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밀침침신여상 1~2 세트 - 전2권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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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花)신 재분은 사랑에 상처 입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녀는 죽기 전, 갓 태어난 아이 금멱에게 랑을 느낄 수 없는 운단을 먹이고 만 년 동안 결계가 쳐진 수경에서 나오지 못하게 감시하며 자신의 아이임을 숨기고 평온하게 살 수 있도록 돌보라고 방주들에게 명령한다. 4천 년 후, 열반을 하고 있던 천제의 둘째 아들 화(火)신 욱봉이 수경의 결계를 뚫고 금멱의 정원으로 떨어진다. 타서 까맣게 되어버린 봉황을 까마귀로 착각한 금멱은 비료로 쓰려고 묻어놨다가 그의 내단을 취하기로 마음이 변하는데 때마침 까마귀가 깨어난다. 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금멱은 천계에서 왔다는 까마귀에게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니 천계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 


욱봉의 소매에 숨어 천계로 온 금멱은 염수를 키우는 소어선관, 실제로는 천제의 첫 째 아들 야(夜)신 윤옥과 욱봉의 숙부 월하선인을 만나고 욱봉의 거처인 서오궁에서 서동을 하며 그들과 친밀한 관계로 지낸다. 욱봉과 윤옥은 금멱에게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지만 금멱은 운단 때문에 그들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천후의 생일날 일어난 일을 계기로 금멱이 수(水)신과 전대 화(花)신의 딸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수신의 장녀와 천제의 첫째를 결혼시키자는 예전의 약속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금멱과 윤옥은 정혼자로 엮이게 된다. 금멱을 사랑하는 두 남자는 어떻게든 금멱과 혼인하려 각자 방해가 되는 것을 해결하려 노력하지만 갑자기 수신이 죽고 금멱은 욱봉을 의심하게 된다. 윤옥과 금멱의 혼례 날. 반역을 일으키려는 윤옥과 막으려는 욱봉이 대치하자 금멱은 욱봉의 내단을 찔러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 소멸되는 욱봉을 보던 금멱은 그동안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했던 운단을 토한 후 기절한다. 


반 년 후, 깨어난 금멱은 이유 모를 통증에 시달린다. 강두술에 걸렸고, 그 때문에 아프다고 생각한다. 욱봉이 살아나서 주술을 풀어줘야만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금멱은 욱봉을 살릴 수 있는 단약을 얻어 그를 살리는데 성공하고 마존이 된 욱봉을 보러 마계에 수시로 간다. 욱봉에게 들켜 상처 입고 간 화계에서 운단을 먹었다는 노호의 말을 듣고 욱봉을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향밀침침신여상은 드라마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책 보다 드라마를 먼저 봤고, 나름 재미있게 본 드라마에 손 꼽히기 때문에 책을 꼭 보고 싶었다. 책은 금멱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쓰였다. 모든 상황이 금멱이 생각하고 듣고 본 것 위주다. 확실히 금멱을 이해하기에는 좋고, 주인공에 집중하며 보고 싶다면 주변인들의 얘기가 많이 섞여있는 드라마보다는 책이 보는 재미가 더 있을 것 같다. 


책은 서사가 간결하다. 기본적인 틀은 같지만 나처럼 책에 앞서 드라마를 접했다면, 이 점 때문에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책에는 없는 내용이 드라마에 있고, 드라마에 없는 내용이 책에 있다. 책은 결혼 후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줘 앞에서 부족했던 쌍방 로맨스를 그나마 채워줘서 욱봉과 함께 보상받는 느낌이었달까. '이것 때문이라도 책을 볼 가치가 있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신선이 나오는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향밀침침신여상은 꼭 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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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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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중인 구루미는 비가 오는 어느 날, 택배 상자 안 강물에 떠내려가는 검은 고양이를 보게된다. 구해줄 누군가를 찾아보지만 주위에 아무도 없어 어쩔 수 없이 검은 고양이를 구하게 된다. 그렇지만 현재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은 반려동물 금지다. 고양이를 키울 경제적 여유도 없다. 신사에 놓고 가면 자신보다 잘 키워줄 것 같아 신사에 놓고 가려는데 근처에서 카페를 한다는 하나씨를 만난다. 하나씨는 커피와 고양이의 앞날을 상담해 준다고 하며 카페로 이끈다. 카페에는 숙식가능한 점장 모집공고가 붙어 있었다. 고양이를 하나씨에게 맡기고 돌아가면서 카페 점장의 구루미는 단 꿈을 꾸지만 다음 날 찾아간 카페는 이미 점장이 채용된 후 였다. 


