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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
콜린 스튜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영국의 왕립연구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이어지는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사람들 때문이다. 1825년 왕립연구소는 과학분야의 최고 석학을 초청해 크리스마스 강연을 열었다. 어린이, 청소년, 과학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까지 좋아하는 이 강연은 전쟁시 몇 년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은 그 동안 했던 크리스마스 강연 중에서 천문학에 대한 내용만을 추린 책이다. 오래된 강연은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당시의 기사 내용을 참고하거나, 강연을 바탕으로 출간한 책에서 가져오거나, 강연 프로그램 책자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 1966년부터 TV로 방송했고, 현재는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시청가능하다. 어떻게 190여년 동안 크리스마스 강연이 열릴 수 있었을까. 그 매력은 대체 무엇일까. 책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책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책은 1881년 로바트 스타웰 볼의 태양계에 대한 강연으로 시작해 2015년 케빈 퐁의 우주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열세 번의 시공간 여행이라는 책의 제목에 걸맞게 13명의 강연자와 떠나는 천문학이야기가 담겨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다. 논문에 실을 법한 어려운 학술적 지식을 늘어놓지 않는다. 어디까지 대상은 어린이기에 그에 맞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한다. 굳이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과학자 할아버지가 관심이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별, 태양, 우주, 지구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손주들이 들을 얘기이니 쉬운 단어로 설명하고, 보지 못했던 미지의 것이니 사진을 보여준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조수를 불러 실험도 한다. 이웃집에 소문이 나 손주 뿐 아니라, 동네 아이들과 그 부모, 같은 연배의 사람들까지 모였고, 반응이 좋아 매년 그때 쯤이면 강연을 하게 되었다. 규모가 제법 커진 강연을 다채롭게 하기 위해 해마다 다른 분야의 과학자를 초대하기 시작해 더 풍성해진.
내가 고등학교 때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9개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돈다고 했다. 몇 년전, 명왕성이 자격이 미흡해 행성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식은 변한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지식의 정확도를 높여주었다.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짐작으로만 어렴풋이 유추하던 것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881년 그 시대 사람들에게 볼의 태양계 강연은 너무나 신비로운 것이었을거다. 지금 우리는 그보다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다. 그 전의 강연자들이 상상만 했던 우주를 실제로 갔다 온 사람들이 있다. 우주 정거장에서 보내온 메시지도 볼 수 있다.
전의 지식은 다음 지식으로 가는 발판이 된다. 많은 천문학자들이 자신의 연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천문학은 전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통해 시대를 거쳐오며 변한 지식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림과 사진으로 실험장면을 보며 전체과정을 상상하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번역만 가능하다면 이번 년도 크리스마스 강연을 듣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게 무척 아쉽다. 그럴 수 있다면, 열 네 번째 시공간 여행을 떠날 수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