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막노동 일지 - 계속 일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나재필 지음 / 아를 / 2023년 11월
평점 :
“너 공부 열심히 안하면 나중에 노가다 해야 한다. “
“공부 열심히 안하면 더울 땐 더운 곳에서 추울 땐 추운 곳에서 일한다.”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인 발언이 담긴 말을 많이 들어보았다.
막노동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고 힘든 3D 직업이다.
27년간 신문사 기자로 일했던 작가님이 2022년 대기업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겪은 일들을 써서 책으로 출간하셨다.
도대체 왜 갑자기 신문사 기자로 승승장구하시던 작가님이 갑작스럽게 조기 퇴직을 하고 막노동을 하신건지 작가 소개를 보고 궁금한 마음이었다.
작가님은 막노동을 하시면서 ‘막노동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부끄러울 정도로 막노동일을 하시는 분들에 대한 대단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직업에 대한 귀천이 있고, 특히 막노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무시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꺼려하는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하지는 못할 망정.
이 책은 막노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것과 남의 돈을 버는 것은 쉽지 않다는 노동의 가치와 베이비부머 세대 가장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경비원과 대리기사일을 하는 지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좋았다.
제목 : 나의 막노동 일지
작가 : 나재필
출판사 : 아를
나의 삶은 막노동 이전과 막노동 이후로 나뉠 만큼 많은 게 변했다.
인생 후반기가 막노동으로 다시 ‘로그인’ 됐다.
내가 막노동 현장에서 만난 육체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임에도 ‘땀은 정직하다’는 말을 매일같이 온몸으로 증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기에 있었다. 나는 막노동을 시작하고 나서야 막노동을 비하하고 얕잡아 보는 시선이 얼마나 차별적인지, 본질에서 비켜나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우리 사회가 바라보는 막노동에 대한 인식은 애초부터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인생 막장’, ‘마지막 정거장.’ ‘밑바닥 인생’이라는 폄훼와 하대, 조롱과 멸시를 해왔다. 그렇다 보니 나의 생각도 알게 모르게 곡해된 직업관에 머물러 있었다. 하다 하다 안 되면 선택하는 밥벌이의 마지막 카드 정도로 말이다. 한마디로 막노동이란 내 인생과는 영영 상관없을 것 같은 세계였다. (p18)
막노동을 하면 할수록 마음 깊은 곳에서 자부심이 자라났다. 부끄러움은 없었다. 대기업 공사라서가 아니었다. 막노동도 하나의 귀중한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걸 배웠다. 직업의 귀천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만드는 것이었다.
자식들에게도 당당해졌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누군가 물으면 막노동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라 했다. 땀냄새에 흙투성이인 작업복이 초라할지는 몰라도 절대 부끄러운 직업이 아니라고 말이다. (p51)
“하다 하다 안 되면 노가다라도 한다.” 라는 말은 진짜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나에게 막노동은 새로운 시작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p74)
기자했던 사람이 막노동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나는 그들의 예상을 깨고 오랜 기간 버텼다. 나는 막노동이 부끄럽지 않았다.
사실 기자 시절 주변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내 모습만 부러워했다. 시장이나 의원, 기업인과 식사하고, 상대하는 사람들 모두 큰소리깨나 치는 사람들이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p89)
막노동을 해서 번 돈과 기자 시절에 번 돈의 무게감은 다르게 다가왔다. 물론 기자 때 번 돈이라고 해서 쉽게 번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막노동을 해서 번 돈은 쉽게 써지지 않았다. 오히려 씀씀이를 절제하고 검약을 알게 해준 알토란 같은 돈이었다. (p148)
막노동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막일, 노가다에 대한 편견과 오해, 비뚤어진 시선을 스스로 고쳤다는 점이다. 마음에 철갑을 두르고 스스로 철장에 갇혀 바라봤던 노동자들의 힘줄을 직접 목도하면서 많이 반성했다. 그들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술에 절어 대충 사는 막장 인생이 아니라 하루하루 피와 땀으로 미래를 다지는 불굴의 역군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은 막노동판을 무시만 할 뿐, 실상은 잘 모르고 있다. 실제 그 속에서 밥벌이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관심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잘못된 인식을 오랫동안 답습해온 대로 막노동이라는 일을 폄훼하고 하대한다. (p272)
특히 이 책은 이런 분들이 읽으면 좋아요.
기자 출신의 작가가 막노동을 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하신 독자들
막노동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
지인이나 가족이 막노동을 하고 있는 독자들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막노동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