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리듬 (알라딘 한정판 표지)
엘라 윌러 윌콕스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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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 소개되는 <고독의 리듬>. 미국 여성 시인 엘라 윌러 윌콕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시 50여 편을 담은 책이다. 영화 <올드보이> 주인공 오대수의 방에 걸린 제임스 앙소르의 괴이한 작품 아래 적힌 문구로 알려진 <고독>이 실려 있다.



웃어라, 그러면 세상이 너와 함께 웃는다.

울어라, 그러면 너 혼자 울게 된다.

이 후줄근한 세상은 근심거리가 차고 넘치지

그래서 어디선가 즐거움을 빌려야 한다.

_<고독> 24p



그녀의 사랑 시들을 읽으며 나이 들었음을 새삼 실감한다. 어느새 결혼 15년 차, 사춘기에 접어드는 두 아이의 보호자로서 사랑은 더 이상 예전의 사랑이 아니다. 젊었을 적,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사랑에 빠져 꿈같은 시간을 즐기다, 선로 끝이 끊어진 줄도 모르고 파국을 맞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줄 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평생의 원수이자 숙적으로 돌변하여 악다구니를 내뱉고 돌아설 때의 참혹함과 아이러니라니.. 나 또한 증오와 미련에 사로잡혀, 마지막 정염의 불에 휩싸여 온갖 모진 말을 쏟아냈다. 끝없이 달릴 것만 같았던, 미친 사랑의 폭주는 화마에 삼켜져 활활 타올라 재가 된 이후에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사랑을 바라는 기도를 했더니 그 염원이 이루어졌다

전율하는 몸과 마음과 생각을

정염의 불길이 휩쓸었고

그 자리에 상처만이 남았다_<기도의 응답> 74~75p



이후의 일은 떠올리기가 힘들 정도로 괴로운 나날이었다.

사랑과 이별로 인해 가슴에 대못이 박힌다는 의미를 체감적 증상으로 깨달았다. 심장이 꿰뚫리는 것 같은, 숨쉬기 힘든 고통이 이어졌다. 지난날의 눈부시고 화사하고, 영광스러운 나날들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심장을 겨냥했다.


진정한 사랑을 이어가지 못했다는 좌절과 실망감. 그보다 앞서 연이 아니었음에도, 비극을 예감했음에도 끝까지 밀어붙인 어리석음과 집착에 대한 후회와 자책. 다시는 불같은 사랑에 빠지지 못하리라는 불안과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후회라는 이름의 유령이 있다.

비애와 비슷한 옷을 입었지만

얼굴은 더 아름답고 희미하다_<후회> 122p



무력하고 공허한 나날에서 벗어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번의 조심스러운 만남이 이어졌지만, 흐지부지 끝을 맺거나 실연의 아픔이 이어졌다. 이전 격정적인 사랑의 결말을 겪어봤기에 후유증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마음을 비운 채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짐한 2009년 가을 어느 만남에서 평생의 인연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그간의 엇갈린 만남과 무수한 사랑의 시행착오, 실수가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과 행복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두 아이가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일상으로 굴러가는 결혼 생활이 겹겹 쌓이면서 우리는 사랑의 일부가 우정으로 치환되어 관계를 돈독히 유지함을 깨닫는다. 몇 번의 격랑이 우리를 덮쳤지만, 우리는 그 위기를 어떻게든 넘겼고 삶은 그렇게 흘러갔다. 이제는 지난날의 상처가 아물어 희미해졌음을 느낀다. 하지만 오늘처럼 날씨가 우중충하고 흐릿할 때, 인생과 사랑의 희로애락에 통달한 시인의 작품을 홀로 읽을 때면.. 가슴 한 켠이 시려오곤 한다.


아릿한 통증에 가슴 언저리를 둥그스레 쓰다듬는다. 가끔 만져질 때가 있다. 거듭 덧나고 아물어서 볼록 도드라진 흉터 자욱. 사라진 줄 알았던 유령이 다시 출몰하려 한다. 망각의 무덤 아래 묻힌 그녀가 다시 몸을 일으켜서는.. 뾰족한 손톱으로 내 심장의 가장 연약한 부위를 긁어대고 꼬집는다.



이번엔 꽤 아프다. 엘라 윌러 윌콕스의 <고독의 리듬>은 숨기고픈, 은밀한 내 통점을 제대로 자극했다.

지하에서 깨어난 유령은 음산하고 불규칙한 리듬에 맞추어 탭 댄스를 추었다. 머리를 산발한 채, 내 온몸을 더듬어 스텝을 밟는 그녀가 어서 잠들기를 고대했다. 반가운 마음이 살짝 감도는 건.. 실로 오랜만의 조우이기 때문일까.

