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왔지만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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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도쿄에 간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이 아닌, 자기만의 특징이 담겨있는 일을 바랬고, 왠지 다양한 일거리가 있을 것 같은 도쿄로 무작정 간다. 하지만 도쿄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집세는 비쌌고, 저축은 바닥을 보여 느긋이 일자리를 찾기는 커녕 당장 먹고 사는 것이 급했다. 당장 할 수 있는 알바를 구해 하고 싶은 일과는 전혀 다른 일로 생활비를 벌면서 문득 "도쿄에 무엇때문에 왔는지, 지금 내가 뭐하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안감이 들기도 한다.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한 날, 자신 뿐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 꿈을 가지고 도쿄에 왔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화려해 보이는 도시, 그곳에 맞춘 것처럼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고 도쿄에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응모한 쇼윈도 기획서가 통과되고, 제작된 쇼윈도 앞에 가족이 서 있는것을 보며 더 노력할 것을 결심한다.


서울에 살지 않는 나는 어쩌다 서울에 갈 때면 마치 다른 나라에 간 것 처럼 낯설었다. 복잡한 대중교통, 북적거리는 인파. 나름 수도권인 인천에 살지만 한 나라의 수도여서일까. 서울은 잘 말할 수 없지만 뭔가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단순한 구경이라면 그 특별함과 낯설음조차 여행의 즐거움이라 생각하겠지만, 삶의 터전 자체를 서울로 바꾸려는 결심으로 간 사람들이라면 즐거움보다 막막함, 불안함이 앞설 것이다. 이 곳에 온게 잘한 일일까, 이렇게 사는게 맞는 일일까. 날마다 고민하며 조금씩 적응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될 것이다. 목표를 이루건 이루지 못하건 열심히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으니.

 

 

 

책은 꿈을 이루기 위해 수도로 상경한 사람의 포부, 고민, 방황 그리고 작은 성공을 솔직하게 보여주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괜찮다고, 일이 생각대로 잘 안 풀리는 건 너 뿐만이 아니라고, 나 또한 다 겪은 일이라고, 참고 조금만 더 노력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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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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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한 작가는 고향과 다른 도쿄의 입맛에 당황한다. 이제껏 먹어오던 미소(일본된장)도 팔지 않았고, 가족과 함께 먹던 식습관이 남아있어 일 인분만 만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도쿄의 맛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맛있게 베이컨을 만드는 집을 발견하고, 마음에 드는 빵을 찾고, 새로운 미소에 맛을 들인다. 생각없이 시도해 본 요리가 맛있어 그것만 먹기도 하고, 계절별 나오는 제철 먹거리는 싸고 영양이 많아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고향의 맛은 고향의 맛대로 도쿄의 맛은 도쿄의 맛대로 하루하루 먹는다. 가끔가다 실패하기도 하지만 가지고 있는 소스, 자투리 재료로 만드는 '나만의 음식'은 그럭저럭 입에 잘 맞는다.


