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푸른 봄 1
지늉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두 청춘이 있다. 남수현과 여준. 까칠한 복학생과 상큼발랄 새내기. 청춘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이. 파릇파릇한 청춘 둘은 학교에서 조별과제 때문에 만난다. 여준은 첫 만남부터 자신을 무시하는 수현이 못마땅하다. 수현은 타인을 믿지 못하며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해 미움사는 것이 익숙하다. 할 일 없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수현은 미리 고지되지 않은 공강 때문에 기껏 학교에서 할 일이 없어지고, 엄마의 잔소리 폭격에 지친 여준은 수현의 조원 호출에 응답한다. 수현이 먹고 있는 유통기한 지난 샌드위치를 버린 후, 일장연설을 들은 여준은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요리를 해준다. 평소 싫어하는 선배가 집에 방문하자 수현의 악명을 이용해 룸메이트가 수현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위기를 넘긴다. 자꾸 얽히는 두 사람. 이 둘은 친해질 수 있을까. 


겉으로 보면 잘생기고 귀엽고 돈 많아 세상 걱정거리 없이 보이는 여준은 마음 속에 깊은 어둠이 있다. 지나치게 잘난 형이다. 형과 비교당하며 정신적으로 때론 육체적으로 학대받아왔다. 여준은 수현이 부럽다. 타인의 시선따위 관심없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수현이. 자신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수현이. 수현은 여준이 부럽다. 장학생으로 집안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제대로 된 끼니조차 돈 때문에 먹지 못하는 자신과는 달리 여유있는 가정환경에서 즐기고 싶은 만큼 즐기는 여준이. 


갓 대학에 들어간 새내기의 상큼발랄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얌전히 책을 덮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 생각하는 것처럼 밝은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공감되서 씁쓸하고 아프고 우울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가면 인생이 저절로 풀릴 것만 같다. 어른들도 수 없이 얘기한다. 대학만 가면, 남자친구가 생기고 살도 빠진다고. 고등학교까지만 열심히 공부하면 고생 끝이라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진정한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뼈져리게 깨닫는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배우고 싶은 교수가 있는 학교에 갔다면 모를까. 대부분은 이름 있는 학교, 취업이 잘 될 만한 과에 맞춰간다. 막연하게 시작한 대학생활은 캄캄하다. 꿈은 구름처럼 잡히지 않는 먼 곳에 있다. 잘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지만 맘처럼 잘 되지 않는다. 꿈과 현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청춘. 좋은말이다. 그리운 말이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말이다. 누군가는 지내고 있는 말이다. 멀리서 보면 봄은 푸르다. 치열한 삶의 흔적은 가까운 곳에서 봐야만 보인다. 멀리서 봤을 때는 봄을 지내고 있는 것만 같은 두 청춘의 한겨울보다 추운, 그래서 더 마음이 짠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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