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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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비애에서 삶의 의미까지 누구든 한 번쯤 겪을 만한 19가지 에피소드 그 아픔과 상처에 보내는 공감과 위로 라는 글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당황했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는데, 옆집 아주머니의 투신 자살을 목격한 목격자가 된 작가님. 아파트에서 자살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트라우마가 오래 갈 것 같은데, 작가님은 이 당시에 어떤 생각이셨을까? 그밖에, 약물 자살시도,부회장에게 성폭행 당함, 계약만료로 인한 퇴사,정신병동 입원, 계획치도 않았던 쌍둥이 임신에 우울증, 아버지의 신장이식, 성인 ADHD등 작가님의 인생에는 왜 이러나 싶은 정도의 안 좋은 사건들이 많았다. 최근에 나는 원하는 아기가 생기지 않아 우울증 증상이 오려는 거 같은데 작가님에 비하면 나는 덜 불행한 고민이었다. 책 제목은 왠지 희망적인 내용들로 가득할 것 같았는데, '운수좋은 날' 처럼 반어법인가? 작가님을 괜시리 응원하게 되고, 자살 시도 하지 마시고 행복하게 6살 된 아이들이랑 잘 사셨으면 좋겠다.

제목 :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작가 : 황유나
출판사 : 리드리드출판


본문 중에서

아파트 카페 게시판에는 조의를 표하는 척 호들갑스러운 글 하나가 올라왔다. 그 사건이 한낱 가십거리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카페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최초 목격자입니다. 사소한 가십거리로 다루어질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글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왠걸.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자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그글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그녀가 떨어진 자리 위에 내가 놓았던 하얀 국화 꽃다발도 치워져 있었다. 누가 치운 걸까.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p22~23)

나는 어쩌면 그녀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독한 후회와 죄책감에 시달렸다. 만약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찍 올라갔더라면 떨어지려는 그녀를 붙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공호흡을 했더라면 그녀를 살려낼 수 있었을 텐데. 그랬더라면,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저런 가책이 나를 우울감으로 몰아넣었다. (p24)

쉽게 말하면 '사회알레르기'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보고 마는 사람보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과의 대면을 더 두려워한다. 그래서 아는 사람과 있는 게 되려 불편하다. 눈을 마주치면 동공 너머의 내 마음을 들킬 것 같다. 지금 어색하게 웃고 있는 건 아닌지 신경 쓰일 때도 있다. (p33)

입사 지원서를 쓰던 당시 태어난 시간을 적는 칸이 있어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생시까지 적으라는 것은 사주를 보겠다는 뜻이었다. 면접 날, 잠시 자리를 비운 면접관의 서류 더미 사이로 비죽 나온 종이 한 장을 보게 되었다. 나의 사주를 풀이한 내용이었다. '경술월, 임인일 허리가 부러져 죽어도 일하다 죽을 팔자'나는 면접을 가뿐히 통과했다. 이 회사가 지원자의 사주를 본다는 소문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정작 사주를 봐주던 회사 전담 역술가는 몇 년 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p54)

30대에 들어서면서 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다. 기대에 부풀어 노력을 쏟은들 결과는 언제나 실망으로 이어졌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기대하고, 적당히 실망하는 편이 나았다. 애초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그다지 열심히 하진 않았으니까'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으니까.(p57)


나는 자주 불면에 시달린다. 잠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튜브에서 각종 수면 유도 영상을 찾아 틀어놓은 채 잠을 청한다. 빗소리, 새소리, 백색소음 등 여러 가지 소리를 들으며 까무룩 잠들곤 한다. 그 중 효과가 가장 좋은 것은 '싱잉볼'의 맑고 낮은 소리이다. (p244)

세상에 당연한 인과관계는 없다. 우리의 생각보다 자연은 비인격적이며 무작위하고 무정하다. 무람없이 일어나는 현상에 일일이 부여하는 개인적 '의미'가 비극을 초래한다. '그랬더라면? 혹은 그러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가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누구나'그저 '그때'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할 뿐이다.(p265)

"행복도 습관이다."(p266)

산전수전 다 겪으신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니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감사하는 삶'을 살아보자라고 굳게 다짐하게 된다. 이런 작가님이 해주시는 말이야말로 독자에게 더 와닿고 겸손하게 되지 않을까? '내 인생이 제일 불행해' '나는 불행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괜찮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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