혼자 사는 일상이 이런걸까. 비록 작가의 식생활에 관한 이야기지만, 생활 전체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자라 고향의 맛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엄마와 함께 살고있으니 엄마의 맛이 그립지도 않다. 그래서 도시로 올라와 혼자 사는 작가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다른 나라에 살면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일본 사람이 아니라도 알고 있는 유명한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것이, 일본 사람이라도 나 같이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모를 수도 있을 식재료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을 보고 '토필'이라는 식재료를 처음 알았다.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어느정도 일본의 식생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토필은 그런 날 당황스럽게 했다. 얼마 전, 시골이 배경인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토필을 발견했다. '책에 있는 그림, 사진과 똑같네'생각했다.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이었다. 몇 번을 봤어도 또 손에 들고 보게 되는, 좋아하는 음식처럼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기분좋아지는 책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바로 "오늘 뭐 먹지?"일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물론, 매일 식사를 차려야 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민한다. 먹는 장소가 집이건, 밖이건 날마다 수없이 고민한다. 그만큼 먹는 것은 중요하다. 길 가다 배고파서 들른, 처음가는 음식점에서 뜻밖에도 취향에 딱 맞는 요리를 발견했을 때. 또 어떤 요리가 맛있을까 고민하다 결국에는 그 식당의 요리를 제패하고 평생 단골집을 발굴해냈을 때의 기쁨. 그렇게 여기저기 탐험하며 개척한 식당에서 음식뿐이 아닌 다른 취향도 맞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소소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일상이 실은 특별했음을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늘 뭐 먹지?"는 소소한 일상의 기쁨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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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드라마 영상만화 1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의 가족
마음의소리 문전사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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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마음의 소리] 웹툰을 봤을 때가 기억난다. 평소 선호하는 그림취향이 확실했던 나는 이제껏 보지 못한 그림체에 무척 놀랐다. 아무리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해도 그 그림체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마음의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몇 년 지나고, 나는 한 번 더 놀랐다.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만화의 생각지도 못한 긴 생명력에. 어떻길래 아직까지 연재되고 있는 걸까 호기심이 생겼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내 피해왔던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웃겼다. 내용과 그림체가 딱 어울렸다. 순정만화 그림체였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거다. 마음의 벽은 허물어졌고, 그 후 마음의 소리는 즐겨보는 웹툰이 되었다.


웹드라마 소식은 알고 있었다. 재미있게 보는 웹툰이니 드라마도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이 난해한 웹툰을 어떻게 드라마로 만들지 걱정이 앞섰다. 그림체와 어울리는 배우를 찾을 수 있을까. 조석을 어찌해야 하나. 얼굴이 9각형은 되는 것 같은데. 애봉이 같은 얼굴을 가진 여배우가 있을라나 등등. 발표된 캐스팅을 봤을 때 너무 훌륭한(멀쩡한) 배우에 기대를 접었다. 망했다 싶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막상 드라마를 보니 이제 웹툰을 봐도 드라마 배역의 얼굴이 보일만큼 완벽했다. 연신 웃어대며 드라마를 봤다. 내가 본 마음의 소리 1은 작가 조석이 그린 웹툰이 아닌, 드라마를 만화화한 책이다.


처음에는 드라마를 보지 않은 채 영상만화를 봤다. 대강 알고 있던 등장인물 소개부터 열심히 봤다. 웹툰작가 지망생 조석(시작은 그랬다)을 비롯해, 나중에 그의 여자친구가 될 애봉이, 형 조준, 엄마 권정권 여사, 아빠 조철왕.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 그 자체로 보이지만, 실상은 범인을 뛰어넘은지 오래되었다는거. 신선하다 못해 엽기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 가족의 성격은 웹툰으로 파악했는줄 알았는데, 영상화된 인물들은 상상이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웃음을 줬다. 책을 다 본 후,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 영상만화책을 보고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드라마를 보고 한 번 더 책을 봤다. 목소리가 들리는 생생함이 추가되었다. 나레이션, 의성어와 의태어가 적절히 사용되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재미있는 순간들을 빠짐없이 담아낸 드라마 영상만화 마음의 소리. 재미있다 생각한 책도 3번 이상이 보지 않는 내가 벌써 4번째 이 책을 봤다. 이미 드라마로, 책으로 봐서 내용을 다 아는데도 볼 때마다 웃기다. 5번째도 그렇겠지. 아마 앞으로 우울할 때마다 책장에서 가장 먼저 꺼내 볼 책이 될 것 같다. 웃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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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지식 : 심리학 한 장의 지식 시리즈
마커스 위크스 지음, 신승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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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얼굴과 심리학이라는 세 글자만 적혀있는 이 책은 "한 장의 지식"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 시리즈는 철학, 세계사, 경제학, 빅 아이디어 등의 각 분야에서 꼭 필요한 200가지를 엄선해 한 장의 그림과 한 장의 지식을 전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그렇기에 어렵게만 생각되는 심리학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심리학의 시초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점점 발전하는 심리학을 볼 수 있다. 아니, 발전이라는 단어보다는 발견이 맞는 것 같다. 원래부터 인간의 마음 속에 내제되어 있던 것들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실험을 통해 이론화한다. 실험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그 이론은 없어지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그 이론이 맞다고 생각해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리학은 이런 과정들을 통해 여러 개, 또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해왔다. 심리학은 생각, 마음, 감정 등 형태가 없는 것을 이론화 하기위해 여러가지 분야로 퍼졌기에 꽤 광범위하다. 행동심리학,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임상심리학 등 많은 분야로 나누어졌고, 아직 정의하지 못한 인간의 심리가 지금도 누군가에 의해 연구되고, 이름 붙여지고 발전하고, 파생되어 또 다른 이론이 나오는 것을 반복할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심리학이 걸어온 길은 볼 수 있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새로운 분야가 생기는 과정이 이제껏 봐왔던 과학과 닮은 듯 닮지않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기억이 심리학의 한 분야라는 것이 인상깊었다. 특정 상황이나 경험은 일화, 사실이나 지식은 의미, 특정 행동법은 절차라는 항목으로 나뉘어져 뇌의 부분에 저장되고 이렇게 나뉜 기억은 꺼내오기 쉽다는 것이다. 또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있는데 반복학습을 통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나에게 가장 유용하고 재미있는 지식이었다.  


