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의 소나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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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베 신이치로는 26년 전 일본을 발칵 뒤집어놓을만큼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일으킨다. 당시 14살이었던 그는 이웃에 사는 5살 여자아이를 살해 후, 신체를 부위 별로 절단하여 우체통 위, 유치원 앞 등의 장소에 유기했다. 살해이유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었는데 마침 그 아이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그의 진술을 무시한 채 다른 이유를 찾으려 했고, 반복되는 날 들에 지친 그는 경찰이 좋아할만한 대답을 해주었다. 사법부는 그의 정신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고, 소노베는 의료 소년원에 송치된다. 그곳에서 미코시바 레이지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무덤덤하게 지내던 어느 날, 수감된 여자아이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된다. 그 연주는 소노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세상이 보였고, 사람이 보였다. 자신이 죽인 아이에 대해 끊임없이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들었다. 소노베는 '변호사를 하는 데, 인격은 필요없다.'는 친구의 말과 '자책해도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남은 인생은 타인을 위해 살아라. 그것만이 유일한 속죄의 길이다'라는 교관의 말에 속죄를 위한 사법고시를 준비한다. 


26년 후, 미코시바 레이지가 누군가의 시체를 옮기며 책은 시작된다. 검거율, 행정구역, 날씨, 시반 등을 고려해 치밀하게 시체를 유기한다. 시체는 곧 발견된다. 신분을 특정할 소지품이 없어 신원미상이었던 시체는 기자들에 의해 정체가 밝혀진다. 프리랜서 기자 가가야. 형사들은 최근 가가야가 쫓고 있던 사건에 접근하다 미코시바를 만난다. 돈 많고 죄를 진 사람들에게서 비싼 수임료를 받아 악명높은 변호사인 미코시바가 골치아픈 국선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은 경찰에게 의혹을 주었다. 가가야가 협박할 거리를 찾아 방문한 곳에 미코시바가 수임한 사건의 관계자가 있었고, 가가야의 컴퓨터에 소노베 신이치로의 사진을 몇 번이고 봤던 기록이 남아있었다. 이미 누군가를 죽여본 경험이 있는 사람. 과거를 숨기고 변호사가 된 사람. 그것을 쫓는 사람. 그것만으로도 미코시바는 경찰에게 의심받기 충분했다. 경찰은 가가야 살인범으로 미코시바를 제 1용의자로 두고, 그에 대해 알기 위해 그가 지냈던 의료 소년원에 재직했던 교관을 찾아가 옛날 얘기를 듣는다. 


책은 세 가지 흥미로운 점과 두 가지 사건이 나온다. 프리랜서 기자 가가야 살해사건. 목재공장 사장 살해사건. 겉으로 봐서는 연관없는 사건 같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접점이 나타난다. 첫 번째 흥미로운 점은 미코시바의 과거 이야기는 도중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시체유기 하던 미코시바와 시체배달부 소년 소노베가 겹쳐지면서 그라는 사람을 알 수 없게 한다. 그 때문에 소년시절이 뒤에 나온 이유가 아닐까. 두 번째. 그동안 미스테리 장르의 책을 많이 봤는데, 진술조서를 본 적은 없었다. 경찰이 취조하는 장면으로 '지금 진술조서를 작성하고 있겠구나'싶은 장면은 봤지만, 실제 법원에 제출된 것 같은 진술조서는 처음 봤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한 장이지만 그림이 있어 막연하게 그렸던 당시 상황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재판을 뒤집기 위해 미코시바가 진술조서 한 단어 한 단어를 주의깊게 보는 내용에서는 마치 내가 미코시바가 된 듯 꼼꼼하게 읽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법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생생한 재판과정이다. 판사와 검사의 성향을 미리 알아둔다거나, 검사가 증거를 제시할 때마다 반대되는 의견으로 뒤집는다거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증인을 세운다던가 하는 재판부와의 법정싸움이 실감나 재미있었다. 결말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 조금 찝찝했는데 시리즈였다니, 다음편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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