점장은 충격 받은 구루미에게 하인이 되어 달라, 집사가 되어 달라, 고양이 목걸이를 원한다는 등의 위험해 보이는 발언을 계속 한다. 점장을 뿌리친 구루미의 앞에 있는 것은 어제 구해준 검은 고양이였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구루미에게 점장은 커피를 가져다 준다. 긴가민가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생각해보지만 꿈을 꾼 것만 같았다. 그러나 휘청거리다 점장에게 매달리며 쓰려지던 구루미 앞에 또 검은 고양이가 나타났다. 아니, 눈 앞에 있던 미남이 고양이로 변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사람으로 변신한 고양이가 사람의 맨살에 닿으면 고양이로 변한다고. 검은 고양이는 '냥'과 '옹'이 섞인 고양이 언어를 구사했는데 구루미는 고양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검은 고양이 '포'는 하나에게 이미 이야기 해놨다며 카페로 이사 와 일해도 된단다. 돈이 없어 생활이 힘들어진 구루미는 카페에게 일하기로 한다.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가 점장인 카페. 사람으로 변신한 고양이들이 하필이면 다 미남. 고양이는 원래 사람으로 변신 가능하다는 설정은 꽤나 판타지같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생활이 동화처럼 마냥 행복하고 아름답지는 않다. 숙식은 가능하지만 그것도 카페 경영이 잘 되야 생활비를 벌 수 있다. 포가 내리는 커피는 무척 맛있지만 가격이 꽤 나간다. 손님은 좀처럼 오지 않고 온다 하면 고양이 손님이다. 게다가 오지랖이 넓은 구루미의 성격 때문에 오는 손님이 죄다 카페에 정착한다. 책이 끝날 때에는 점장 '포'를 비롯 3마리 고양이가 카페에 살게 된다. 제 한 몸 살기도 퍽퍽한 구루미의 삶에 고양이 세 마리까지 더해졌다. 


삶은 팍팍하다. 성실하게 일 해도 해고당한다. 사치 한 적도 없는데 수중에 있는 돈이 없다. 젊으나 늙으나 걱정되는건 마찬가지다. 책은 인간의 삶과 고양이의 삶을 각자의 시선으로 보여주는데 책을 보는 사람 대다수가 공감하고 어쩌면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 들이라 착잡하고 짠했다. 집사들은 고양이를 위해 구루미에게 상담을 요청하고, 고양이들은 집사의 행복을 위해 떠났다. 언제라도 자신을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서로를 위한 아름다운 별거를 선택했다. 이 배려심 깊은 고양이들과 새 집사 구루미는 집사들을 겨냥해 '고양이 카페'로 바꾸기로 하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증만 남겨놓은 채 끝났다. 인간 한 명과 세 마리의 고양이가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아 갈 수 있을까. 후속권이 나와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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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관 구해령 2
김호수 지음 / 리한컴퍼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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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관의 기록 한 줄에서 시작된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의 대본집이다. 드라마 대본은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이 접하긴 힘든만큼 책으로 만들어진 대본집 자체가 신기했고, 궁금했다. 게다가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아 책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드라마를 보긴 전 꼭 하는 일이 있다. 등장인물 소개를 보는 일이다. 모르고 볼 때와 알고 볼 때의 몰입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꼭 찾아보는 편이다. 책은 드라마에 들어가기 앞서 등장인물 소개를 꽤나 세세하게 한다. 읽다보면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것 같은 내용이 나오기도 해서 스포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상관이 없다면 인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니 어느 쪽이던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는 스포가 될 만한 부분은 빼고 누군지 구분이 될 정도로만 적어놓았다. 책과 비교하면 많이 부실하지만 등장인물의 사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배경이 궁이라 나오는 사람이 많아 어느 정도 숙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손에 들고 드라마를 봤다. 책만 보면 드라마보는 시간보다 훨씬 적게 걸리겠지만 대본집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기 위해 며칠 동안 책과 드라마를 번갈아 봤다. 최종 방송본과 다르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 현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달랐다. 대본에는 있는 장면이 없기도 하고, 장면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이 다르기도 하고, 대사가 적어지거나 어투가 바뀌거나 대본에는 없는 대사가 첨가되어 있었다. 대사보다 지문이 많은 분량을 차지해 읽는데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지문이 거슬리지 않아 소설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대본집과 드라마를 서로 비교하며 꽤 재미있게 보았다. 2권 완결이다. 요즘 드라마는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 한 화를 반으로 나누지만 대본은 나눠져 있지 않다. 20부작 드라마를 10회씩 권 당 나눴다.


