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속 푹 자요 카페
아미노 하다 지음, 양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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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자타공인 프로 전문가 슈퍼 불면증 환자다. 하루에 네 시간 이상을 안깨고 잔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늘 피곤하고 졸린데 침대에 누우면 정신은 미친듯이 또렷해진다. 내 심장소리가 들리고 스파이더센서 마냥 모든게 다 느껴진다. 다음 날 뭔가 일정이 있으면 더하다. "몇 시에 일어나야 하지"라는 생각이 알람보다 먼저 울린다. 그러니 "푹 자요"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다가온 적이 있었나 싶다. 처음엔 제목을 "잘 자요 카페"로 잘못 읽었다. 그만큼 잠을 원했나 보다.


표지는 핑크빛에 몽실몽실~하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분위기. 그런데 나는 당분을 먹으면 오히려 잠을 못잔다. 책에서 추천? 해주는 따끈한 우유 한 잔이 떠올랐지만, 유당불내증이 있는 나는 우유를 마시면 배가 먼저 이놈~한다. 이쯤 되면 나는 잠이라는 단어와 인연이 없는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이 푹자요카페가 궁금했다.

이야기는 "한밤중의 만남"으로 시작해 "초승달과 토끼", "악몽의 정체", "달밤의 주문", "기도하는 아침"으로 이어진다. 전체적인 구조가 밤에서 시작해 아침으로 나아가는 설계이다. 제목만 봐도 일본 애니메이션 한편 뚝딱인것 같다. 실제로 읽는 동안 나는 책으로 읽는다기보다 애니 한 장면을 보는것 같았다. 조용한 골목, 달빛, 은은한 조명, 그리고 봉제인형들이 반겨주는 카페와 금빛머리 주인장~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블랙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다. 일본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회사 문화. 볼 때마다 저게 과장일까 싶다가도, 반복되는 설정을 보면 아주 거짓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상사와 선배에게 치이고, 야근은 기본이고, 스트레스는 쌓여가는데 속 시원히 말할 용기는 없다. 그러니 잠이 올 리가 없다. 불면은 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길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는 곳이 바로 "달빛 속 푹 자요 카페"다. 낮에는 빈 폐가일뿐이고 오직 밤에만 열리는 공간이다. 잠 못 드는 사람만 방문하는 카페라니, 설정부터 이미 환상적이다. 게다가 손님을 맞이하는 존재가 장난아니다. 이건 애니화를 염두해두고 만든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인형 웨이터라니(_메이드라고 해야하나?) 귀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처음엔 판타지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그 존재들이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말수가 적고 느릿한 유니콘, 토끼, 그리고 카페를 지키는 주인장.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공기가 너무 따뜻하다.

등장인물도 넘치지도 모자리지도 않다.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 후회에 붙잡힌 사람,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밤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카페의 "주문"은 마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대화에 가깝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뜻한 음식을 내어주고, "오늘 밤은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해주는 것. 어쩌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대단한 해결책이 아니라 그런 한 문장인지도 모른다.


읽으면서 문득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이세계 식당"이나 "이세계 이자카야 노부"가 떠올랐다. 현실과 다른 공간에서 음식으로 위로를 건네는 설정이 비슷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저 양산형 애니메이션이나 유행을 따르는 느낌과는 달랐다. 과하게 귀엽거나 억지 감동을 밀어붙이지 않는다.(_요즘 원피스 왜이러냐...오래 연재해서그런가) 몽실몽실하지만 가볍지 않고, 해피엔딩(_마지막에 에필로그 꼭 읽어야 한다. 끝났다고 그냥 덮지말고 제발) 이지만 얄팍하지 않다. 결이 다르다. 보고 나면 "아, 좋았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리고 주인장. 역시 주인공아닌가 금발에, 바람을 타고 걸어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순간적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하울이 겹쳐 보였다. 다정하지만 속을 다 드러내지 않는, 약간은 수상한 듯하면서도 결국은 따뜻한 사람. 이 인물이 카페의 중심을 잡고 있다.

스포일러를 하고 싶다. 정말 하고 싶다. 이 장면은 꼭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해버리면 처음 읽는 사람의 감동이 줄어들 것 같아 참는다. 다만 이 이야기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은 해본다. 지브리 감성으로, 달빛이 부드럽게 번지는 화면으로. 그러면 나는 분명 극장에서 졸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편소설 #달빛의마법 #힐링소설 #달빛속푹자요카페 #달빛속잘자요카페 #아미노하다 #불면증 #잠못이루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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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 ‘사람’을 남긴다는 것 - 실패를 경력으로 바꾼 한 사람의 밥 이야기
성제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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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제목을 보면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의 대사를 생각했을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살인자에게 마지막에 했던 말같은데 이건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고 분노와 열정으로 그렇게 말도 안되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범인에 대한 주인공의 분노와 비난을 담은 대사였을 것이다. 동질감이나 안부가 아닌 죄책감 없는 가해자를 향한 멸시와 허탈함을 표현한것인데 이 책의 제목 역시 다 읽고 난 지금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말하는것인가?? 하는 마음대로의 오해가 생긴다.

