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자녀 - 직업이 뭐냐고요? 자녀입니다
전영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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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전업자녀 이거는 직업인가? 정말 직업으로서의 가치가 있어서 선택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흐름 속에서 백수도 "거시경제 인디펜던트 리서처"라고 소개해야 체면이 서는 SNL식 시대를 반영한 또 하나의 포장인가? 기생을 상생이라 부르며 자기객관화가 떨어진 사람들의 푸념을 정당화해 주는 요즘 유행하는 자기연민 책이 아닐까 하는 반감부터 들었다. 게다가 처음부터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단어를 작가가 사용하니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솔직히 곱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냉혹한 진화론적 의미와는 결이 많이 아주 상당히 다르다. 더 나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지금의 "노력은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붙어 살려는" 느낌의 유전자처럼 읽혔다. 특히 결혼과 출산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다루는 대목에서는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전혀 다른 뉘앙스로 쓰인것 같았다.



쪼그라든 도넛 같은 경제 용어를 꺼내들지만 청년들의 욕망을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듯했고, 취업-결혼-분가의 사다리를 넘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내신 4등급을 고학력이라 가정하는 식의 전개는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지금의 30대 보다 40대가, 40대보다 50대, 60대가 훨씬 더 치열하게 살지 않았나?. 그들이 낸 세금으로 도로와 산업 기반이 만들어졌는데, 일하지도 세금도 내지 않은 채 그것을 이용하면서 불만을 말하는 건가 싶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이 많다. 아직까지는, 노력은 덜 하면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 누군가의 푸념을 정당화하는 책처럼 보였다.


"전업자녀는 부모가 만든다" 는 문구에서, 일단 끝까지 읽어보자. 다 읽고나서 더 비난을 해주지 마음먹었다.

사회경제학자이자 한양대 교수인 전영수선생님이 쓴 책이다. 한손에 들어올만큼 크지 않은 크기에 쭈욱 읽어지는 만큼 이상한 미사여구없이 편하게 읽을수 있었다. 1장은 왜 이런 현상이 등장했는지를 한국 사회의 구조 변화 속에서 짚어내었고, 2장은 전업자녀의 유형과 경로를 쓰고있다. 8050 문제(_80대 부모와 50대 자녀가 동시에 노년을 맞는 구조)는 확실히 소름돋게 무섭긴 하다. 특히 부모 사후, 경제력 없는 중년 자녀가 마주할 디스토피아는 장난아니다.


3장 내용중에서는 "1인분이 불붙인 평생 싱글의 경제학"은 특히 와 닿았다. 결혼 제도가 약화되고, 개인이 감당해야 할 생존 비용이 커지는 구조 속에서 전업자녀가 하나의 "합리적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은 날카롭다. 다만 여기서도 의문은 남는다. 복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업자녀를 활용하자는 논리는 그럴듯하지만, 생산성이 없는 구조 아닌가? 취업을 해서 돈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순환도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4장에 이르면 저자는 전업자녀를 부정론에서 긍정론으로 전환하자고 말한다.(_하.. 아무리 작가말처럼 애들이 말안듣다지만 그렇다고 수용하고 받아들이자고 하면.. 일본, 중국이랑 뭐가 다른가...) 한국형 간병 시대, "늙은 돈"의 회춘 전략, 가족 소비의 최후 보루 등으로 재해석한다. 사회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활용하자는 쪽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개가 갸웃해진다. 이 흐름이 정부의 퍼주기식 복지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40대 이후 세대에 대한 실질적 혜택은 크지 않은데, 청년층에게는 각종 수당과 지원이 쏟아진다. 단지 부모 봉양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취업을 장려하고 고용을 늘리는 방향이 더 맞지 않나 싶다.

물론 이 생각이 지나치게 세대 중심적일 수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인 내 또래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온몸으로 부를 일궜다. 이제 좀 편히 살아도 되지 않겠는가 싶은 나이에, 위로는 80,90대 부모를 부양하고 아래로는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걱정한다. 얼마 전 모임에서 은퇴 후 주택연금을 받자는 의견과, 집이라도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위아래 모두 우리를 바라보는 듯해 가슴이 참.. 먹먹하다.

전업자녀 2.0, 취업은 했지만 부모 집에 사는 경우까지 확장하는 저자의 정의도 논쟁적이다. 전업이라 부르면 일딴은 풀타임 아닌가? 취업했는데 전업자녀라 부를 수 있는가? 이 단어 자체가 저자가 만든 개념인가? 너무 낯설다. 시작이 불만이었으니 읽는 내내 불만이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던지는 한 문장은 쉽게 부정할 수 없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려는 부모와 자식의 쌍방 욕구가 맞아들어가면서 발생한 사회현상."

어쩌면 이게 정답에 인것같다. 부모의 재력과 자녀의 학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가능한 "전업자녀 취업"이라는 역설도 존재한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가정에서는 오히려 빠른 독립이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전업자녀는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갖는것이 아닌가 쉽다.


읽고나서 서평을 쓰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정치적 포퓰리즘의 결과이자, 부모의 안일한 교육이 낳은 산물이라는 생각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인정하게 된다. 이미 나타난 현상이고, 감정만으로 밀어낼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전업자녀는 나한테 좀 불편한 책이다. 동의하든 반대하든, 한국 사회의 가족 구조와 세대 갈등, 저성장,저출산의 그늘을 직면하게 만든다. 전업자녀의 등장으로 가족의 쓸모는 재구성된다는 문장처럼,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독립"의 의미도 다시 묻게 한다. 한 번쯤 읽어보고 각자의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를 객관적?으로 제기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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