난 결코 가볍지 않은 시집을 덮고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심호흡을 반복했다.

어느새 눈이 감겼다. 꿈결에 들리는 아득한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었던 것만 같다.






#서평단 #시감상단 #고독의리듬 #엘라윌러윌콕스 #이루카옮김 #에로티시즘 #아티초크출판 #고독 #올드보이명대사 #시집추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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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백화점 - 세상에 없는 것만 팝니다 동시만세
권영상 지음, 효뚠(이효경) 그림 / 국민서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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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를 사랑하고 동글 말랑한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 어서 오세요!

권영상 시인과 효뚠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나 <동시 백화점>을 오픈했답니다.


권영상 시인은 초등 2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동시 <바람은 착하지>로 잘 알려져 있어요.

효뚠 그림작가는 귀엽고 아기자기한 동물, 풍경 일러스트로 유명하지요.


동시 백화점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백화점과는 많이 달라요.

세상에 있을 법도 한데, 없는 것들만 고르고 골라서 판다고 해요.

1층부터 5층까지.. 마음관, 계절관, 곤충관, 잡화관 그리고 하늘공원까지.

그동안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흘려보낸, 사소하고 미미하지만 놀라운 것들을

고르고 모아서 정성스레 진열했답니다.

작가님들은 동시와 그림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진심을 다해 공들여

쓰고 그리고 다듬었다고 해요.



자, 이제 백화점 문을 열고 쇼핑을 해볼까요?

각양각색 웃음을 파는 가게가 눈에 띄어요. 사계절관에는 지하를 탐험하는 두더지 여행사와

아담한 두꺼비 집이 어서 오라 손짓하네요.

곤충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3층에 들러보세요. 시골 개미와 매미, 거미 등 온갖 생물들이 가득하답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준비한 4층 잡화관에는 무지개 의상실과 수선 가게, 그림자를 바꿀 수 있는 특별관이 눈길을 끌어요. 마지막 5층 하늘공원은 달빛, 별빛 수놓은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어요.

이곳저곳 구경하느라 힘이 빠졌다면.. 우리 모두 달콤한 별별 색색 별사탕을 맛보며

잔디밭에 편히 누워 하늘을 올려봐요.


"동시 백화점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백화점이야."

"최고의 쇼핑 경험을 선사하는 동시 백화점, 모두들 놀러 오세요!"

"동시 백화점 2호점 오픈은 언제 하나요? 너무너무 기대돼요."


탁 트인 하늘 공원 여기저기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요.



어린이 여러분..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없는 게 없는 핫플레이스, <동시 백화점>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엄마, 아빠도 함께 머무르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겁니다.




#서평단 #동시백화점 #권영상시인 #효뚠 #국민서관 #동시만세 #바람은착하지 #세상에없는것만팝니다 #1층부터5층까지 #동시그림가득 #동시집추천 #그림책추천리뷰 #핫플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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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삶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3
그라실리아누 하무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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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멈이 옳을 것이다. 어멈은 항상 옳았다. 이제 어멈은 아이들이 커서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싶어 했다.

"소몰이꾼이 되겠지." 파비아누가 말했다.

비토리아 어멈은 질색하며 고개를 부정적으로 흔들었고, 그 바람에 하마터면 양철 트렁크를 떨어뜨릴 뻔했다._155p



20세기 브라질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는 '그라실리아누 하무스'의 대표작이자 윌리엄 포크너 상 수상작인 <메마른 삶>이 국내 초역, 출간되었다.


표지는 황량하고 건조하다. 어디에도 발길이 머무르고 희망이 자리할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유랑자들의 불확실한 미래를 상징하는 것처럼, 불투명하고 명확지 않음이 가득하다. 사체가 썩는 내음이 진동하는 불모지, 카칭가를 헤매는 이들. 소몰이꾼 파비아누, 비토리아 어멈, 부모를 따르는 두 아이들과 충견 발레이아 그리고 곧 죽음을 맞이할 대형 앵무새. 그들은 뚜렷한 목적지가 없고, 누구도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 공중을 선회하는 독수리들만이 그들이 탈진하여 쓰러지기를 바랄 뿐.. 앵무새가 유명을 달리하지만, 지하에 묻히기는커녕 곧바로 남은 이들의 끼니가 되었다. 그렇게 정처 없이 헤매다가 당도한 곳은 '세르탕', 사막 혹은 황야라 불리는 곳.