통으로 없어진 장면 중 가장 아쉬웠던 건 11화 초중반에 나왔어야 할 부분이다. 전회에서 해령이 녹봉 지급에 대한 부정을 발고하는 상소문을 올렸다가 예문관 서리들이 반발로 단체로 휴가를 낸다. 서리들이 할 일 까지 다 해야 하기에 시간도 인력도 없는 와중에 왕으로부터 올라 온 미담을 확인하라는 명이 떨어져 그 일을 가져온 승정원 관원과 예문관 관원의 말싸움과 미담 취재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설명하며 짜증내는 선진들의 대화내용이 몽땅 빠져있다. 후에 해령은 이림과 미담 취재를 가게 되는데 앞의 내용없이 그저 적힌 대로 묻고 듣는 대로 적어오라며 궁 밖으로 내보낸다. 이 부분이 들어갔으면 미담 취재를 보낸 상사의 마음이 이해가 더 잘 되고 풍성해졌을텐데하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관심있는 드라마를 대본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대본만 봐도 재미있고, 드라마만 봐도 재미있고, 함께 봤더니 재미가 배가 되었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본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편집으로 삭제된 부분도 보고 싶을 것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싶기도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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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하리 오싹한 썸데이 2 - 수상한 학생회장 편, 호러 로맨스 코믹북 기억, 하리 오싹한 썸데이 2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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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에게 잡혀 강림과 마주하게 된 하리로 1권이 끝났다. 2권은 '수상한 학생회장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강림과 늑대인간이 대치 중 하리가 악령에게 잡히자 갑자기 마녀가 등장한다. 마녀와 강림은 협력해서 악령을 유인, 봉인하는데 성공한다. 하리와 강림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던 중 달이 구름에 가려지자 늑대인간이 학생회장으로 변한다. 수상한 학생회장 아니, 늑대인간 학생회장은 외출로 혼내는 형에게 재미있는 소녀를 만났다 말한다. 


학생회장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하리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수면상태에 빠지자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병원 특실에 입원을 시켜주고, 하리를 걱정하는 강림에게는 동생을 시켜 하리를 구할 수 있는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감이 좋고 눈치가 빨라 수상한 사람이나 기척에 예민하다. 호러 로맨스 코믹북인만큼 로맨스가 빠지지 않는다면 학생회장과 강림이 연적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아 보인다. 


신입부원으로 1권부터 동아리에 가입한 장미는 분명 강림에게 마음이 있었고, 그 때문에 하리를 질투하기도 했다. 그런데 2권에서는 현우에게 고백받는 꿈을 꾼 후로 지나치게 현우를 의식하며 혼자 착각하느라 온 신경이 쏠린다. 그 일을 계기로 서서히 현우한테 마음이 갈 지, 여전히 강림이가 마음에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어쩌다보니 로맨스 부분만 따로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호러도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등장인물들이 호러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지는 확신이 서지 않지만, 늑대인간, 마녀, 퇴마사가 어우러진 만화에 연금술사라는 새로운 분야의 사람이 등장한다. 사람을 '재료'라 표현하고, 수면 상태에 빠지게 하는 걸로 봐서는 선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등장인물이 어떤 활약을 할 지, 그 일이 호러로 연결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마지막은 확실히 호러라 할 수 있다. 피아노 귀신이 있다는 학교 괴담을 확인하러 현우, 장미, 하리가 북쪽 건물로 간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음악실 문을 열자 누군가가 피아노를 치고 있는 손이 보이고 모두 놀라는데 그 정체는 다음 권이 되야 밝혀질 듯 하다. 


