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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관 구해령 2
김호수 지음 / 리한컴퍼니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조선시대 사관의 기록 한 줄에서 시작된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의 대본집이다. 드라마 대본은 관계자가 아닌 일반인이 접하긴 힘든만큼 책으로 만들어진 대본집 자체가 신기했고, 궁금했다. 게다가 드라마를 아직 보지 않아 책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드라마를 보긴 전 꼭 하는 일이 있다. 등장인물 소개를 보는 일이다. 모르고 볼 때와 알고 볼 때의 몰입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꼭 찾아보는 편이다. 책은 드라마에 들어가기 앞서 등장인물 소개를 꽤나 세세하게 한다. 읽다보면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것 같은 내용이 나오기도 해서 스포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상관이 없다면 인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니 어느 쪽이던 알아서 선택하면 된다.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는 스포가 될 만한 부분은 빼고 누군지 구분이 될 정도로만 적어놓았다. 책과 비교하면 많이 부실하지만 등장인물의 사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배경이 궁이라 나오는 사람이 많아 어느 정도 숙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을 손에 들고 드라마를 봤다. 책만 보면 드라마보는 시간보다 훨씬 적게 걸리겠지만 대본집이라는 정체성에 충실하기 위해 며칠 동안 책과 드라마를 번갈아 봤다. 최종 방송본과 다르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 현장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달랐다. 대본에는 있는 장면이 없기도 하고, 장면 순서가 바뀌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행동이 다르기도 하고, 대사가 적어지거나 어투가 바뀌거나 대본에는 없는 대사가 첨가되어 있었다. 대사보다 지문이 많은 분량을 차지해 읽는데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지문이 거슬리지 않아 소설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대본집과 드라마를 서로 비교하며 꽤 재미있게 보았다. 2권 완결이다. 요즘 드라마는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 한 화를 반으로 나누지만 대본은 나눠져 있지 않다. 20부작 드라마를 10회씩 권 당 나눴다.
통으로 없어진 장면 중 가장 아쉬웠던 건 11화 초중반에 나왔어야 할 부분이다. 전회에서 해령이 녹봉 지급에 대한 부정을 발고하는 상소문을 올렸다가 예문관 서리들이 반발로 단체로 휴가를 낸다. 서리들이 할 일 까지 다 해야 하기에 시간도 인력도 없는 와중에 왕으로부터 올라 온 미담을 확인하라는 명이 떨어져 그 일을 가져온 승정원 관원과 예문관 관원의 말싸움과 미담 취재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설명하며 짜증내는 선진들의 대화내용이 몽땅 빠져있다. 후에 해령은 이림과 미담 취재를 가게 되는데 앞의 내용없이 그저 적힌 대로 묻고 듣는 대로 적어오라며 궁 밖으로 내보낸다. 이 부분이 들어갔으면 미담 취재를 보낸 상사의 마음이 이해가 더 잘 되고 풍성해졌을텐데하는 생각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관심있는 드라마를 대본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대본만 봐도 재미있고, 드라마만 봐도 재미있고, 함께 봤더니 재미가 배가 되었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본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편집으로 삭제된 부분도 보고 싶을 것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잘 이해하고 싶기도 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