아니면 배고프던 시절의 아침인사나 현 시대에 굶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건네는 형식적인 말인가? 하는 이런저런 잡생각이 책제목이 다시한번 여운을 남긴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작가 소개부터 보는 편이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읽어야 좀더 몰입이 되고 공감이 간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 책은 작가 소개가 없다.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화려한 이력도 없다. 대신 책에 관한 이야기만 적혀 있다. 그런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어린 시절, 학교, 가정, 첫사랑, 결혼까지 이어지는 자서전인줄 알았네 라고 생각이 들만큼 엄청난 고백이 펼쳐진다.(_ 수사 원칙상 한 사람의 말만 믿고 판단하면 안 된다지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자서전인지 경계가 모호한 이 책을 읽다 보니 굳이 작가 소개가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드러내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솔함이 묻어났다. 마치 3부작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정말 다양한 일을 했다. 이 일 저 일 옮겨 다니며 영역을 넓히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또 일어섰다. 세상에 직업은 많지만 이렇게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몸으로 부딪힌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이야기는 실패를 미화하지 않지만,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알려준다. 일은 단순히 먹고 사는 수단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다리 역활을 한다. 거래보다 사람, 이익보다 신뢰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한편으로는 나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은 유난히 피곤해서였을까. "일을 통해 드러나는 평안이란 무엇일까?"라는 문장을 읽다가 순간 "소명"이 아니라 "소주"로 읽혔다. 소명이 주는 힘이었을 텐데, 왜 소주가 먼저 떠올랐을까나? 그만큼 현실이 녹녹치 않다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매일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와는 코드가 다르다고 느꼈다. 일하기 싫어서 출근이 버거운 날이 더 많은 나로서는 쉽게 공감되지 않았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니, 적어도 그의 태도만큼은 배울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하게 됐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국가권익위원회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3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는 대목에서,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없다. 자신이 희생자였다는 심정과 "왜 나였을까"라는 질문은 반복되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가 무고를 한 것인지, 어떤 오해가 있었던 것인지 한 줄이라도 설명이 있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책에 대한 신뢰도가 잠시 흔들렸다. 자기 고백이 진솔하게 느껴졌던 만큼, 그 부분의 설명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장마다 등장하는 "잠시 머물며" 코너? 파트?는 좋았다. 명언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정리하는 방식은 한숨 돌리게 해줬다. 특히 "사람은 믿음의 형태로 살아간다"는 문장은 오래 남았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나타내는 가장 최고의 단어라고 생각하니 이 책이 결국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주는것 같았다. 성공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버리지 않는 삶, 빨리 가기보다 오래 가기 위해 함께 가는 길을 택하는 삶.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오래 가고 싶으면 같이 가라"는 말을 몸으로 실천하려는 사람의 일기장 처럼 읽어졌다.

다 읽고 나니, 여전히 나와 결이 다른 부분은 있었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태도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 건 사실이다. 밥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사람을 남기는 문제라는 것. 어쩌면 이 책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를 통과하며 끝내 놓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책을 읽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조금 더 진심으로 묻고 싶어졌다.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해 서성이고 있는 청년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문턱 앞에서 주저앉아 본 사람들, 노력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세상이 자꾸만 빨리 빨리 속도를 요구하고, 성과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순간이 있다면 이책을 한번 보는건 어떨까한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배움을 계속한다는 N인생회차의 적극적임이 특히 너무 마음에 들었다.




#밥은먹고다니냐 #두드림미디어 #성제 #실패 #성공 #베트남 #국가권익위원회 #사람을남다는것 #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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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 속 1분 에세이
박성원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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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바쁜 일상 속 1분 에세이는 제목부터 엄청난 도발을 건다. 바쁜 일상 속 1분이라니, 이 숨 가쁜 대한민국에서 1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너도 바쁘고 나도 바쁘고 모두가 정신없이 뛰어다니는데 쇼츠처럼 1분만에 에세이를 보여주는건가?? 처음에는 그저 짧게 읽고 덮는 가벼운 에세이쯤으로 생각했다. 


