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잠 못 드는 위험한 인문학 - 인류학적 오답 연구
다크모드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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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바보가 되라, 그러면 잘 살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한 말중에 가장 유명한 인용구라고 한다. 자신의 직관을 믿고 바보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라는 의미인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인류의 지나온 행적을 돌이켜 보면 이거 너무 과한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제목만 보면 그냥 자극적인 인류학적 오류나 심리, 치명적인 알고리즘의 오해가 예상되었지만 읽다보면 "사람이 이러면 안될꺼 같은데"라는 마음이 들정도의 무법시대의 삶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90년대의 급격한 민주화 속에 야만과 낭만이 공존했던 그런 시기를 겪어오면서 불합리한 규율과 거친 통제가 있어서 청춘, 개인의 개성이 폭발했기에 요즘 쇼츠나 유튜브에 나오는것 처럼 말도 안되는 위험을 당연히 행동했다고 하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에피소드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었던 역사와 인간의 선택을 그냥 뒤집어 놓는다. (_제목이 좀 과장된 느낌이라 자극적인 책인가 했는데 밝혀지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는 출처와 실제 일어났던 기록은 없다고 명시되어 있어 믿음이 더가는 책이었다.)



책은 형벌, 감옥, 완전범죄, 전쟁 무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 이렇게 까지 하는건데... 이게 정말 최선이라고 생각한거야?"라는 의구심이다. 특히 형벌 파트에서는 정의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잔혹한 방식들이 정당화되었는지가 드러난다. 놋쇠 황소나 코끼리 형벌 같은 사례는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공포를 설계한 시스템처럼 느껴졌다.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길들이는 구조에 더 가까웠다.


감옥 이야기는 더 불편했다. ADX 플로렌스 같은 시설은 폭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신, 인간을 완전히 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과연 안전과 통제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완전범죄 파트에서는 인간의 확신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가 드러난다. 완벽하다고 믿는 순간 오히려 균열이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기보다는, 그 불완전함 자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불편하면서도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 나는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너무 감사하다는 위안을 받게 된다. 완벽하지 않은 선택들이 쌓여 지금의 세계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때문인지, 지금의 나 역시 그렇게 틀리지 않은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장한장 빠르게 읽히지만 결코 내용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쉽게 넘길수 없는 책이었다. 어디가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단순한 지식을 자랑하는 인문학이 아닌 생각하는 방향을 바꾸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에서, 제목처럼 "잠 못 드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게 된다.





#알면잠못드는위험한인문학 #모티브출판사 # #장편소설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자루형벌 #바비조롱 #마지노선 #풍선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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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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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인류 스스로가 종말의 시간을 앞당기고 있다는 경고는 누구나 한 번쯤은 유튜브나 TV에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대 과학과 인류학에서 늘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고, 지구 환경 파괴나 기술 발전의 부작용 같은 이야기들은 이젠 익숙할 정도이다. 특히 환경 파괴와 제6차 대멸종, 인공지능, 핵전쟁 등이 인류 멸종을 앞당긴다는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무뎌질 정도다. (_해외에서 남북한이 대치상황을 심각하게 보지만 당사자인 우리는 그냥 일상인것 처럼 무뎌지는건 좋지 않을것 같기는한데.. 사는게 빡빡하구나..)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욕심이 원인이라는 점은 같지만, 거창한 종말이 아니라 "이걸로도 안 망했다고?" 싶은 사소하면서도 황당한 사건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잘하면 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싶다가도 계속 사고가 터지고, 그게 쌓이고 쌓여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야기들이다. 이게 적응의 결과인지, 아니면 그냥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건지 헷갈릴 정도다. 불과 몇백 년 전까지만 해도 미생물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세균과 함께 살아온 인류가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책의 구성도 짧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 방식이라 마치 쇼츠를 연달아 보는 느낌이다.



책은 크게 네개 파트로 나눠져있는데, 평범한 일상부터 도시, 질병, 그리고 개발 현장까지 점점 범위가 넓어진다. 읽다보면 갑자기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조차 과거에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지금도 우리가 평범하게 행동하는 예를 들면 우유를 당연히 먹고 있지만 몇백년뒤에는 우유는 독약이었다. 뭐 이런말이 나올까 무섭다.

책에서 처럼 옛날에는 목욕 한 번 잘못하면 병에 걸리고, 빵과 고기는 상해 있는 게 기본이며, 화장품은 미용이 아니라 독에 가까웠다. 납과 수은으로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시대라니, 지금 기준으로 보면 거의 자해에 가까운 행동인데 그게 당연한 문화였다. 심지어 빅토리아 시대에는 빵조차 안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보면 먹는 것 하나에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도시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길을 걷는 것 자체가 위험했고, 사기와 범죄는 일상처럼 존재했다. 아직도 사기사건이 문제지만, 그때는 법이나 제도 자체가 허술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단순히 가난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었으니까 대를 이어 같은 직업을 반복하며 트라우마까지 이어지는 모습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답답하지만, 그 시대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 무섭고 안타깝게 느껴진다.



