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uture Me 다이어리
스타로고 편집기획실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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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심삼년. 이 다이어리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목표다. 다이어리를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1년 다이어리, 만년 다이어리라는 말은 들어 봤을 것이다. 1년 다이어리는 흔히 볼 수 있는 다이어리로 1년동안 정해진 날에 쓰는 다이어리다. 만년 다이어리는 날짜가 비어있어 언제든 쓸 수 있는 다이어리다. 이 특이한 다이어리는 3년. 2018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기록할 수 있게 되어있는 3년 다이어리다. 


난 이번에 처음 봤지만, 몇 년 전에 출시되었다고 한다. 해를 거듭하면서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새해지만 작년의 연장선 같은 기분이 드는 1,2월에는 새출발에 앞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해준다. 하루에 고사성어 2개와 나를 찾아 떠나는 3분 여행이라는 자기계발서에서나 볼 것 같은 지혜롭게 살기 위한 좋은 짧은 글을 적어놓았다. 3월부터는 본격적인 3년 다이어리의 시작이다. 2018년, 2019년, 2020년의 3월 1일을 한 쪽에 다 적을 수 있다. 고사성어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달콤한 레시피'라는 사람의 행동과 말로 알 수있는 심리로, 짧은 글들은 2년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대폭 축소되어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긍정의 명언 필사하기!'로 바뀌었다. 몇 권의 책이 들어있다는 소개문구가 위, 아래의 글 때문이었나보다. 


그동안 봐왔던 다이어리의 깍두기는 찾아 볼 수 없다. 생소하다. 3년을 어떻게 써야할 지 막막하다. 꽤 도움되는 글도 많고, 특히 심리에 관해 적힌 글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한 권의 책이 된다. 재미가 걱정을 반감시켜 주지는 않는다. 여전히 난감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뭐든 금방 질리는 내가 3년 동안 꾸준히 쓸 수 있기는 할까. 활용법을 고민 끝에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Future Me 다이어리는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바라는 것. 내가 이것만큼은 해놨으면 하는 것.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들을 적어놓는 미래 나와의 약속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지키기 쉽고, 가장 지키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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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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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달에 도시가 생겼다. 이름은 아르테미스. 누군가에게는 특별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평범한 곳. 지구에서 사는 사람이 아르테미스에 놀러올 수도, 아르테미스에 살던 사람이 지구로 갈 수도 있다. 추방이라고도 불리는 것을 보면 아르테미스가 고향인 사람에게 썩 달가운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왕래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마치 호화 관광지같은 느낌을 준다. 지구 중력의 1/6이라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이점 때문에 지구에서 휠체어 생활만 했던 사람이 아르테미스에 오면, 목발을 짚고 걷을 수 있다. 여 주인공 재즈의 고객 트론도 사고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딸을 위해 아르테미스에 왔다. 


이 책은 어릴 적 아르테미스로 와 이곳을 고향으로 여기며 사는 여자 재즈의 이야기다. 재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다. 아르테미스는 전세계 사람들이 모여있다. 인종, 종교, 국적이 다양하다. 어디든 부자와 가난한 자는 존재하는 법. 부자는 살기 좋은 곳(깨끗하고, 개인 화장실, 개인 샤워실, 조리하는 곳 등이 있는)에서 잘 살고, 가난한 자는 제 몸 하나 겨우 눕고,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린 곳에서 밖에 살 수 없다. 재즈의 소원은 단 하나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돈을 많이 벌어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딸린 집을 구하는 것이다. 포터 일만으로는 빨리 자금을 모을 수 없어, 지구에 있는 친구와 밀수입을 해서 쏠쏠하게 돈을 벌고 있다. 밀수입자이지만, 자신만의 법이 있어 마약, 총기류 등의 반입은 하지 않는 모순되는 면도 보인다. 


재즈는 밀수입 주고객인 부자 트론에게서 거액의 일을 제안받는다. 무척 위험하지만 한 번에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돈. 재즈는 그 일을 수락하고, 계획끝에 착수하지만 도중에 적발되어 75%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트론은 일을 완전히 해결해 줄 것을 재촉한다. 어떻게든 그 일을 마무리하고 돈을 받고 싶은 재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만나서 얘기를 하자는 트론의 말에 그의 집을 방문했다 핏자국을 발견한다. 자신을 내쫓지못해 안달난, 보안책임자 루디에게 신고하고 트론의 집에서 벗어난 재즈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살인자에게 당하기만을 기다릴 수 없는 재즈는 트론이 자신에게 시킨 일, 트론이 만났던 의문의 사람, 그곳에 등장했던 의문의 물건 등 모든 정보를 조합해 자신을 지키려한다. 


