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썸머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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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걸음들에 대한 이야기다. 힘차게 달리다가도 숨이 차면 잠시 쉬어가기도 하며 나만의 속도와 걸음을 찾아가는 이야기. 가끔은 넘어져도 괜찮다. 여전히 살아있으니 다시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털고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 당신도 조급해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길 위에 서 있는 스스로를 위로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들어가며)

제목 : 사랑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
작가 : 썸머
출판사 : 문장과 장면들

쌍둥이 자매, 배우이자 작가님, 여름을 좋아하심 (그래서 필명도 썸머이신가), 여느 에세이와는 결이 다른 책이었다. 책의 표지가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이 들었는데, 글도 차분하면서도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같다. 센스있는 표현들도 더러 있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마음도 적립이 가능한가요? 랑 오피셜이 존재하기 위해선 수많은 비하인드가 존재한다. 라는 이 문장이 마음에 콕 박혔다. 나는 이런 결의 문장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작가님 제 취향이십니다. 여자지만 좋아요 ㅎㅎ) 책이 두껍지도 않고 작아서 손에 들고 다니면서 외출할때에 틈틈이 읽기에 실용성이 있는 책이다.

기억에 남는 내용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회피엔딩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왕 좋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는 끝까지 가보고 싶다. 상처받기 싫어서 이도 저도 아닌 사이가 되느니 뜨겁게 사랑했던 사이가 되고 싶다. 노래든, 영화든, 소설이든, 사람이든. 이제는 상처 받을 용기로 뜨겁게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p21)

때때로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보다는 남이 좋아하는 것들에 맞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잦아질수록 정말 좋아하는 것들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잊혀진다. 그러나 정말 다행인 것은 좋아하는 마음도 적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페이지를 열어 나만의 마일리지를 쌓는다. 그러다 마일리지가 다 찼을 때는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에 나를 위한 선물을 하나 해주는 것도 좋다. (p50)

내게는 까만 밤하늘의 풍경이 참 위안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여도 오래도록 바라봐 주면 하나 둘 빛을 내는 것들. 모르고 지나쳤다면 볼 수 없었을 것들을 더는 모른 채 지나치고 싶지 않아서 내 마음은 오래도록 그 벤치에 머물렀다. (p52)

내가 나를 궁금해하는 일이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수많은 내가 모여 지금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p90)

이제는 새로 만난 씨앗에 흙을 덮기 전에 알맞은 물의 주기와 햇빛의 양, 온도부터 잊지 않고 확인한다. 알아가는 것부터가 애정의 시작이다. 나의 기대가 아닌 그에 맞는 응원을 해줄 수 있는 마음. 식물을 키우며 나의 애정도 함께 자란다. (p128)

날씨가 추운 요즘같은 날, 따뜻한 방에서 이 책을 읽으면 마음도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포근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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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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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비애에서 삶의 의미까지 누구든 한 번쯤 겪을 만한 19가지 에피소드 그 아픔과 상처에 보내는 공감과 위로 라는 글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당황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옆집 아주머니의 투신 자살을 목격한 목격자가 된 작가님. 아파트에서 자살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트라우마가 오래 갈 것 같은데, 작가님은 이 당시에 어떤 생각이셨을까? 그밖에, 약물 자살시도,부회장에게 성폭행 당함, 계약만료로 인한 퇴사,정신병동 입원, 계획치도 않았던 쌍둥이 임신에 우울증, 아버지의 신장이식, 성인 ADHD등 작가님의 인생에는 왜 이러나 싶은 정도의 안 좋은 사건들이 많았다. 최근에 나는 원하는 아기가 생기지 않아 우울증 증상이 오려는 거 같은데 작가님에 비하면 나는 덜 불행한 고민이었다. 책 제목은 왠지 희망적인 내용들로 가득할 것 같았는데, '운수좋은 날' 처럼 반어법인가? 작가님을 괜시리 응원하게 되고, 자살 시도 하지 마시고 행복하게 6살 된 아이들이랑 잘 사셨으면 좋겠다.

