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판타지 소녀 캐릭터 디자인
아카기 슌 지음, 이유민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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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판타지를 좋아한다.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다채로운 세계관들이 무척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 매력적인 창작물을 오롯이 즐기기에 부족한 것이 있다. 배경과 의상이다. 작가가 창조해 낸 세계관의 본 적 없는 건물과 의상은 필력 좋은 작가의 뛰어난 묘사에도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만화는 색이 없어도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정확한 그림을 볼 수 있고, 영화 및 드라마는 의상의 질감, 장신구, 색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글로만 되어있는 독특한 판타지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나에게 의상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조금은 상상하기 쉽지 않을까하고.


동양 판타지 소녀라는 제목답게 아시아 권역에 있는 나라들의 전통의상을 바탕에 두었다. 우선 일본, 인도, 중국, 베트남, 몽골, 태국, 한국 등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소개한다. 보기만 해서는 잘 알 수 없는 부분들을 따로 설명하기도 한다.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시아의 전통의상은 아오자이, 치파오, 기모노 밖에 알지 못했다. 생소한 나라이름에 놀라고 다양한 의상의 각기 다른 아름다움에도 놀랐다. 특히, 인도의 가그라와 란가 드레스, 아프가니스탄의 카미즈는 마음에 쏙 들었다. 다른 의상보다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시대를 타지 않는 디자인이며, 예쁘고 실용적인 점이 마음에 들었던 거다.


동양 판타지 소녀라는 것 외에 중요한 부재가 있다. 바로 캐릭터 디자인이다. 민속의상을 기초로 판타지에 등장하는 천사, 악마, 마녀 캐릭터 등의 의상과 장신구 디자인을 보여준다. 같은 직업군이라도 성격 설정에 따라 의상의 전체적인 색감과 분위기가 달라진다. 직업으로 그나마 쉽게 상상 할 수 있는 캐릭터 뿐 아니라 꽃, 과일, 사물과 결합해 디자인 하는 방법과 예시도 들어준다. 처음에는 판타지적 캐릭터만으로 족하지 않나 싶었던 내 생각이 곧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본 동양 판타지 드라마에서는 식물도 정령(인간)의 형태로 나타나 입는 옷, 장신구, 신발 등이 다 독특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가져오고 싶은 민속 의상의 일부분과 상징으로 생각했던 것을 더하고 빼고 변형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결과는 황홀했다. 팥죽으로 캐릭터 디자인 할 생각을 누가 할까.


아시아 나라의 민속의상을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어 좋았다. 현대의상의 대부분은 전통의상으로부터 발달되었을 것이다. 개중에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혹은 전과 다른 상황으로 없애고 바뀐 좋은 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전통의상과 현대의상의 조합은 현대 판타지 캐릭터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것은 물론, 소중한 전통을 되새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다. 서양 판타지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동양식으로 민속의상과 결합한 부분은 그동안 서양식으로만 생각했기에 신선했다. 참신한 소재의 응용은 이런 것으로도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알려줘 사물을 넓게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책 자체로 재미있었지만, 민속의상과 함께 해 독특함과 신선함이 가득한 동양풍의 판타지 캐릭터를 만드는데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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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4 - 오로라, 블러드 메리
아나이 지음, 박영란.주은주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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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잉친과 재결합하고 싶어 미행까지 하던 잉잉은 잉친의 웨이보에서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얘기하자 세상이 끝난 듯이 울며 같은 방 사람들에게 매달린다. 잉잉을 챙겨주느라 성메이는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 처음 맡게 될 중요한 일도 포기할 뻔했고, 쥐얼은 인연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의 약속을 보류했다. 쥐얼은 잉잉에게 현실을 일깨워주려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정신 차리라고 조언하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잉잉은 쥐얼에게 되려 매정하고 냉정하다고 한다. 잉잉을 찾고, 가고 싶었던 콘서트를 포기하고, 식사까지 사 와서 먹였는데 자기 편을 안 들어준다며 내뱉는 말들에 쥐얼은 결국 참던 화가 터진다. 잉잉은 본인이 말실수했음을 깨닫고 쥐얼에게 잉친의 모든 흔적을 없애달라 하며 정신 차리겠다고 한다.


