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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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제작자가 있다. 말 그대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연을 설계하고 일어나게 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수업을 받고, 필기와 실기 시험을 합격한 후, 임무를 배당받아 우연을 제작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만큼 우연도 다양하다. 다른 일을 하며 본래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낭비하는 사람에게 재능을 일깨우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지속적으로 영감을 주거나 현재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하거나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우연 제작자에게 임무가 떨어지느냐에 따라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3명뿐인 우연 제작자 수업에서 만난 가이, 에밀리, 에릭은 원하는 분야와 잘 하는 분야가 달랐다. 가이는 사랑을 원하지 않지만 인연을 맺는 우연에 가장 재능을 보인다. 에밀리는 자신에게 인연 맺는 우연을 이용하고 싶어 하지만 가장 잘 하는 것은 사람과 재능을 맺어주는 우연에 소질이 있다. 에릭은 모든 임무를 골고루 꽤나 잘 수행한다. 이들은 현장에 나가서도 서로 어울리며 지낸다. 처음에는 가이와 에밀리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바빠지면서 소원해지자 에릭이 셋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모임을 지속한다.



가이의 전 직업은 상상 속 친구였다. 자신의 모습은 없고 누군가의 상상 안에서 그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상상 속 친구. 가이는 마이클이라는 아이의 상상 속 친구로 그의 곁에 있다가 마이클과 함께 노는 아이의 상상 속 친구 커샌드라와 만나게 된다. 그 후부터 가이의 세상은 변한다. 둘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사랑에 빠진다. 그녀에게 영향받은 가이는 상상 속 친구로서 하면 안 되는 말을 하고 징계를 받는다. 징계는 끝났지만 커샌드라를 향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건만 그녀를 찾을 수 없었고, 가이는 상상 속 친구를 그만두고 우연 제작자로서 살기로 한다.



우연 제작자들이 우연을 만드는 방법, 수업 내용, 사례 등이 실제로 우연 제작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가끔 내가 꿈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상상해보곤 하지만 나조차도 어쩔 수 없는 외부 행동들과 나도 모르겠는 내 마음까지 통제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다. 실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괜히 설레기도 했다. 누군가의 삶 자체가 수많은 우연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살다 보면 그런 일 들이 많이 있다. 놓치면 틀림없이 지각인 버스에 그날따라 사람들 줄이 길어 간신히 탈 수 있었다던가, 사람이 꽉 들어찬 버스라도 타지 못해서 초조했는데 좌석이 텅텅 빈 같은 번호 버스가 1분도 되지 않아 왔다던가, 선착순 물품을 구매하려 오랜 시간 줄을 섰는데 내 앞에서 마감되었다던가 하는. 매일 같은 일의 반복임에도 알아 채지 못하는 순간에 바뀌어버린 무언가 때문에 인생이 변하는 일도 어쩌다 겪게 돼 곤한다. 그렇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실제로는 치밀한 계획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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