제목 :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작가 : 황유나
출판사 : 리드리드출판


본문 중에서

아파트 카페 게시판에는 조의를 표하는 척 호들갑스러운 글 하나가 올라왔다. 그 사건이 한낱 가십거리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카페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최초 목격자입니다. 사소한 가십거리로 다루어질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글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왠걸.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자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그글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그녀가 떨어진 자리 위에 내가 놓았던 하얀 국화 꽃다발도 치워져 있었다. 누가 치운 걸까.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p22~23)

나는 어쩌면 그녀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독한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렸다. 만약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찍 올라갔더라면 떨어지려는 그녀를 붙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공호흡을 했더라면 그녀를 살려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랬더라면,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저런 가책이 나를 우울감으로 몰아넣었다. (p24)

쉽게 말하면 '사회알레르기'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보고 마는 사람보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과의 대면을 더 두려워한다. 그래서 아는 사람과 있는 게 되려 불편하다. 눈을 마주치면 동공 너머의 내 마음을 들킬 것 같다. 지금 어색하게 웃고 있는 건 아닌지 신경 쓰일 때도 있다. (p33)

입사 지원서를 쓰던 당시 태어난 시간을 적는 칸이 있어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생시까지 적으라는 것은 사주를 보겠다는 뜻이었다. 면접 날, 잠시 자리를 비운 면접관의 서류 더미 사이로 비죽 나온 종이 한 장을 보게 되었다. 나의 사주를 풀이한 내용이었다. '경술월, 임인일 허리가 부러져 죽어도 일하다 죽을 팔자'나는 면접을 가뿐히 통과했다. 이 회사가 지원자의 사주를 본다는 소문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정작 사주를 봐주던 회사 전담 역술가는 몇 년 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p54)

30대에 들어서면서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다. 기대에 부풀어 노력을 쏟은들 결과는 언제나 실망으로 이어졌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기대하고, 적당히 실망하는 편이 나았다. 애초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다지 열심히 하진 않았으니까'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으니까.(p57)


나는 자주 불면에 시달린다. 잠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튜브에서 각종 수면 유도 영상을 찾아 틀어놓은 채 잠을 청한다. 빗소리, 새소리, 백색소음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들으며 까무룩 잠들곤 한다. 그 중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은 '싱잉볼'의 맑고 낮은 소리이다. (p244)

세상에 당연한 인과관계는 없다. 우리의 생각보다 자연은 비인격적이며 무작위하고 무정하다. 무람없이 일어나는 현상에 일일이 부여하는 개인적 '의미'가 비극을 초래한다. '그랬더라면? 혹은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가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누구나'그저 '그때'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할 뿐이다.(p265)

"행복도 습관이다."(p266)

산전수전 다 겪으신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니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보자라고 굳게 다짐하게 된다. 이런 작가님이 해주시는 말이야말로 독자에게 더 와닿고 겸손하게 되지 않을까? '내 인생이 제일 불행해' '나는 불행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괜찮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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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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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시간을 되돌릴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거보다는 제 미래의 삶이 궁금해지더라구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구로타키 유야에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요. 차에 치일뻔한 검은 고양이를 구해주게 되었고, 신이라고 자기를 표현하는 고양이가 보답의 표시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주게 됩니다. 단, 조건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대신에 그 능력의 5배에 해당하는 수명이 줄어든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10년전으로 돌아가면 50년의 수명이 단축됩니다. 목숨과 맞바꾸어서 과거로 돌아간다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은데, 주인공은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네요.

제목 : 열한 번의 계절을 지나
작가 : 아오야마미나미
출판사 : 모모

줄거리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첫사랑과 결혼한 구로타키 유야. 아내인 야나기바 미노리양도 유야를 좋아했었고, 둘이 오랜 연애끝에 결혼을 하게 된다. 유야는 회사원이고, 미노리는 유치원 선생님인데 어느날 유치원에서 근무하다가 미노리양은 쓰러지게 된다. 동료 교사들이 응급실로 데리고 가지만 이미 의식이 없고 죽게 된다. 병원에서 아내가 뇌혈관이상으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중학교 체육시간에 체육대회연습을 하면서 기마자세를 한 친구들의 머리에 올라타게 되고,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치게 되었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어 치료를 안하고 이게 원인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된다. 결국 아내가 죽기 전으로 돌아가 아내를 다시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과거로 돌아갈수 있는 능력'을 사용하여 11년전으로 돌아간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보이는 미노리를 체육시간에 안나가게 하려고 보건소로 데리고 가고 다행히 체육 수업을 안하게 된다. 위기를 넘기고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8년 넘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여 아이낳고 잘 산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이 소설 책은 반전이 있더라구요.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래요. 스포니깐요 ㅎㅎ