역시나 가장 황당한 부분은 의료와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였다. 지금은 병원에 가면 치료를 받는다는 믿음이 있지만, 과거에는 병원 자체가 위험한 장소였다. 마취도 없이 수술을 하고, 소독 개념도 부족했던 시절에 수술대에 오른다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그냥 도박에 가까웠다. 약이라고 먹는 것들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았고,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황당한 처방들이 진지하게 사용되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살기 위해 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소개되는 개발과 노동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더더더 씁쓸하다. 문명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어린아이들이 광산에서 일하고, 안전장치도 없이 하루 10시간 넘게 노동을 하던 시대였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뒤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다." 와 "야~ 근데 어떻게 살아남아서 여기까지 멸종이 안되었냐”는 점이 상반되게 떠올랐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위생, 의료, 안전 같은 것들이 사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거창한 역사 이야기는 아니지만 인간이 얼마나 끈질기게 살아남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사고를 낭만적이지 않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면서 과거를 미화하는 시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얼마나 많은 것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가볍게 한두시간만에 다 읽히지만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표지의 말처럼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하루도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길어봤자 일주일이 한계 아닐까 싶다.





#빅피시 #인류멸종실패기 #유진 #인간생존세계사 #마취없이수술 #세균 #추위와죽음 #처방전이독약 #광부는너무힘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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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문법 - 르네상스의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 그리고 언어의 숭고한 힘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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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도전! 르네상스의 유명한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를 재치고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피코!! 언어로 모든걸 이룰수 있다고 생각한 사상과 신념, 31살에 비소중독으로 암살당한 미스테리한 인물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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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문법 - 르네상스의 천재 피코 델라 미란돌라, 그리고 언어의 숭고한 힘에 대하여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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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딴 어렵다. 책의 내용이 어려운것인지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이름이 어려워서 그렇게 느끼는건지 역사를 모르고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술술 읽어지는 그런책은 아니다. 10장정도 읽고 다시한번 생각하고 앞장을 다시 갔다가 다시 돌아가는 그런 내용이다. 특히나 르네상스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 정도를 떠올리지, "조반니 피코 델라 미란돌라"라는 이름은 솔직히 처음 들었다. (_징크스가 그런 뜻이었어?? 개미잡이새도 첨들어보네)


역시나 이과생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기 전에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개인적으로 든 첫 느낌은 "이 사람... 약간 아니 많이 사기꾼 같은데?"였다. 말년까지 메디치 가문의 측근으로 지냈고, 피렌체에서 급진적인 설교로 유명했던 사보나롤라와 가까워지면서 사상도 바뀌어 갔다고 한다. 게다가 비소 중독으로 31세에 사망했다는 이야기에 암살설까지 따라붙는다. 이 정도 배경을 알고 책을 펼치니 단순한 철학서라기보다는 뭔가 파란만장한 인물 이야기가 나오고 음모론과 영화로 만들어 질것 같은 기대감이 솟아났다. (_헐리우드에서 영화로 안만든이유가 있을까?? 어려서부터 천재, 르네상스, 미스테리한 죽음, 메디치가문 이걸로만으로도 재밌게 만들수 있을거 같은데 유명하지 않아서?)


읽어보니 이 책은 단순히 한 철학자의 인생을 따라가는 전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왜 "언어"라는 것에 집착했는지를 계속 알려주는 느낌이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이나 글은 그냥 의미 전달의 도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피코에게 언어는 그 이상이다. 의미가 있든 없든, 말 자체가 사람을 움직이고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노래를 같이 부르거나, 군중 속에서 같은 구호를 외칠 때 묘하게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드는 경험이 있는데, 그는 이런 걸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어떤 더 높은 차원의 연결로 봤던 것 같다. 그래서 "천사들의 문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데, 처음에는 좀 과장 아닌가 싶다가도 읽다 보면 이상하게 고개가 끄덕여진다.(_일본에는 말에 주술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는 언령신앙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자주 나오는데 시대도 장소도 다른데 뭔가 비슷한거 같아서 신기하다.)



역시나 "900개 논제" 이야기, 피코의 등장씬이기도 하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내용이라 그런지 가장 인생적인 내용이었다. 23세 나이에 유럽 학자들을 다 불러 모아 토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부터가 이미 범상치 않다. (_아~ 자꾸 사기꾼으로 느껴지는건 왜일까 자꾸 이상한 소리내면서 어느나라 말이다 저나라말이다 하는것도 믿음이 안가는 이유는 뭘까?)


그것도 비용까지 자기가 부담하겠다고 하니 지금 기준으로 봐도 상당히 공격적인 행보다. 그런데 이게 결국 문제가 된다. 일부 내용이 이단으로 지목되면서 교황이 토론 자체를 막아버리고, 피코는 반박하다가 도망치고, 프랑스에서 체포되고, 다시 풀려나고 흐름이 거의 영화 같다. 이 부분을 보면서 느낀 건, 이 사람이 단순히 똑똑한 학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확신이 생기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타협을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이런 일까지는 안 갔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그 고집 때문에 더 유명해진 느낌인데 그당시에는 낭만이 살아있는 시대여서 그런게 아닐까한다.