사실 나는 인문학이나 자기계발서를 한번도 읽어본적이 없다. 옛날에 시크릿인가? 한 몇장 들춰보고 이거 사가꾼이 쓴거내 한게 전부다. 특히 자기계발서는 늘 의심으로 시작해서 의심으로 끝냈다. 책을 팔아 성공하는 건 작가인데, 내가 성공하는 건 맞는가 하는 비난으로 먼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명상이나 힐링을 말하는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을 다독인다는 문장들이 어쩐지 현실과 동떨어져 보였고, 애써 외면해왔다.


그런 내가 이 책을 펼친 이유는 단순하다. "바쁜 일상 속 1분"이라는 말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갔던것 같다. 신학기 시작으로 결과는 없는데 지키게 일하고 한건 없는데 과정에 비해 결과는 없다싶이 하고 모두가 바쁜 21세기 한국에서 정말 한 페이지를 1분 만에 읽고 감상에 젖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읽기 시작했다. 결론은 예상 밖이었다. 

분명 글은 짧은데, 1분이 아니라 몇 시간의 여운을 남겼다. 덮고 나서도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따뜻했고, 의외로 깊었고, 무엇보다 나를 위로했다. 내가 이런 표현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막 엄청나고 거창한 이론이나 복잡한 통계 대신 일상의 언어로 조용히 써내려간다. 고요 속에 머무르는 연습, 감정을 관찰하는 시선, 억지로가 아닌 기꺼이 선택하는 하루. 문장은 단정하고 의외로 짧은것도 있지만 질문은 묵직하다. 읽는 시간은 순식간인데, 생각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좋았다?? 좋았다기보다 몽글몽글하다고 해야하나? 강요하지 않고, 설교하지 않으며, 스스로 돌아보게 만들었다.


특히 "지구별 정신병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글은 묘하게 오래 남았다. 감동적이라는 건 분명한데, 한편으로는 이과적 사고가 발동해 자꾸 현실성을 따지게 된다. 외계에서 살다가 정신병에 걸린 무언가를 지구에 모아 치료 중이라는 상상이라니. 황당한 설정 같으면서도, 우리가 겪는 불안과 집착, 비교와 상처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논리로는 설명이 다 되지 않는데 마음은 이미 설득당하고 있었다. 작가란 이런 상상을 현실의 위로로 바꾸는 사람들이구나, 이것이 문과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쉽지 않은건 아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감정이라는게 그런것같다.

감정의 주인이 될 것인지 노예가 될 것인지, 억지로 버티며 살 것인지 기꺼이 몰입할 것인지, 결핍에 시선을 둘 것인지 풍요를 발견할 것인지 같은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한 편씩 읽고 덮어도 좋고, 아무 페이지나 뙇 펴서 봐도 좋았다. 부담 없이 시작하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시간들이 었다. 이제는 머리맡 3호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여전히 자기계발이라는 단어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나를 바꾸겠다고 소리치지 않았다. 대신 지금 여기의 나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하루의 태도를 묻는다. 그래서 방어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1분이라는 형식은 짧지만, 그 안에 담긴 생각?이론?은 결코 얕지 않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고 싶은 사람이라면, 짧은 문장 하나로도 충분히 긴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이 증명해준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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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자녀 - 직업이 뭐냐고요? 자녀입니다
전영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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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자녀 이거는 직업인가? 정말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있어서 선택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흐름 속에서 백수도 "거시경제 인디펜던트 리서처"라고 소개해야 체면이 서는 SNL식 시대를 반영한 또 하나의 포장인가? 기생을 상생이라 부르며 자기객관화가 떨어진 사람들의 푸념을 정당화해 주는 요즘 유행하는 자기연민 책이 아닐까 하는 반감부터 들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단어를 작가가 사용하니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솔직히 곱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냉혹한 진화론적 의미와는 결이 많이 아주 상당히 다르다. 더 나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지금의 "노력은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붙어 살려는" 느낌의 유전자처럼 읽혔다. 특히 결혼과 출산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다루는 대목에서는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전혀 다른 뉘앙스로 쓰인것 같았다.



쪼그라든 도넛 같은 경제 용어를 꺼내들지만 청년들의 욕망을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듯했고, 취업-결혼-분가의 사다리를 넘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내신 4등급을 고학력이라 가정하는 식의 전개는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지금의 30대 보다 40대가, 40대보다 50대, 60대가 훨씬 더 치열하게 살지 않았나?. 그들이 낸 세금으로 도로와 산업 기반이 만들어졌는데, 일하지도 세금도 내지 않은 채 그것을 이용하면서 불만을 말하는 건가 싶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 많다. 아직까지는, 노력은 덜 하면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푸념을 정당화하는 책처럼 보였다.