파비아누와 그의 가족들은 새로운 거주지에서 어떻게든 정착하려 하지만 현실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탐욕스러운 지주들은 소작인들의 뼛속까지 털어먹으려 하고, 정부/군인들 역시 빈자들을 폭압하고 영역 밖으로 내쫓으려 한다. 거장 그라실리아누 하무스는 철창에 갇히고, 진창에 빠져 뒹구는.. 황무지를 떠도는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3인칭 시점으로 담담히 그려낸다. 13개 장에서 다양한 이들이 거친 땅에서 쓰러지고 숨을 헐떡이다 끝내 다시 일어서려는 분투기가 애달프고 쓸쓸하다. 가족과 다름없는 개 '발레이아'가 주인의 총에 맞은 채, 자신이 묻힐 곳을 찾아 힘겹게 기어가는 장면은 서서히 진행되고 세밀히 클로즈업된다. 주인이 나타나면 힘껏 물어버리겠다, 복수를 다짐하지만 눈앞에 어른대는 환영과 멀리 들리는 아이들의 울음만이 그의 최후를 기릴 뿐이다. 발레이아의 비참한 죽음은 함께 한 가족들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흐리고, 끝없는 떠남을 예고한다.



그들의 꿈은 소박하다. 등이 배기지 않는 안락한 침대를 원하고, 일용할 양식과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만한 터전을 바랄 뿐이다. 허나 거대 자본과 공권력은 그들의 찢긴 주머니를 뒤지고, 정착하게 놔두지를 않는다. 도주하다시피 짐을 꾸려 어딘가로 길을 떠나는 파비아누와 가족들. '덜 메마른 삶'을 찾아 떠도는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리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저 지평선 너머 어딘가, 자신들을 반기는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만한 낙원이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실낱같은 그 희망마저 놓아 버린다면, 현재의 고통은 배가 될 것이고 죽음이 그들을 사로잡을 것이기에..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낙관적인 미래에 대해 의논한다. 도시에 정착하면 아이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학교에 보내 소몰이꾼이 아닌 다른 업을 찾게 도와야지.. 하는 이런저런 장밋빛 계획들과 청사진들. 그들이 밟는 땅은 여전히 메마르고, 허공에는 독수리들이 맴돌고 있다. 서로에게 기대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오래도록 지켜보고, 무사함과 안녕을 바랄 수밖에 없다.


그라실리아누 하무스 <메마른 삶>은 조지 스타인벡의 역작 <분노의 포도>를 떠오르게 합니다. 자본의 횡포를 피해 어딘가로 떠나는 가족들의 행렬은 장례 의식처럼 비장하고 처절해요. 하지만 그들은 희망을 놓지 않고 걸음을 멈추지 않아요. 과연 그들이 당도할 곳은 젖과 꿀이 넘치는 낙원일까요? 아니면 메마르고 황량한 지옥일까요?

길지 않은 분량에 생경하고 낯선 브라질 향토를 배경으로 한 <메마른 삶>.

휴머니스트의 흄세 시즌 7 <날씨와 생활> 시리즈 중,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어요!




#서평단 #도서협찬 #흄세 #휴머니스트 #메마른삶 #그라실리아누하무스 #임소라번역 #브라질작가 #윌리엄포크너상 #국내초역 #신간추천리뷰 #흄세시즌7 #날씨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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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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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SF의 창시자 허버트 조지 웰스<투명 인간>과 이를 영화화한 여러 작품들을 보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주변에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인간들이 집에 몰래 들어와 도둑질을 일삼고, 우리 일상을 몰래 훔쳐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고.. 남들 눈에 띄지 않는 투명 인간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어디든 갈 수 있겠네 하는 상상에 빠지기도 했다.


허나 치기 어린 상상은 거품처럼 삽시에 터졌다. 인간 혹은 물질을 투명하게 만드는 기술은 시기상조이고, 실현이 어려움을 깨달으면서 '투명 인간'은 SF 소설 속의 허상으로 점점 사라져 갔다.

바야흐로 세상은 광속으로 탈바꿈하고, 과학은 우리를 광활한 우주와 인터넷/AI의 세계로 차원 이동시켰다.



물리학/광학 교수이자 SF 애호가인 '그레고리 J. 그버'는 저서 <보이지 않는>을 통해 투명 인간의 실현 가능성에 주목한다. 18세기 무렵부터 여러 과학자들이 무수한 시행착오와 시도 끝에 발견한 빛과 소리, 전자기, 양자 역학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굴절,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전자기장, 주기율표 등 학창 시절에 접한 익숙한 용어들이 새삼 반갑다. 아이작 뉴턴, 맥스웰, 토머스 영, 아인슈타인, 페러데이, 닐스 보어, 막스 보른 등 물리학, 화학, 의학 등을 넘나드는 쟁쟁한 학자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저자는 또한 과학자들이 예견하지 못하는 저 너머 세상을 상상하고, 미래 세계를 문장으로 축조한 선지적 작가들의 작품을 소환한다. SF 작가들이 작품 속에 구현한 이론과 서사가 후대 과학자들이 논리적으로 실증한 성과와 놀랄 만큼 유사함을 거론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그리는 허구적 상상과 실존하는 구체적 현실은 동떨어진 별개의 세계가 아닌, 유사한 맥락으로 소통하고 상호 발전하는 하나의 광활한 우주임을 깨닫게 한다.



