 한국의 바이오 테크 산업의 혁신성과 잠재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결핵에 감염되면 다수의 항생제를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고, 내성 결핵의 경우 제대로 치료가 안되는 위험이 상존했는데.. '텔라세벡'이 임상을 마치고 시판되면 단기간의 복용으로 내성 결핵 또한 치료될 수 있다고 하니, 한국 바이오 테크 산업의 위상을 높이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녕 암이란 존재는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생의 유한성,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전지전능한 신에 근접한 존재가 아닐는지.. 허나 우리는 첨단 바이오 테크/의학의 힘으로 면역계를 기만하고 항암제를 회피하는, 지능적이고 복잡한 암세포의 발목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한 피땀 어린 노력의 과정, 결과가 조진호 작가_<바이오테크 익스프레스>에 생생히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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