"전업자녀는 부모가 만든다" 는 문구에서, 일단 끝까지 읽어보자. 다 읽고나서 더 비난을 해주지 마음먹었다.

사회경제학자이자 한양대 교수인 전영수선생님이 쓴 책이다. 한손에 들어올만큼 크지 않은 크기에 쭈욱 읽어지는 만큼 이상한 미사여구없이 편하게 읽을수 있었다. 1장은 왜 이런 현상이 등장했는지를 한국 사회의 구조 변화 속에서 짚어내었고, 2장은 전업자녀의 유형과 경로를 쓰고있다. 8050 문제(_80대 부모와 50대 자녀가 동시에 노년을 맞는 구조)는 확실히 소름돋게 무섭긴 하다. 특히 부모 사후, 경제력 없는 중년 자녀가 마주할 디스토피아는 장난아니다.


3장 내용중에서는 "1인분이 불붙인 평생 싱글의 경제학"은 특히 와 닿았다. 결혼 제도가 약화되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생존 비용이 커지는 구조 속에서 전업자녀가 하나의 "합리적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은 날카롭다. 다만 여기서도 의문은 남는다.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업자녀를 활용하자는 논리는 그럴듯하지만, 생산성이 없는 구조 아닌가? 취업을 해서 돈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순환도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4장에 이르면 저자는 전업자녀를 부정론에서 긍정론으로 전환하자고 말한다.(_하.. 아무리 작가말처럼 애들이 말안듣다지만 그렇다고 수용하고 받아들이자고 하면.. 일본, 중국이랑 뭐가 다른가...) 한국형 간병 시대, "늙은 돈"의 회춘 전략, 가족 소비의 최후 보루 등으로 재해석한다. 사회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활용하자는 쪽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개가 갸웃해진다. 이 흐름이 정부의 퍼주기식 복지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40대 이후 세대에 대한 실질적 혜택은 크지 않은데, 청년층에게는 각종 수당과 지원이 쏟아진다. 단지 부모 봉양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취업을 장려하고 고용을 늘리는 방향이 더 맞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생각이 지나치게 세대 중심적일 수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인 내 또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온몸으로 부를 일궜다. 이제 좀 편히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싶은 나이에, 위로는 80,90대 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로는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걱정한다. 얼마 전 모임에서 은퇴 후 주택연금을 받자는 의견과, 집이라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위아래 모두 우리를 바라보는 듯해 가슴이 참.. 먹먹하다.

전업자녀 2.0, 취업은 했지만 부모 집에 사는 경우까지 확장하는 저자의 정의도 논쟁적이다. 전업이라 부르면 일딴은 풀타임 아닌가? 취업했는데 전업자녀라 부를 수 있는가? 이 단어 자체가 저자가 만든 개념인가? 너무 낯설다. 시작이 불만이었으니 읽는 내내 불만이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던지는 한 문장은 쉽게 부정할 수 없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려는 부모와 자식의 쌍방 욕구가 맞아들어가면서 발생한 사회현상."

어쩌면 이게 정답에 인것같다. 부모의 재력과 자녀의 학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가능한 "전업자녀 취업"이라는 역설도 존재한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가정에서는 오히려 빠른 독립이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전업자녀는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갖는것이 아닌가 쉽다.


읽고나서 서평을 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포퓰리즘의 결과이자, 부모의 안일한 교육이 낳은 산물이라는 생각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인정하게 된다. 이미 나타난 현상이고, 감정만으로 밀어낼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전업자녀는 나한테 좀 불편한 책이다. 동의하든 반대하든,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와 세대 갈등, 저성장,저출산의 그늘을 직면하게 만든다. 전업자녀의 등장으로 가족의 쓸모는 재구성된다는 문장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독립"의 의미도 다시 묻게 한다. 한 번쯤 읽어보고 각자의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를 객관적?으로 제기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업자녀 #한국경제신문 #전영수 #직업이뭐냐고요? #자녀입니다 #문화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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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 AI 플레이북 - AI 시대, 금융 현장의 실전 가이드
임태중.김동석 지음 / 경향BP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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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짜잔 AI 플레이북이라고 해서, 딱 보자마자 AI가 금융업, 특히 주식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_주식할때 재무제표 보는거 맞나?? 주식도 한번 공부해봐야하는데 나만 주식없지 ㅠㅠ)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콕 집어주고, "이렇게 하면 수익률이 달라집니다" 같은 초비법이 나오는 줄 알았다. 제목이 금융업 AI 플레이북이기도 하고 작은 제목도 "AI 시대, 금융 현장의 실전 가이드" 라 더욱 희망?을 가지고 읽었는데 나도 이제 강남에 집을 사는 건가? 지금이냐~~ 요즘은 집보다 상가인가? 건물을 사야 하나? 혼자 희망회로를 열심히 돌렸는데 이럴 수가 그런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AI를 활용해서 어떻게 어디에 투자해야 돈을 버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금융 산업 자체가 어떻게 AI로 변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AI가 종목을 추천해주는게 아니라 산업 구조가 어떻게 변화해서 이렇게 되었다는 설명에 가깝다. 전체적으로 인공지능이 금융 현장과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한다.

