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먹지?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지방에서 도쿄로 상경한 작가는 고향과 다른 도쿄의 입맛에 당황한다. 이제껏 먹어오던 미소(일본된장)도 팔지 않았고, 가족과 함께 먹던 식습관이 남아있어 일 인분만 만들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도쿄의 맛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맛있게 베이컨을 만드는 집을 발견하고, 마음에 드는 빵을 찾고, 새로운 미소에 맛을 들인다. 생각없이 시도해 본 요리가 맛있어 그것만 먹기도 하고, 계절별 나오는 제철 먹거리는 싸고 영양이 많아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고향의 맛은 고향의 맛대로 도쿄의 맛은 도쿄의 맛대로 하루하루 먹는다. 가끔가다 실패하기도 하지만 가지고 있는 소스, 자투리 재료로 만드는 '나만의 음식'은 그럭저럭 입에 잘 맞는다.


혼자 사는 일상이 이런걸까. 비록 작가의 식생활에 관한 이야기지만, 생활 전체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자라 고향의 맛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엄마와 함께 살고있으니 엄마의 맛이 그립지도 않다. 그래서 도시로 올라와 혼자 사는 작가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다른 나라에 살면서 같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일본 사람이 아니라도 알고 있는 유명한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는 것이, 일본 사람이라도 나 같이 도시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모를 수도 있을 식재료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을 보고 '토필'이라는 식재료를 처음 알았다.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어느정도 일본의 식생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토필은 그런 날 당황스럽게 했다. 얼마 전, 시골이 배경인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토필을 발견했다. '책에 있는 그림, 사진과 똑같네'생각했다.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이었다. 몇 번을 봤어도 또 손에 들고 보게 되는, 좋아하는 음식처럼 질리지 않고 볼 때마다 기분좋아지는 책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바로 "오늘 뭐 먹지?"일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물론, 매일 식사를 차려야 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민한다. 먹는 장소가 집이건, 밖이건 날마다 수없이 고민한다. 그만큼 먹는 것은 중요하다. 길 가다 배고파서 들른, 처음가는 음식점에서 뜻밖에도 취향에 딱 맞는 요리를 발견했을 때. 또 어떤 요리가 맛있을까 고민하다 결국에는 그 식당의 요리를 제패하고 평생 단골집을 발굴해냈을 때의 기쁨. 그렇게 여기저기 탐험하며 개척한 식당에서 음식뿐이 아닌 다른 취향도 맞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간다. 소소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일상이 실은 특별했음을 어느날 문득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오늘 뭐 먹지?"는 소소한 일상의 기쁨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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