근 2세기 동안 과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하면서 불투명하고 무질서한 사물의 이치를 증명 가능한 수학적/논리적 이론으로 정립하고 실생활에 응용하는 과정은 인류 문명의 폭발적인 확장과 혁신을 일으켰다. 현재 우리는 우주의 비밀을 엿보고, 화성을 제2의 터전으로 확장하려 발을 내딛고 있다. 광속으로 질주하는 무선 전자기파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무한대의 가상 세계를 확장하고, 이를 지배하는 인공 지능/로봇을 업그레이드 중이다. 우리는 이제 명확히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에 주목한다.



거대한 물질적 파동이라 할 수 있는 지진과 해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일정 영역을 완충물질로 감싸 그 충격파를 보이지 않게 최소화하고 무력화시키는 연구가 이제 발을 내디뎠다고 한다. 급속한 과학의 발전은 밝고 긍정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반대급부적인 암울하고 그늘진 이면을 넓히기 마련이다. 일찍이 제임스 돌턴,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 에드먼드 해밀턴, 앰브로즈 비어스, 필립 와일리 등 선지자에 가까운 SF 작가들이 결코 실현되지 말아야 할, 디스토피아로 빚어낸 파멸적 재앙이 우리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



<프레데터>의 기괴한 외계 생물체처럼.. 적대국과 라이벌 기업의 기밀 정보를 훔치고, 요인을 무차별 암살하는 클로킹(투명) 스파이, 킬러와 지하 벙커까지 침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드론 무리가 암약하는 시대.

빛을 파괴/우회하여 자신의 존재를 변형하거나 감추어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고, 잔인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무법/무정부 투명시대가 도래하는 건 아닌지.. 우리는 던져진 주사위의 여러 면을 살피는 것처럼 다가올 미래를 다각도로 상상하고, 예측되는 위험에 대응하는 현명함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그레고리 J. 그버가 <보이지 않는>에서 시도한 것처럼, SF 문학과 첨단 과학이 긴밀하게 협조하고 상호 귀 기울이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서평단 #광학 #과학책 #SF문학 #SF소설 #그레고리J.그버 #김희봉번역 #을유문화사 #정재승교수추천 #신간리뷰추천 #물리학화학 #투명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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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균형
신지은 지음 / 꼬마의마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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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설의 첫 문장을 지지한다.

모든 이야기의 첫 시작, 첫 페이지의 첫 줄, 첫 문장을 진심으로 사랑한다._11p


나는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당신도 결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내 온 마음을 다해 지지할 테니.._ 223p



신지은 작가가 단편집 <최적의 균형>을 출간했다.

책을 펼치면 산문시, 에세이와 소설, 러브 판타지 중단편들이 총 4장에 나누어 실려 있다.

그녀는 예명 '신하랑'으로 연기자, 모델로 활동을 하고 있고, 자신의 내밀하면서 파격적인 속 이야기를 솔직히 드러낸다.


그리 길지 않은 숏폼 형태의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다채로운 빛을 발하고 있어

흡인력이 상당하다. 다양한 인간과의 만남, 우정, 로맨틱한 사랑 그리고 고통스러운 이별의 순간까지.. 이런저런 엇갈림과 오해, 시행착오 끝에 삶의 '최적의 균형'을 찾아내는 지난한 과정이

끄덕끄덕, 맞아, 그럴 수 있어. 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오랜 기간 몸을 담은 업 종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화려한 연예계 이면의 치졸하면서 사기성 짙은 내막을 낱낱이 고발하기도 한다. 그녀를 둘러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분투의 결과물. 손을 내미는 이들과 연을 맺고, 인연이 다해 끊어지는 희로애락의 시간이 묻어난 기록들이 한데 모였다.



신지은 작가, 그녀가 공들여 만든 컬러풀하면서 섹시한 맛의 칵테일이 여기에 놓여 있다.

자, 편안한 소파에 기대어 심호흡을 하고 날뛰는 마음을 진정시키자.

우리는 마음에 드는 칵테일을 홀짝이면서, 그녀가 소곤대는 여러 이야기들을 음미하면서..

일상 속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내는 행운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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