자오치핑과 재결합에 성공한 샤오샤오는 갑작스럽게 자오치핑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최근에 수석 엔지니어를 만나 무시당한 경험이 떠올라 잔뜩 긴장한 샤오샤오는 헤어지는 길에 자오치핑의 전화와 자신의 전화를 연결해놓고 둘의 이야기를 엿듣다가 들키고 만다. 이 일로 아슬아슬하던 둘 사이에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잘 보이고 싶었던 샤오샤오는 자오치핑의 차를 빌려 새 차 값과 맞먹는 가격으로 최고급 카오디오 설치와 내부 수리를 맡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정비소에 차를 찾으러 간 자오치핑은 샤오샤오의 남자친구를 궁금해하던 친구들과 그녀에게 차인 남자에게 둘러싸여 샤오샤오에게 빌붙는 남자라는 소리를 듣고 주먹질까지 한다.


앤디는 임신을 하자 자신의 정신병력이 아이에게 유전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원장을 잘 따라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보내주며 잘 돌봐달라 부탁한 동생에게 갑자기 친부가 찾아와 동생을 데려간다. 앤디는 자신이 유일하게 믿는 친구에게 연락하고 바오이판은 직접 해결하겠다며 동생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는 등의 돌발적인 행동을 해 앤디를 몹시 불안하게 하고, 그 일이 그럭저럭 해결되자 바오이판의 엄마는 앤디가 알리고 싶지 않은 동생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경고에도 멈추지 않는 그녀에게 앤디는 바오가의 재산으로 협박까지 하는 지경에 이른다. 바오이판의 아버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용해 아내를 궁지에 몰아넣어 목적을 달성하고 바오이판은 아버지와 전쟁을 시작한다.


쥐얼은 잉친을 미행하는 잉잉을 집까지 데려다준 경찰 씨에빈과 연락하며 만남을 이어간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설레는 마음도 들어 만나볼까 생각을 했지만, 샤오샤오와 헤어진 후 샤오샤오를 그리워하며 창가에 그녀의 이름을 쓰는 자오치핑을 보자 아직도 그를 짝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씨에빈은 쥐얼의 마음을 눈치채지만 그녀의 마음을 배려하고 잉잉이 사고 났을 때에는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쥐얼의 마음을 서서히 움직이게 한다.


문제의 잉잉은 잉친을 끊어낸다며 자신했지만, 잉친도 문제였다. 처녀가 아니라 잉잉이 싫다고 헤어지고 잉잉이 스토커처럼 행동한다며 이웃들에게 단속해 주길 바랐으면서 고향에서 선으로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 때문에 자꾸 충돌하자 잉잉을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잉잉은 그런 잉친을 받아주며 이웃들에게 혼날까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혼자 좋아하며 친구로 서라며 자신을 정당화하고 만남을 이어간다. 잉친에게서 한몫 챙기려 한 여자친구와 그녀의 친척들은 잉잉과 잉친이 만나고 있을 때, 현장을 덮쳐 잉잉을 불륜녀로 몰아 응징하고 말리려던 잉친도 함께 맞는다. 이웃들이 자신을 걱정하고 간병하지만 잉잉은 잉친 걱정뿐이다.