다시 말하지만 전체적으로 책은 쉽게 읽어지지는 않는다. 르네상스 시대 이야기다 보니 역사나 지역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문장도 쫙~ 읽어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 수월해진다. 완벽하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피코가 이야기하듯 글과 언어의 힘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읽고 있다 이거는 무엇을 설명하려고 하는가와 같은 느낌이 계속 든다. 특히 여러 사상과 종교, 철학을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꽤 대담하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대 신비주의, 아랍 철학까지 다 끌어와서 하나로 연결하려는 모습은 뭔가 종합주의 같은 모든 명언과 철학을 한줄로 표현하고 싶어하는것 같다. 이표현도 글이 아닌 목에서 나오는 무언가로 나타내려하는것 같다.


읽으면서 계속 이게 단순히 옛날 옛날 이야기만 하는 책이 아니구나라고 생각됬다. 지금 우리는 학교에서 집에서 길에서조차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문장을 보고 듣는다. SNS에서 유행하는 말, 쇼츠 영상 속 자막, 누군가의 한 문장에 사람들이 웃고 화내고 움직인다. 피코가 말했던 "언어의 힘"이라는 게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건지, 아니면 언어가 우리를 끌고 다니는가 헷갈릴 때가 있다.



이 책은 명확한 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언어는 어디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인간은 그걸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을 피코는 그걸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가능한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_좀더 오래살아서 소크라테스정도 70대까지만 살았어도 결론을 내고 피코주의같은걸 완성했을텐데.. 아쉽다.)


피코가 누구야? 르네상스는 다빈치나 미켈란젤로지~ 그렇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언어에 관한 책이다. 단순히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이야기를 보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쓰는 말과 내가 영향을 받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고전이라는 게 괜히 남아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왜 사람들이 계속 고전을 찾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언어의힘 #피코델라미란돌라 #금기의언어 #에드워드윌슨리 #피코의생애 #천사들의문법 #까치 #어려운책 #비소중독암살 #개미잡이새징크스 #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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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쇼펜하우어가 아니다 - 천재도 부자도 아닌 청춘에게 고독은 선택지가 아니다
Flat 4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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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곳간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서점가를 보면 철학도 유행을 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여기저기서 나오더니, 이제는 "쇼펜하우어"가 대세가 된 것같다. 나는 쇼펜하우어를 사상보다 외모로 먼저 알았다. 게임 철권에 나오는 "헤이하치" 같은 머리 스타일 덕분에 한 번 본이후로 잊을수가 없었다. 사상도 "지금에 만족하고 뭐 할려고 하지말고 그냥 살아라"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괴테가 "지금 하는 건 노력이 아니다, 완전 뼈를 갈아서 노력해라"는 쪽이었다면 달라도 서로 너무 다르다고 생각한다. (_괴테가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는데 마음에 안들었나? 달라도 너무 다른데 말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철학 해설서라기보다는 작가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에세이에 가까웠다. (_이걸 또 에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고 일기? 자기계발서? 아직 지식이 얇아서 장르를 잘모르겠다.) 학교, 군대, 인간관계 속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우리는 쇼펜하우어처럼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어필한다. 처음에는 장르가 애매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읽다 보니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어떻게 오해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책에 가깝다.



구성도 재미있다. Side A에서는 쇼펜하우어식 고독이 왜 위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Side B에서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고독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고립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부분이 꽤 강하게 남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과,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그걸 혼동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책 전반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은 꽤나 직설적이다. 지금에 만족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소확행"이나 "자기 위로"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걸 사실상 "포기"에 가깝다고 말한다. 듣기에는 조금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공감이 갔다. 특히 "우리는 쇼펜하우어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그럴 조건도, 그럴 삶도 아니다"라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약한 연대"라는 개념이다. 꼭 깊은 인간관계가 아니어도, 가볍게 이어진 관계들이 삶을 지탱해준다는 이야기인데, 요즘처럼 관계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시대에는 꽤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모든 관계를 깊게 만들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도 답은 아니라는 균형 잡힌 시선이 좋았다. (_보통 사람들이 40대이후로 진솔한 자기이야기를 할수 있는사람이 한명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참 맞는 말인것 같다.)


읽다 보니 요즘 사회 분위기와 연관이 있어보인다. 청년 정책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냥 쉬는 청년"이 50만 명이 넘는다는 말도 나오는데,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책이 왜 나왔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학교, 집, 학원 같은 정해진 루트속에서 다 해결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세상의 주인공처럼 밥도 대령해주고 용돈도 주고 그냥 살아가다가 사회에 나오면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립을 선택하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쇼펜하우어를 비판하거나 사상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이라기보다, 요즘 우리가 철학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살 건가?"라는 질문을 던지는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청년층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이가 있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부분이 있지만, 지금 관계와 진로, 삶의 방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라면 더 크게 와닿을 것 같다. 청년이 아니더라도, 요즘 세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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