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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 : ‘사람’을 남긴다는 것 - 실패를 경력으로 바꾼 한 사람의 밥 이야기
성제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제목을 보면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의 대사를 생각했을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살인자에게 마지막에 했던 말같은데 이건 단순한 인사가 아니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고 분노와 열정으로 그렇게 말도 안되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범인에 대한 주인공의 분노와 비난을 담은 대사였을 것이다. 동질감이나 안부가 아닌 죄책감 없는 가해자를 향한 멸시와 허탈함을 표현한것인데 이 책의 제목 역시 다 읽고 난 지금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말하는것인가?? 하는 마음대로의 오해가 생긴다.
아니면 배고프던 시절의 아침인사나 현 시대에 굶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건네는 형식적인 말인가? 하는 이런저런 잡생각이 책제목이 다시한번 여운을 남긴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항상 작가 소개부터 보는 편이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읽어야 좀더 몰입이 되고 공감이 간다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 책은 작가 소개가 없다.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화려한 이력도 없다. 대신 책에 관한 이야기만 적혀 있다. 그런데 첫 장을 넘기자마자 어린 시절, 학교, 가정, 첫사랑, 결혼까지 이어지는 자서전인줄 알았네 라고 생각이 들만큼 엄청난 고백이 펼쳐진다.(_ 수사 원칙상 한 사람의 말만 믿고 판단하면 안 된다지만,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자서전인지 경계가 모호한 이 책을 읽다 보니 굳이 작가 소개가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드러내고 싶은 이야기 위주로 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솔함이 묻어났다. 마치 3부작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작가는 정말 다양한 일을 했다. 이 일 저 일 옮겨 다니며 영역을 넓히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고, 또 일어섰다. 세상에 직업은 많지만 이렇게 여러 갈래로 뻗어가며 몸으로 부딪힌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이야기는 실패를 미화하지 않지만,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알려준다. 일은 단순히 먹고 사는 수단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다리 역활을 한다. 거래보다 사람, 이익보다 신뢰를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한편으로는 나는 과연 그렇게 살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오늘은 유난히 피곤해서였을까. "일을 통해 드러나는 평안이란 무엇일까?"라는 문장을 읽다가 순간 "소명"이 아니라 "소주"로 읽혔다. 소명이 주는 힘이었을 텐데, 왜 소주가 먼저 떠올랐을까나? 그만큼 현실이 녹녹치 않다는 느낌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매일 일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나와는 코드가 다르다고 느꼈다. 일하기 싫어서 출근이 버거운 날이 더 많은 나로서는 쉽게 공감되지 않았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니, 적어도 그의 태도만큼은 배울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하게 됐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국가권익위원회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3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는 대목에서,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없다. 자신이 희생자였다는 심정과 "왜 나였을까"라는 질문은 반복되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가 무고를 한 것인지, 어떤 오해가 있었던 것인지 한 줄이라도 설명이 있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여기서 책에 대한 신뢰도가 잠시 흔들렸다. 자기 고백이 진솔하게 느껴졌던 만큼, 그 부분의 설명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장마다 등장하는 "잠시 머물며" 코너? 파트?는 좋았다. 명언과 함께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정리하는 방식은 한숨 돌리게 해줬다. 특히 "사람은 믿음의 형태로 살아간다"는 문장은 오래 남았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사람을 나타내는 가장 최고의 단어라고 생각하니 이 책이 결국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주는것 같았다. 성공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버리지 않는 삶, 빨리 가기보다 오래 가기 위해 함께 가는 길을 택하는 삶. "빨리 가고 싶으면 혼자 가고, 오래 가고 싶으면 같이 가라"는 말을 몸으로 실천하려는 사람의 일기장 처럼 읽어졌다.


다 읽고 나니, 여전히 나와 결이 다른 부분은 있었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태도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 건 사실이다. 밥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사람을 남기는 문제라는 것. 어쩌면 이 책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를 통과하며 끝내 놓지 않았던 "사람"에 대한 기록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책을 읽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나는 오늘 누군가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조금 더 진심으로 묻고 싶어졌다. 아직 방향을 찾지 못해 서성이고 있는 청년들, 여러 번의 도전 끝에 문턱 앞에서 주저앉아 본 사람들, 노력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는 이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세상이 자꾸만 빨리 빨리 속도를 요구하고, 성과로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는 왜 이 정도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도는 순간이 있다면 이책을 한번 보는건 어떨까한다. 아~ 그리고 마지막에 배움을 계속한다는 N인생회차의 적극적임이 특히 너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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