기억에 남는 문장

첫사랑과 아무런 진전 없이 질질 끈 채로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지망학교 문제로 고민하던 때에 미노리의 제 1지망 학교가 내가 후보로 삼은 학교 중 한 곳임을 알았다. 그 이후로는 그 곳을 일생 최대의 목표로 공부에 매진했다. 지금 돌아봐도 불순한 동기였다고 생각한다.(p17)

장난하지 마. 미노리를 돌려내. 왜 미노리가 죽어야 하는데!그렇게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눈 앞에 있는 의사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그 정도로 세상의 불합리함에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그렇게 한들 미노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p45)

미노리와 유야 그리고 그들의 동창인 히라가 다이치와 아야카의 데이트 장면과 연애 , 이별 스토리에서 설레면서도 남편과의 연애 때 생각이 나서 므흣하기도 하였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이제서야 책 제목이 '열한번의 계절을 지나'인지 이해가 되었고, 반전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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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엔딩
이진영 지음 / 파지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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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엔딩. 책 제목에 이끌렸다.
나도 2016년 결혼한 6년차 부부로써 신혼이 끝난 '정으로 사는 부부'인데 이 책이 너무 나에게 와 닿았다. 나의 연애와 신혼 시절 생각도 새록새록 나기 시작했다. 남의 결혼생활 스토리가 왜 그렇게 궁굼하고 재미있는건지. 이 책도 재미있으면서 공감이 되는 '찐현실부부스토리'라 잘 읽혔다.

2015년 4월 소개팅으로 남편을 처음 만났다.
남편을 만났을 때에도 20대였지만 그 전의 나는 연상, 연하, 동갑내기를 한번씩 다 만나봤다. 연상과의 연애가 제일 잘 맞았고 그 중에서도 지금의 남편과 제일 잘 맞았다.

우리는 1년차까지는 엄청 자주 싸웠다. 연애할 때 잘 안싸운게 결혼하고 나니 몰아서 싸우는 것 같았다. 3년정도가 지나니 '결혼은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서로의 존재에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서 '신혼생활'은 엔딩이 되었다. 물론 설렘도 없어진지 오래다.

이러한 나의 경험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편하고 설레는 감정이 없어서 신혼엔딩이라는 제목이 붙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생각과 나의 결혼생활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작가님은 38살에 남편을 처음 만나서 6개월만에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이 당시 남편은 36살 2살 연하남 ㅎㅎ 작가님은 오빠, 엄마와 함께 식당에서 일하고 있고 남편은 광고업계 회사 팀장님이다. 하지만, 작가님도 코로나 이후로 가게를 인계해주고 남편도 회사를 퇴사하면서 백수부부가 되었다. 그러다가, 결혼 전에 카드값과 대출로 부모의 손을 벌린 적이 있었고, 와이프 몰래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받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빚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혼위기까지 오지만 , 시부모님의 도움으로 이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에 작가님은 한 중소기업의 광고업계 회사의 인사관리 직원으로 일하게 되고, 남편은 외식업계로 이직하며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남편과 나는 서로에게 숨기는 것이 없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약속으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어서 신뢰를 갖고 살고 있지만, 만약에 저렇게 뒷통수를 친다면 난 남편 얼굴을 볼 자신이 없을 것 같다. 다들 말을 안해서 그런지 부부끼리의 문제는 부부만이 알 수 있고, 다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작가님이 용기있게 고백을 해주신 덕분에 오늘도 남편에게 잘해야지 라는 다짐을 해본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 조언을 하자면, 서로의 자산과 통장 공개, 신용정보 조회 는 물론이거니와 법적으로 '미혼' 이 맞는지도 반드시 확인하고 결혼하라 는 것이다.