마션이란 영화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다. 화성을 탐사하다 누락된 대원이 살기 위해 화성에서 감자를 키워먹는 내용이라고. 보지는 않았지만 꽤 흥미로운 소재라고 생각했었다. 아르테미스는 화성을 그렸던 마션의 작가가 내놓은 신작이다. 아르테미스라는 제목에서 세계가 펼쳐질 무대를 쉽게 상상할 수 있었는데, 역시 달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화성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 보다 흥미로울 것 같은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전체적인 도시설계 등 상상하기 조금 어려운 복잡한 부분이 확실히 존재한다. 내가 사는 도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다 이해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 그 복잡함이 오히려 생생함으로 다가왔다. 마치 아르테미스가 달에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우주살이를 꿈꿔왔던 사람. 특히, 달에 땅을 사놓은 사람들은 이 책에 열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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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
콜린 스튜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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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영국의 왕립연구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이어지는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사람들 때문이다. 1825년 왕립연구소는 과학분야의 최고 석학을 초청해 크리스마스 강연을 열었다. 어린이, 청소년, 과학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까지 좋아하는 이 강연은 전쟁시 몇 년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은 그 동안 했던 크리스마스 강연 중에서 천문학에 대한 내용만을 추린 책이다. 오래된 강연은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당시의 기사 내용을 참고하거나, 강연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에서 가져오거나, 강연 프로그램 책자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 1966년부터 TV로 방송했고, 현재는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시청가능하다. 어떻게 190여년 동안 크리스마스 강연이 열릴 수 있었을까. 그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책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책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책은 1881년 로바트 스타웰 볼의 태양계에 대한 강연으로 시작해 2015년 케빈 퐁의 우주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이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13명의 강연자와 떠나는 천문학이야기가 담겨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다. 논문에 실을 법한 어려운 학술적 지식을 늘어놓지 않는다. 어디까지 대상은 어린이기에 그에 맞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한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과학자 할아버지가 관심이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별, 태양, 우주,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손주들이 들을 얘기이니 쉬운 단어로 설명하고, 보지 못했던 미지의 것이니 사진을 보여준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조수를 불러 실험도 한다. 이웃집에 소문이 나 손주 뿐 아니라, 동네 아이들과 그 부모, 같은 연배의 사람들까지 모였고, 반응이 좋아 매년 그때 쯤이면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규모가 제법 커진 강연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해마다 다른 분야의 과학자를 초대하기 시작해 더 풍성해진. 


내가 고등학교 때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9개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고 했다. 몇 년전, 명왕성이 자격이 미흡해 행성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식은 변한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지식의 정확도를 높여주었다.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짐작으로만 어렴풋이 유추하던 것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881년 그 시대 사람들에게 볼의 태양계 강연은 너무나 신비로운 것이었을거다. 지금 우리는 그보다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다. 그 전의 강연자들이 상상만 했던 우주를 실제로 갔다 온 사람들이 있다. 우주 정거장에서 보내온 메시지도 볼 수 있다. 


전의 지식은 다음 지식으로 가는 발판이 된다. 많은 천문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천문학은 전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통해 시대를 거쳐오며 변한 지식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과 사진으로 실험장면을 보며 전체과정을 상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번역만 가능하다면 이번 년도 크리스마스 강연을 듣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게  무척 아쉽다. 그럴 수 있다면, 열 네 번째 시공간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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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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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베 신이치로는 26년 전 일본을 발칵 뒤집어놓을만큼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당시 14살이었던 그는 이웃에 사는 5살 여자아이를 살해 후, 신체를 부위 별로 절단하여 우체통 위, 유치원 앞 등의 장소에 유기했다. 살해이유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는데 마침 그 아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그의 진술을 무시한 채 다른 이유를 찾으려 했고, 반복되는 날 들에 지친 그는 경찰이 좋아할만한 대답을 해주었다. 사법부는 그의 정신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고, 소노베는 의료 소년원에 송치된다. 그곳에서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무덤덤하게 지내던 어느 날, 수감된 여자아이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그 연주는 소노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세상이 보였고, 사람이 보였다. 자신이 죽인 아이에 대해 끊임없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들었다. 소노베는 '변호사를 하는 데, 인격은 필요없다.'는 친구의 말과 '자책해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인생은 타인을 위해 살아라. 그것만이 유일한 속죄의 길이다'라는 교관의 말에 속죄를 위한 사법고시를 준비한다. 


