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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와 호리병
고수아 지음 / 미문사 / 2026년 4월
평점 :
<오리와 호리병>이라는 제목과 귀여운 오리 그림이 그려진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블로그에 리뷰가 많이 보여 궁금했는데 마침 서평단 모집을 하기에 신청했다.
추천사를 보니 책과강연 이정훈 대표님과 김진화 작가님, 이은경작가님, 박환이 작가님 등 책과강연을 통해 많이 접한 작가들의 추천사가 있어 반가웠다. 아마 이 책의 작가도 '책과 강연'연구생 출신인가보다.
호리병은 우리에게 주어진 억압이고 오리는 그 속에 갇힌 사람을 뜻하는 것 같다. 표지에 호리병은 존재하지 않지만. 제목이 참신했다. 이 책의 작가인 고수아 작가님은 k-장녀에 앵무새를 25마리나 키우고 계신다.
나 또한 k-장녀로 무거운 책임감과 억압에 갇혀 살아왔다. 무조건 남동생에게 양보해야 하고, 아파도 참아야 하고, 부모님에게 아프거나 힘들다는 티를 내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장녀. 장녀로 살아왔기에 작가님의 마음에 공감해가며 읽었다. 나 또한 호리병에 갇혀 세상을 바라본 사람이었다. 뺀치가 자주 나오는 데, 호리병을 깨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이다. 억압과 나에게 주어진 역할 프레임을 깨부시기 위한 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보았다.
나에게 뺀치는 독립과 이른 결혼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글쓰기와 독서다. 경상도 집안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이며 그 보수적인 환경 속에 자라온 나는 답답함과 스트레스를 느꼈다. 남편과 나이차도 있었지만 나는 28살이라는 나이에 결혼을 하였다. 부모로부터 진정한 경제적인 독립을 하고 싶기도 했고, 보수적인 부모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완전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부모의 간섭과 억압에서 벗어나 해방된 듯한 기분이다.
나에게 호리병은 장녀로서의 책임감과 결혼한 여자로서의 의무이다. 결혼을 했으면 당연히 남편을 닮은 2세를 낳아야 하고,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집안 살림은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 집안일이 맞지 않는 나에게 전업주부라는 직함은 부담스럽고,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일이다. 몸은 힘들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고 능력을 발휘하는 일을 하는 게 지금의 나에게는 뺀치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특히 결혼한 여자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편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긴 하지만, 남편의 눈치를 봐야 하고 소득이 얼마 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아직 중년의 나이는 아니지만, 30대의 내가 결혼을 일찍 선택하면서 포기해야 하는 일도 많았다. 또, 엄마가 되기 위해 포기해야 하거나 참아야 하는 일도 물론 많았고.
중년의 해방 에세이라고 적혀있지만, 사실은 젊은층의 사람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나에게 호리병과 뺀치는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한다.
본문 중에서
아직도 호리병은 존재합니다. 착한 딸, 완벽한 엄마, 능력 있는 직장인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호리병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그 틈으로 빛이 들어옵니다. 이 책은 당신의 손에 망치를 쥐여주지 않습니다. 병을 깨뜨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다만 질문의 방향을 조금 돌려놓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말없이 기다리는 것도, 위로의 한 방식이므로 (p81)
어떤 인생이 좋은 인생일까요. 점 볼 일 없는 평탄한 삶일까요. 아니면 점집 문을 두드리고 싶을 만큼 격렬하게 인생의 파도를 타는 삶일까요. 저는 후자를 선택하겠습니다. 미래가 여전히 깜깜하다면 다행입니다. 나의 발걸음으로 결정할 영역이 더 많다는 뜻이니까요. (p101)
만인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려다 나를 잃는 것보다, 서툴더라도 인기 없는 나로 남겠습니다. 타인의 찬사가 사라진 자리에도 남아 있는 것, 그것이 나만의 고유한 빛입니다. (p106)
진정한 복수는 상대를 조롱하는 명문장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 입은 내가 그 상처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더 이상 그들의 평가가 내 삶을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p158)
억압에 갇혀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 여성들
K-장녀, K-장남으로 마음의 짐을 갖고 있는 사람들
호리병과 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거나 궁금한 사람들
블로그이웃인 인디캣님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