#신혼엔딩 #에세이추천 #책추천 #결혼선물 #신혼부부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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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신디웨 마고나 지음, 패디 바우마 그림, 이해인 옮김 / 샘터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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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해인 수녀님이 전해주는 동화라 첫 인상이 좋았다.
내용도 따뜻하고 울림이 있었다. 짧은 스토리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제목 : 우리가족 최고의 식사!
작가 : 신디웨 마고나 (이해인 옮김)
출판사 : 샘터

내용 요약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구굴레투 마을에서 일어나는 한 소녀 가족의 이야기. 아버지는 일하러 바다에 나가시고 엄마마저도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할아버지가 계시는 마을로 가시게 된다. 주인공 시지웨는 쌍둥이 동생인 시사, 노시사 와 룬투, 린다 그리고 강아지 상고의 식사를 차리기 위해 집안을 뒤져보지만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갑 속에 한 푼도 없고 도움을 청할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날라아줌마마저도 집에 안 계신다. .차마 동생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서 일단, 시지웨는 부엌으로 가서 버너에 불을 키고 요리를 하는 척을 한다. 시지웨 언니(누나)가 요리를 하기를 기다리던 동생들은 결국에 다 잠들어버리고, 도와주던 룬투마저 잠이 들고 만다. 시지웨는 결국 버너 불을 끄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시지웨이를 찾아온 마날라 아줌마.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온갖 먹을거리와 함께 여러 장의 지폐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주시곤 출근 길이라며 가셨다. 시지웨는 마침내 근사한 아침 식사를 차려 동생들이랑 나눠먹게 된다. 시지웨는 희망으로 차려낸 지난 밤의 식사가 최고의 식사였다고 생각하고 동생들도 하나같이 그 식사야말로 가장 아름다웠던 최고의 식사라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됩니다.

이 책을 옮기신 이해인 수녀님은 옮긴이의 말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 읽고 옮기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져 하던 일을 멈추곤 하였습니다. 나 자신이 시지웨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혼자서 문득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배고프다고 보채면서 징징대는 동생들을 다독이고 위로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나무라면서 제발 좀 가만있으라고, 나도 어쩔 수 없으니 엄마가 오실 때까지 참아야만 한다고 날카롭게 쏘아붙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지요. 감당하기 힘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동생들이 눈치채지 않게 혼자서 어려움을 감수하며 위로와 희망을 건져 올리는 시지웨의 지혜로움은 깊은 감동을 줍니다."

본문 중에서

"내가 없는 동안 이 애물단지들 좀 챙겨라" 하며 엄마는 떠났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할게." 애물단지들? 그건 엄마가 어린 동생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물론 엄마는 이 애물단지들을 사랑하지요. 그리고 애물단지들 하나하나도 엄마의 넘치는 사랑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지웨는 다시 한번 찬장을 구석구석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음식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밀가루도, 옥수숫가루도, 쌀도, 설탕도, 감자도, 당근도, 하다못해 빵가루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p7)

시지웨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희망의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은 최고의 식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내일은 다른 걸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그렇게 해주시라 믿고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p18)

잔뜩 흥분하여 꼬리를 흔들고 으르렁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는 상고옆에서 쌍둥이들이 "이건 정말로 최고의 식사야!"하고 말할 때 시지웨이의 목에는 울컥 무언가가 차올랐습니다. '그래, 그렇고 말고!'시지웨는 혼잣말을 삼켰습니다. 엄마가 사랑하는 애물단지들은 당연히 지금의 이 식사를 가장 멋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지웨에게는 희망으로 차린 지난밤의 식사야말로 최고의 식사였던 것입니다.(p28)


나도 만약 시지웨의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보채는 동생들에게 짜증내고 형편도 어려운데 동생들을 많이 낳은 부모님을 원망했을 것 같다. 그리고 밖에 나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일을 해서라도 동생들을 먹이려고 했을 것 같다. 침착하게 장녀로써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동생들을 챙겨주는 철들고 어른같은 모습이 나랑은 너무 대조적이라 부끄럽기도 하였다.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만이 최고의 식사가 아니다. 가족들과 돌아보며 추억할 수 있고 스토리가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식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지금 내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겠다'고 또 이렇게 감사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이 책의 작가님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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