궁금해서 다음 화를 꼭 보고 싶게 만드는 드라마 끊기 기술이 책에도 들어갔는지 딱 궁금한 부분에서 끊겼다. 연금술사가 갑자기 학교에 선생으로 등장한 목적도 다음권에 나오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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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제왕업 - 상.하 세트 - 전2권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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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소설이 원작인 중국 드라마는 많이 봐왔지만, 책으로 접한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현대 수사로맨스, 로맨스, 신선이 주인공인 선협물 정도로 이런 정통사극 느낌의 장르는 처음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몇 장 읽지 못하고 오래 방치했었다. 드라마라면 영상으로 부족하거나 낯선 지식을 메꿀텐데 글이라 그러지도 못하니 시작부터 등장하는 어려운 궁중예법에 손을 놔버린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드라마도 반복해서 보다보면 대강이라도 이해가 가니 마음을 다잡고 드라마 보는 것처럼 다시 천천히 책장을 넘기니 수월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넘겨졌다. 


책은 나, 왕현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왕현은 황후인 고모, 황제인 고모부, 황제와 사이좋은 이복남매인 엄마 장공주, 재상인 아버지로 인해 부족함 하나 없는 금지옥엽으로 자란다. 누군가는 바라보지도 못할 황궁에 제 집처럼 드나들며 황자만 셋 둔 황제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평화롭고 즐거운 시절은 왕현이 성인식을 올리던 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셋째 황자 자담을 어릴 적부터 좋아해 그와 혼인하고 싶었지만 자담은 쫓기듯 황궁을 떠나 돌아오지 못한다.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와중에 무수한 전공에 이례적으로 왕직을 받은 한족 출신 무인 예장왕이 왕현을 비로 달라 황제에게 청하고 재상인 왕현의 아버지는 왕현을 시집보내기로 한다. 


자담이 아니라면 누구와 혼인해도 상관없었던 왕현은 가문을 위해 예장왕과 혼인을 한다. 혼례날 예장왕은 얼굴도 보이지 않은 채 변고가 생겼다며 수하를 통해 전갈만 하고 전장으로 가버린다. 그 후, 3년간 평화로운 곳에서 느긋하게 요양하며 보낸 휘주에서 왕현은 갑자기 정체모를 이에게 납치당한다. 얼굴도 보지 못한 남편 예장왕 소기에게 원한을 품은 그는 왕현을 인질로 잡아 소기를 위협하지만 소기는 왕현을 구해낸다. 혼례날 무례함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아버지와 소기가 주고받았던 밀서들을 본 왕현은 왕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 예장왕비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 같은 삶 위에서 왕현과 소기는 사랑하는 남녀로, 같은 길을 가는 동지로 서로를 의지하고 아끼며 결국 제왕의 패업을 이뤄낸다. 손이 잘 가지 않았던 처음과 달리 갈수록 속도가 붙긴 했다. 흡입력, 대치하는 계략이 좋았다. 책을 보며 드라마 연희공략의 영락이 떠올랐다. 물론, 둘의 입장은 출신부터 다르다. 왕현은 태어나기를 위에 서는 사람으로 태어났고, 올라가면 올라갔지 단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었다. 다만, 후환을 남기지 않는 일 처리 방식이나 입은 은혜는 잊지 않고 갚아주며 제 사람은 아낄 줄 아는 면이 닮은듯해 자연스레 생각이 났나보다. 


등장인물에 악역은 없었다. 그저 제 삶을 살고 있을 뿐이었다. 살기 위한 선택의 결과가 누군가의 이익과 생명을 빼앗고 뺏겼을 뿐이다. 지금 내가 이해하려고 해도 전쟁은 그 시대에 살던 사람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 그 선택이 옳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다. 그저 정을 줬던 인물들이 하나 둘 씩 없어져 가 마음이 허무했을 뿐이다.나름 재미있었던 제왕업에 아쉬움을 담자면 지나치게 조심하고 숨가쁘게 달려오기만 했다는 거다. 이름에 부족하지 않은 패업의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나는 달달한 로맨스를 조금 기대했기에 안정되고 평안한 일상을 행복하게 보낼 때를 기다렸건만, 책은 내 바램을 들어주지 않았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달려왔는데, 결승선을 넘고 얼마 못가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한 마라토너의 일생을 본 것 같달까. 책을 덮은 마음에 씁쓸함과 허무함이 가득해 그 마음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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