구성도 너무 마음에 든다. 파란색글씨로 챕터마다 핵심 문장을 정리하고 있는데  "금융은 시간을 사고파는 게임입니다", "정보를 무기로 하는 게임입니다" 같은 문장들이 역시 작가가 27년 금융법을 한 전략가라는 믿음이 확든다. AI 기술의 역사부터 머신러닝, 생성형 AI, 그놈에 트랜스포머, 당연히 나오는 멀티모달 개념까지 빠짐없이 등장하고, 금융회사의 AI 구축 전략과 데이터 거버넌스, 조직 문화 변화까지 쭉 이어진다. 중간중간 사례는 별도의 노랑색? 종이로 구분해 사실 여부와 맥락을 짚어준다. 심혈을 기울여 착실히 쓴 책인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심정은 이랬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해야 강남 집을 살 수 있다는 거지?


끈기 있게 읽어나갔지만 PART 1이 끝날 때까지는 규제 이슈, 보안 문제, 글로벌 AI 도입 흐름 등 비교적 익숙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금융의 보수성과 기술의 불확실성, 한국의 AI 규제 현황과 글로벌 트렌드 대응 전략등등 다른 AI 관련 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PART 1에서는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미 대출 심사, 리스크 관리, 리서치, 고객 응대 영역에 AI를 깊숙이 통합했으며 기술 도입 여부는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었다는 말이 반복된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말도 인상적이다. 역시나 현직에서 오래일하던 사람의 말이라 날카로운 경험의 시선으로 금융회사들이 왜 AI 아키텍처와 솔루션 선택하고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고민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는다. 특히 인재와 조직 문화 전환을 강조하는 챕터는 기술보다 사람이 더 큰 변수라는 메시지가 참... 사람은 상수가 아니라 변수가 되는구나 싶었다.


진짜는 PART 2에서 시작이다.

시작부터 자료 수집 – 분석 – 출력!!! 등장하는 3단계 워크플로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구조가 금융인의 업무 흐름과 정확히 맞아들어간다. 리서치 단계에서는 LINER와 Perplexity AI 같은 도구를 통해 검증된 정보를 수집한다.(_라이노AI 이번에 처음써봤는데 오~ 역시 작가가 추천한 이유가 있다. 논문이나 서적등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엄청난 시간절약이 있다.) 분석 단계에서는 OpenAI의 ChatGPT와 Google Gemini를 활용해 생각을 구조화한다. 마지막 출력 단계에서는 Gamma나 NotebookLM으로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한다. (_그동안 무서워서 노트북LM을 설치 하지 않았는데 해보니 온라인보다는 접근성이 좋고 보안에도 내부에서만 돌아가니 뭔가 기분이 안정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저자가 가장 강조한 "첫 단계에서의 인간 검증"이 핵심이 와닿았다. AI가 아무리 빠르게 자료를 모아도 사람이 출처를 확인하고 최신성을 점검하지 않으면 결과의 신뢰도는 무너진다. "AI가 그렇게 말했는데요"라는 태도가 가장 위험하다는 경고는 금융권뿐 아니라 세상 어디서든 문제가 되는 말이다. (_결국은 빅데이터에서 추출한 사람이 학습시킨 내용이겠지만 AI리터리시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깨달음?이 남았다. 강남에 집을 사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지만 강남 집을 살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르는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것 같다. 시장의 방향은 항상 예측하기 어렵고 종목 선택은 언제나 말이 안된다. 책에서도 계속 언급하듯이 정보의 속도와 분석의 깊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개인의 격차를 만든다는것이 핵심인것 같다.

투자 비법서가 아닌것은 아쉽니만 대신 금융 산업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를 사례를 들어서 보여주고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AI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하는 사람의 뼈아픈 실전 가이드다...



#금융업AI플레이북 #AI시대금융현장의실전가이드 #경향BP #임태중 #김동석 #리앤프리 #나만주식없어 #삼성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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