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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최고의 식사!
신디웨 마고나 지음, 패디 바우마 그림, 이해인 옮김 / 샘터사 / 2022년 10월
평점 :
일단 이해인 수녀님이 전해주는 동화라 첫 인상이 좋았다.
내용도 따뜻하고 울림이 있었다. 짧은 스토리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제목 : 우리가족 최고의 식사!
작가 : 신디웨 마고나 (이해인 옮김)
출판사 : 샘터
내용 요약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구굴레투 마을에서 일어나는 한 소녀 가족의 이야기. 아버지는 일하러 바다에 나가시고 엄마마저도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할아버지가 계시는 마을로 가시게 된다. 주인공 시지웨는 쌍둥이 동생인 시사, 노시사 와 룬투, 린다 그리고 강아지 상고의 식사를 차리기 위해 집안을 뒤져보지만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지갑 속에 한 푼도 없고 도움을 청할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날라아줌마마저도 집에 안 계신다. .차마 동생들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서 일단, 시지웨는 부엌으로 가서 버너에 불을 키고 요리를 하는 척을 한다. 시지웨 언니(누나)가 요리를 하기를 기다리던 동생들은 결국에 다 잠들어버리고, 도와주던 룬투마저 잠이 들고 만다. 시지웨는 결국 버너 불을 끄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한다. 이른 아침 시지웨이를 찾아온 마날라 아줌마. 반가운 마음으로 문을 열고, 온갖 먹을거리와 함께 여러 장의 지폐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주시곤 출근 길이라며 가셨다. 시지웨는 마침내 근사한 아침 식사를 차려 동생들이랑 나눠먹게 된다. 시지웨는 희망으로 차려낸 지난 밤의 식사가 최고의 식사였다고 생각하고 동생들도 하나같이 그 식사야말로 가장 아름다웠던 최고의 식사라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나게 됩니다.
이 책을 옮기신 이해인 수녀님은 옮긴이의 말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 읽고 옮기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눈시울이 뜨거워져 하던 일을 멈추곤 하였습니다. 나 자신이 시지웨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혼자서 문득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배고프다고 보채면서 징징대는 동생들을 다독이고 위로해 주기는 커녕 오히려 나무라면서 제발 좀 가만있으라고, 나도 어쩔 수 없으니 엄마가 오실 때까지 참아야만 한다고 날카롭게 쏘아붙이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지요. 감당하기 힘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동생들이 눈치채지 않게 혼자서 어려움을 감수하며 위로와 희망을 건져 올리는 시지웨의 지혜로움은 깊은 감동을 줍니다."
본문 중에서
"내가 없는 동안 이 애물단지들 좀 챙겨라" 하며 엄마는 떠났습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할게." 애물단지들? 그건 엄마가 어린 동생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물론 엄마는 이 애물단지들을 사랑하지요. 그리고 애물단지들 하나하나도 엄마의 넘치는 사랑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지웨는 다시 한번 찬장을 구석구석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음식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밀가루도, 옥수숫가루도, 쌀도, 설탕도, 감자도, 당근도, 하다못해 빵가루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p7)
시지웨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희망의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은 최고의 식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내일은 다른 걸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그렇게 해주시라 믿고 미리 감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p18)
잔뜩 흥분하여 꼬리를 흔들고 으르렁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는 상고옆에서 쌍둥이들이 "이건 정말로 최고의 식사야!"하고 말할 때 시지웨이의 목에는 울컥 무언가가 차올랐습니다. '그래, 그렇고 말고!'시지웨는 혼잣말을 삼켰습니다. 엄마가 사랑하는 애물단지들은 당연히 지금의 이 식사를 가장 멋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지웨에게는 희망으로 차린 지난밤의 식사야말로 최고의 식사였던 것입니다.(p28)
나도 만약 시지웨의 상황에 처해있었다면, 보채는 동생들에게 짜증내고 형편도 어려운데 동생들을 많이 낳은 부모님을 원망했을 것 같다. 그리고 밖에 나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일을 해서라도 동생들을 먹이려고 했을 것 같다. 침착하게 장녀로써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동생들을 챙겨주는 철들고 어른같은 모습이 나랑은 너무 대조적이라 부끄럽기도 하였다. 푸짐하고 맛있는 식사만이 최고의 식사가 아니다. 가족들과 돌아보며 추억할 수 있고 스토리가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식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지금 내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겠다'고 또 이렇게 감사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이 책의 작가님에게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