성메이의 오빠는 바이촨 부모님 집 앞에 병든 아버지를 데려다 놓는다. 성메이가 올 것에 대비해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성메이에게 돈을 뜯기 위해서다. 성메이는 바이촨에게 기대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부모님이 성메이 오빠를 피해 야반도주까지 해야 할 상황에 처하고 이를 준비하는 중, 성메이가 가장 꺼려 하는 샤오샤오가 기지를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여자친구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 잉친이 잉잉을 찾았을까. 잉잉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도 확고히 처녀가 아닌 여자는 싫다. 동거까지 한 여자는 안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자신이 찬 전 여자친구에게 현 여자친구와의 결혼 문제로 힘들다고 찾아오는 건 또 뭔가. 잉잉은 최선을 다해 정성껏 돌봐주는 이웃들에게 감사도 하지 않은 채 잉친의 부상 걱정, 잉친 예비 사돈들의 감시에 힘들지 않을까 걱정을 하느라 그를 도와달라며 떼를 쓰고 화를 내고 막무가내 행동을 한다.


그저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하고, 정을 나누었다. 고향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 직업, 나이는 다르지만 한곳에 모인 것 자체가 인연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일도 내 일처럼 나서주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말 실례되는 행동과 말을 하면서 전혀 거리낌이 없는 잉잉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갈수록 싫어졌다.


이보다 최악은 없을 것 같았던 성메이의 오빠는 또 다른 신세계로 초대한다. 말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어이없고 기가 차는 방법으로 성메이와 이웃들과 나를 황당하게 한다. 바이촨에게 기대려는 성메이의 모습이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서 짠하게 느껴진다.


내가 알기로는 5권이 마지막이다. 잉잉은 끝까지 배은망덕할까.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샤오샤오 자오치핑 커플은 어떻게 될까. 쥐얼은 자오치핑을 완전히 잊고 씨에빈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바오집안의 싸움은 앤디와 바오이판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앤디는 무사히 출산할 수 있을까. 성메이는 바이촨과 계속 함께 할 수 있을까.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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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송 3 - 선라이즈, 블루 하와이
아나이 지음, 주은주 외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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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2층 다섯 여자들의 일상은 여전히 계속된다. 앤디는 출장지에서 바오이판의 엄마와 마주친다. 바오이판의 엄마는 앤디가 마음에 들어 며느리 삼고 싶어 한다. 밥 먹자, 집에 와라, 만나자는 모든 바램을 거절하지만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 바오이판까지 거절하지는 못한다. 앤디는 두근거림과 안정감을 바오이판에게서 느끼고 그의 열렬한 설득과 구애에 결국 넘어가 사귀기로 한다. 귀국 후, 기분 좋게 회사에 출근한 앤디는 갑자기 쳐들어온 웨이궈창의 부인으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웨이부인은 앤디도 알지 못했던 허윈리의 유산 상속 이야기를 꺼낸다. 웨이궈창과의 불륜을 의심하며, 앤디가 만날 때까지 기다리는 등 앤디를 괴롭힌다. 혈연관계를 밝히는 것이 끔찍하게 싫어 응대하지 않았던 앤디는 유전자검사를 받기로 한다.


잉잉은 고향음식을 도시락으로 만들어 늦은 밤 배달해 주었다 연인이 된, 잉친과 함께하고 있다. 잉잉은 식사자리에 잉친을 소개할 겸 성메이도 부른다. 깔끔하지 못한 허름한 식당에 잉잉을 데려온 것도 모자라 계산까지 직접하게 하다니 남자를 잘 못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잉친이 매번 밥을 사주고 오늘만 자신이 우겨서 계산한 거라고 하자 한시름 놓는다. 성메이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호텔에 새로 취업한다.


바이촨은 앤디의 남자친구 바오이판의 회사에 납품할 샘플을 제작할 기회를 얻는다. 나름 열심히 샘플을 만들지만 바오이판의 눈에는 차지 않아 계약은 성사되지 않고, 개선할 점을 알려주며 제품을 더 좋게 만든다면 고려해 볼 여지는 있다고 앤디편에 말을 전한다. 이 일에 걸린 성메이의 기대를 알기에 바이촨은 앤디에게 몇 달간만 실패를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성메이는 바오이판의 회사에 다니고 있는 동창으로부터 일이 틀어졌다는 것을 듣고는 일이 잘 되었다고 거짓말한 바이촨에게 화를 낸다. 말은 차갑게 했지만 바이촨의 연락을 기다리던 성메이는 아무 연락이 없자 좌절하고, 잉잉은 22층 여자들과 짜고 그들을 화해시키려 식사 자리를 만든다.