26년 후, 미코시바 레이지가 누군가의 시체를 옮기며 책은 시작된다. 검거율, 행정구역, 날씨, 시반 등을 고려해 치밀하게 시체를 유기한다. 시체는 곧 발견된다. 신분을 특정할 소지품이 없어 신원미상이었던 시체는 기자들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다. 프리랜서 기자 가가야. 형사들은 최근 가가야가 쫓고 있던 사건에 접근하다 미코시바를 만난다. 돈 많고 죄를 진 사람들에게서 비싼 수임료를 받아 악명높은 변호사인 미코시바가 골치아픈 국선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은 경찰에게 의혹을 주었다. 가가야가 협박할 거리를 찾아 방문한 곳에 미코시바가 수임한 사건의 관계자가 있었고, 가가야의 컴퓨터에 소노베 신이치로의 사진을 몇 번이고 봤던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미 누군가를 죽여본 경험이 있는 사람. 과거를 숨기고 변호사가 된 사람. 그것을 쫓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미코시바는 경찰에게 의심받기 충분했다. 경찰은 가가야 살인범으로 미코시바를 제 1용의자로 두고, 그에 대해 알기 위해 그가 지냈던 의료 소년원에 재직했던 교관을 찾아가 옛날 얘기를 듣는다. 


책은 세 가지 흥미로운 점과 두 가지 사건이 나온다. 프리랜서 기자 가가야 살해사건. 목재공장 사장 살해사건. 겉으로 봐서는 연관없는 사건 같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접점이 나타난다. 첫 번째 흥미로운 점은 미코시바의 과거 이야기는 도중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시체유기 하던 미코시바와 시체배달부 소년 소노베가 겹쳐지면서 그라는 사람을 알 수 없게 한다. 그 때문에 소년시절이 뒤에 나온 이유가 아닐까. 두 번째. 그동안 미스테리 장르의 책을 많이 봤는데, 진술조서를 본 적은 없었다. 경찰이 취조하는 장면으로 '지금 진술조서를 작성하고 있겠구나'싶은 장면은 봤지만, 실제 법원에 제출된 것 같은 진술조서는 처음 봤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한 장이지만 그림이 있어 막연하게 그렸던 당시 상황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재판을 뒤집기 위해 미코시바가 진술조서 한 단어 한 단어를 주의깊게 보는 내용에서는 마치 내가 미코시바가 된 듯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법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생생한 재판과정이다. 판사와 검사의 성향을 미리 알아둔다거나, 검사가 증거를 제시할 때마다 반대되는 의견으로 뒤집는다거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증인을 세운다던가 하는 재판부와의 법정싸움이 실감나 재미있었다. 결말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 조금 찝찝했는데 시리즈였다니, 다음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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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푸른 봄 1
지늉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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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청춘이 있다. 남수현과 여준. 까칠한 복학생과 상큼발랄 새내기. 청춘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이. 파릇파릇한 청춘 둘은 학교에서 조별과제 때문에 만난다. 여준은 첫 만남부터 자신을 무시하는 수현이 못마땅하다. 수현은 타인을 믿지 못하며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해 미움사는 것이 익숙하다. 할 일 없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수현은 미리 고지되지 않은 공강 때문에 기껏 학교에서 할 일이 없어지고, 엄마의 잔소리 폭격에 지친 여준은 수현의 조원 호출에 응답한다. 수현이 먹고 있는 유통기한 지난 샌드위치를 버린 후, 일장연설을 들은 여준은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요리를 해준다. 평소 싫어하는 선배가 집에 방문하자 수현의 악명을 이용해 룸메이트가 수현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위기를 넘긴다. 자꾸 얽히는 두 사람. 이 둘은 친해질 수 있을까. 


겉으로 보면 잘생기고 귀엽고 돈 많아 세상 걱정거리 없이 보이는 여준은 마음 속에 깊은 어둠이 있다. 지나치게 잘난 형이다. 형과 비교당하며 정신적으로 때론 육체적으로 학대받아왔다. 여준은 수현이 부럽다. 타인의 시선따위 관심없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수현이. 자신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수현이. 수현은 여준이 부럽다. 장학생으로 집안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제대로 된 끼니조차 돈 때문에 먹지 못하는 자신과는 달리 여유있는 가정환경에서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는 여준이. 


갓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의 상큼발랄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얌전히 책을 덮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생각하는 것처럼 밝은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공감되서 씁쓸하고 아프고 우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가면 인생이 저절로 풀릴 것만 같다. 어른들도 수 없이 얘기한다. 대학만 가면, 남자친구가 생기고 살도 빠진다고. 고등학교까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고생 끝이라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진정한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뼈져리게 깨닫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배우고 싶은 교수가 있는 학교에 갔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이름 있는 학교, 취업이 잘 될 만한 과에 맞춰간다. 막연하게 시작한 대학생활은 캄캄하다. 꿈은 구름처럼 잡히지 않는 먼 곳에 있다. 잘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지만 맘처럼 잘 되지 않는다. 꿈과 현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청춘. 좋은말이다. 그리운 말이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말이다. 누군가는 지내고 있는 말이다. 멀리서 보면 봄은 푸르다. 치열한 삶의 흔적은 가까운 곳에서 봐야만 보인다. 멀리서 봤을 때는 봄을 지내고 있는 것만 같은 두 청춘의 한겨울보다 추운, 그래서 더 마음이 짠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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