심리학은 오묘하고 신비롭다. 사기 같기도, 학문 같기도, 의학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심리학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어떤 삶을 살건 그 삶도.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마저도. 심리학이 궁금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빡빡한 글씨의 심리학 책이 겁이 나 차마 볼 수 없었다면, 하나의 제목, 한 장의 지식, 한 장의 그림으로 심리학을 훑어볼 수 있는 이 책은 마음의 부담도, 눈의 부담도 줄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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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심리학 키워드 100
이동귀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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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머피의 법칙을 떠올린다. 운이 나를 따르는 것만 같을 때는 샐리의 법칙을 떠올린다. 감정노동인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상황과 상관없이 웃어야하기에 그 스트레스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많다고 한다. 굳은 믿음으로 진짜 약이 아닌 비타민만으로 병의 증상이 나을 수 있는 플라시보 효과, 반대로 신뢰하지 못해 병세를 호전시킬 수 있는 약인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노시보 효과를 들은 적이 있다. 범인에게 동화되어 피해자가 가해자를 감싸주고 사랑을 느껴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례를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심리법칙이라는 것. 나도 모르게 생활에 깊숙하게 녹아있었다는 것을 책을 보며 새삼 느꼈다.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라고 물어보는 이 책은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심리학 법칙들에 대해 설명한다. 확실하게 개념과 이름을 알고 있는 법칙부터, 이름은 몰랐지만 들어본 적은 있는 심리법칙, 처음 보지만 낯설지 않은 법칙까지 100가지다. 처음 심리상태에 대해 의문을 갖고 실험한 사람의 이름을 따온 법칙, 작가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향과 일치해 그의 이름으로 붙여진 법칙, 정신분석가 등의 학자가 상태와 단어를 연관시켜 명명한 법칙까지 다양하다.

어디선가 들었던 심리상태, 혹은 내가 느껴본 감정들이 심리학의 법칙으로 이름지어져 있다는 것이. 누군가의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심리학 분야의 주제라 무겁거나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예상외로 가볍고 재미있었다. 각 법칙에 대한 설명이 짧고 쉽게 설명되어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감정의 기복이 있었다. 소비성향에 따른 심리를 광고에 적용하고 이득을 본 사례가 소개될 때는 그동안 알게모르게 속고 산 것같아 불쾌했고, 알고 있는 법칙이 나왔을 때는 반가웠다. 실제 진행했던 실험이 나왔을 땐 법칙과 상관없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도 하고, 실험자가 된 기분으로 질문에 대답하며 읽을 때는 퀴즈를 푸는 것 같은 기분에 재미있기도 했다.

사람의 복잡한 마음을 법칙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나 근거가 될 수도 있다면 심리법칙을 읽어보는 작은 수고로움 정도는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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