목적은 달성했으나 다른 문제가 생긴다. 잉잉이 처녀가 아니라는 것에 잉친이 결별을 선언해버린 것이다. 잉잉은 처음 말을 꺼낸 샤오샤오를 원망하면서 자책한다. 사랑에 빠지면 대책 없이 멍청해지는 병이 또 도진 것이다. 네 잘못이 아니고 잉친이 나쁘다고 하면 잉잉은 잉친은 좋은 사람이라며 편들어준 사람에게 화를 냈고, 둘 다 좋은 사람이지만 서로 맞지 않는 거라고 하면 자신은 아직도 잉친을 사랑한다며 다시 사귈 방법은 없는지 물어대며 애써 위로해 주는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보자마자 앤디를 마음에 들어 하던 바오이판의 엄마는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하게 된 웨이부인이 악에 받쳐 떠드는 헛소리(남편의 불륜녀)라는 말을 듣고부터 아들에게 앤디의 험담을 늘어놓는다. 앤디로부터 웨이궈창의 얘기를 이미 들은 바오이판은 앤디를 생각해 결정적인 말을 빼놓고 열심히 변호하지만 아버지의 전적이 있어서인지 불륜에 예민한 엄마는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예 드러누워 버린다. 어쩔 수 없이 앤디가 웨이궈창의 딸임을 털어놓은 후부터 바오이판의 엄마는 아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앤디에게 구애하는 동시에 앤디 몰래 웨이궈창과 연락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반나절 동안을 함께 지내며 조금 열렸던 앤디 마음속 문이 그 일로 닫히고, 줄곧 엄마를 변호해오던 바오이판은 아버지와 상의해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맞선남과 잘해보려던 샤오샤오는 며칠 만에 포기한다. 자신이 생각 이상으로 자오치핑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오치핑 역시 많은 고민은 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샤오샤오를 사랑한다는 것. 둘은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이복 오빠가 내연녀랑 살림을 차렸다는 제보를 받고 아빠와 함께 급습한 복수를 하려고 오빠들은 아빠를 데리고 2203호로 쳐들어온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쥐얼의 문자를 받아 샤오샤오는 미리 대비할 수 있었고, 어쩌다 보니 아빠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가 되고 만다. 샤오샤오의 아빠는 집에 간다는 자오치핑과 한 차를 타고 가며 그의 신상을 탈탈 털고는 무척 흡족해한다. 명절에 자오치핑의 부모님을 만나지 않기 위해 출장이 있다며 외국으로 도망간 샤오샤오는 핑계 겸 돌아다니다 뜻밖의 사업적 성과를 얻는다.


​3권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앤디는 바오이판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유산을 전부 앤디에게 주겠다는 외할아버지 때문에 자신을 웨이궈창의 불륜녀로 몰아가는 웨이부인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했다. 바오이판은 좋았지만 바오이판 엄마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힘들다. 오해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앤디를 힘들게 해 바오이판도 엄마와 앤디 사이에서 괴롭고 아직 문제는 미해결 상태다. 쥐얼은 별 다른 일 없이 지냈다. 22층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걱정해 주고, 챙겨주고, 앤디와 함께 벨리댄스를 배우는 중이다. 잉잉을 데려다준 경찰과 자신도 모르게 아주 약한 썸을 타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잉잉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잉친에게 차인다. 그 후, 잉잉의 머릿속은 잉친과 재결합 생각뿐이다. 잉친의 SNS를 보고 역으로 가 잉친을 미행하다 경찰에게 위험인물로 찍히기도 한다. 잉잉은 아직 잉친을 포기하지 않았다. 성메이는 사직서를 내고 호텔로 출근하며 새 출발을 하지만 집안 문제는 여전히 그녀를 괴롭힌다. 명절에는 바이촨 엄마에게 아들과 헤어져달라는 말을 듣는다. 샤오샤오는 자오치핑과 떨어져 지낸 동안 마음을 확인하며 재결합한다.


2권만큼 황당하고 속 터지는 일 들이 3권에도 어김없이 일어난다. 읽는 사람이 포기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을 성메이 집과 사돈의 집.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아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가치관이 정반대라 남자가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샤오샤오 탓으로 돌리고 화를 내고 막말을 하는 잉잉 때문이다. 회사 팀장과 헤어진 일로 샤오샤오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샤오샤오는 그 팀장에게서 싹을 봤기에 미끼를 던진 것이지 잉잉과 틀어지게 하고 싶은 나쁜 맘으로 한 일이 아니다. 자오치핑이나 바오이판이 지금 사귀고 있는 샤오샤오나 앤디보다 더 이쁘고 돈 많은 여자가 웃으며 명함 한 장 줬다고 바로 연락할까. 잉잉 자신도 팀장의 바닥을 봤으면서 친구의 남자를 넘본다느니, 남자를 좋아한다느니 식으로 말하며 샤오샤오를 천하에 없을 나쁜 여자 취급하는 것이 보는 내내 불편했다.


그런 점을 따끔하게 지적하기보다 정 많고 단순해 샤오샤오의 놀림감이 되기 쉽다는 말로 위로하는 부분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 왜 그 정 많고 단순한 사람이 샤오샤오의 정 많음은 몰라주고 공격만 하는지.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찾아가는지. 샤오샤오 성격이 좋아서 말 몇 마디로 넘어간 거지 몇 십 년의 우정에도 위기가 찾아올만한 생각 없는 말은 미성숙의 증거이며 그것은 자랑거리나 장점이 아니다. 뉘우치고 사과하고 고치고 단련해야 하는 단점이다. 4권에서는 성숙해진 잉잉을 보고 싶다. 커피 영업할 때 활기차고 긍정적이며 빛나던 모습을 연애와 인간관계에서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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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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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가 있다. 말 그대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연을 설계하고 일어나게 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수업을 받고, 필기와 실기 시험을 합격한 후, 임무를 배당받아 우연을 제작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만큼 우연도 다양하다. 다른 일을 하며 본래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낭비하는 사람에게 재능을 일깨우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거나 현재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하거나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우연 제작자에게 임무가 떨어지느냐에 따라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3명뿐인 우연 제작자 수업에서 만난 가이, 에밀리, 에릭은 원하는 분야와 잘 하는 분야가 달랐다. 가이는 사랑을 원하지 않지만 인연을 맺는 우연에 가장 재능을 보인다. 에밀리는 자신에게 인연 맺는 우연을 이용하고 싶어 하지만 가장 잘 하는 것은 사람과 재능을 맺어주는 우연에 소질이 있다. 에릭은 모든 임무를 골고루 꽤나 잘 수행한다. 이들은 현장에 나가서도 서로 어울리며 지낸다. 처음에는 가이와 에밀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바빠지면서 소원해지자 에릭이 셋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모임을 지속한다.



가이의 전 직업은 상상 속 친구였다. 자신의 모습은 없고 누군가의 상상 안에서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상상 속 친구. 가이는 마이클이라는 아이의 상상 속 친구로 그의 곁에 있다가 마이클과 함께 노는 아이의 상상 속 친구 커샌드라와 만나게 된다. 그 후부터 가이의 세상은 변한다. 둘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에게 영향받은 가이는 상상 속 친구로서 하면 안 되는 말을 하고 징계를 받는다. 징계는 끝났지만 커샌드라를 향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건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고, 가이는 상상 속 친구를 그만두고 우연 제작자로서 살기로 한다.



우연 제작자들이 우연을 만드는 방법, 수업 내용, 사례 등이 실제로 우연 제작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가끔 내가 꿈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상상해보곤 하지만 나조차도 어쩔 수 없는 외부 행동들과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까지 통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다. 실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괜히 설레기도 했다. 누군가의 삶 자체가 수많은 우연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살다 보면 그런 일 들이 많이 있다. 놓치면 틀림없이 지각인 버스에 그날따라 사람들 줄이 길어 간신히 탈 수 있었다던가, 사람이 꽉 들어찬 버스라도 타지 못해서 초조했는데 좌석이 텅텅 빈 같은 번호 버스가 1분도 되지 않아 왔다던가, 선착순 물품을 구매하려 오랜 시간 줄을 섰는데 내 앞에서 마감되었다던가 하는. 매일 같은 일의 반복임에도 알아 채지 못하는 순간에 바뀌어버린 무언가 때문에 인생이 변하는 일도 어쩌다 겪게 돼 곤한다. 그렇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실제로는 치밀한 계획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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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왕 공포 요괴 배틀 과학 학습 도감 최강왕 시리즈 18
이리사와 마코토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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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요괴 소재의 창작물이 많은 나라다. 한국과 중국도 책, 만화, 드라마를 통해서 요괴를 접할 수는 있지만 종류가 한정되어 있고 구미호 같은 특정 요괴의 반복이 많다. 요괴들이 드라마에 출현한 빈도 수와 종류를 따져본다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왜 유독 일본에서 요괴가 일상생활에 녹아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미지의 존재는 무척 매력적이다.



책은 요괴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실제로 봤을지는 의문이지만 고서에 요괴들이 종종 등장하는 듯하다. 고서에 그려진 그림과 함께 생김새가 설명되어 있는 고서의 정보까지 알려준다. 요괴마다 출몰지역이 다르고, 출생도 다르다. 탄생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신화적인 전설의 요괴가 있는 반면, 오래된 물건이나 동물이 요괴가 된 경우도 있다. 공포 요괴라고 해서 공포스러운 요괴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동자승처럼 보이는 어린아이가 삿갓을 쓰고 두부를 올려놓은 쟁반을 들고 다니는 '두부 동자'라는 요괴도 있다. 이 책을 통틀어 가장 귀엽다고 생각되는 요괴다. 사람의 모습을 한 요괴, 동물의 모습을 한 요괴, 변신을 하는 요괴, 사물의 모습을 한 요괴, 이 모든 것들에 해당되지 않는 요괴 등 귀엽고, 무섭고, 때론 징그러운 모습으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배틀이라는 단어가 책 제목에 포함된 만큼, 책 안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특성과 능력으로 가상 싸움을 시킨다. 실제 요괴가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과정과 결과가 일치할지는 의문이지만 나름 생각해서 내놓은 결론이므로 그러려니 하며 그냥 즐기기로 했다. 요괴들의 능력은 물론, 약점도 설명한다. 요괴와 마주쳤을 때, 요괴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도 알려주는데 이건 요괴가 실제 한다는 전제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 실제로 누군가가 요괴를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나는 요괴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끼고 즐기며 좋아한다. '누라리횬의 손자'라는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에는 이 책에도 나오는 누라리횬이 등장한다. 요괴들의 대장, 백귀야행의 주인이라 불리기에 그를 따르는 무리들과 타지역에서 모인 무리들이 나온다. 몇 명의 요괴가 아니라 온갖 요괴들이 출몰한다. 알고 있는 요괴 대부분을 이 애니메이션에서 봤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가의 생각, 그림체 등으로 미화되거나 귀여워진 요괴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고 좋아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인간과 함께 어디에선 가는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만으로도 이 책을 좋아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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