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 클래식 리이매진드
야코프 그림.빌헬름 그림 지음, 얀 르장드르 그림, 민지현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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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누구나 어릴 때부터 들고다니던 애착동화책이 있을것이다. 나는 앞뒤 표지가 두꺼운 얇은 "헨젤과 그레텔" 책이었는데 이상하게도 항상 헷갈렸다. 이게 이솝우화였나, 아니면 그림 형제 동화였나. 그냥 "옛날 이야기" 정도로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림 형제 동화"를 읽으면서 그 구분이 조금은 또렷해졌다.(_찾아보니 그림형제동화인데 이번책에는 아쉽게도 없었다.) 이솝은 그리스에서 전해진 동물 중심의 우화라면, 그림 형제 동화는 독일의 구전 이야기를 모아 시대상과 인간사를 담아낸 이야기인것 같다.


표지부터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표지에 "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 얀 르장드르 그림"이라고 적혀 있어서 "그림 형제가 세 명이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알고 보니 형제의 이름이 야코프 그림, 빌헬름 그림이었고, 나머지는 삽화를 담당한 사람이었다. 너무 당연한 걸 이제야 알았다는 게 조금 바보같으면서도, 괜히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표지 속 캐릭터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엔 추억의 애니매이션 히맨에 나오는 근육이 엄청난 여동생 "우주전사 쉬라"인줄 알았는데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린 햇님도 미모에 감탄했다는 막내공주였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이미지와는 꽤 다른 분위기라 시작부터 이 책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막상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 하나하나는 길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결말이다. 대부분 "엥?" 하는 느낌으로 끝난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떡밥을 던져놓고 회수하지 않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처름부터 "여우와 고양이"는 둘이 대화를 나누며 진행되다가 뭔가 더 이어질 것 같은 타이밍에 갑자기 끝나버린다. 읽고 나서 "그래서? 작가양반 다음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구조다. 오히려 이런 점이 구전 동화 특유의 열린 결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용감한 꼬마 재봉사"는 "한 번에 일곱!"이라는 허세? 거짓말?에서 시작해 점점 일이 커지는데, 결국은 기세 하나로 상황을 뒤집어버린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전개인데, 이상하게 통쾌하다. 이거 큰일날꺼 같은데~ 늑대와 소년처럼 거짓말하다가 큰일 한번 나겠는데~ 하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결말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지만 아쉽게도? 해피엔딩이다. 논리보다는 이야기의 흐름과 상상력이 중심이라는 점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백설 공주". 기본 틀은 같지만, 디테일이 좀 다르다. 특히 결말 부분의 묘사가 생각보다 더 잔인해서 "이게 원래 이야기였구나" 싶었다. 요즘 우리가 디즈니나 픽사같은 애니매이션으로 접하는 동화들이 얼마나 많이 다듬어지고 현시대를 반영하며 각종 규제와 광고에 시달렸는지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은 "이게 바로 원작의 힘이구나"였다. 한때 유행했던 잔혹 동화처럼 일부러 자극적인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인데도 아주 거칠고 솔직하다. 모티브가 된 독일의 옛이야기는 더더더 잔혹하고 1800년 이전이 이야기라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데 그림형제가 수집하고 교훈을 주기위해서 바꿨다고 하니 그래서 더 낯설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읽고 나니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헨젤과 그레텔"과 "라푼젤"이 이 책에는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림 형제가 수집하고 정리한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겠지만, 괜히 하나 빠진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했다. 동시에 "이 사람들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모으고 정리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작업이니까. (_초판은 200가지 정도의 이야기를 모아서 2권의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은 책보다는 디즈니나 픽사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동화를 쉽게 접하는 아이들이 많은거 같다. 물론 영상매체를 통한 방식도 훌륭하지만, 이렇게 원작을 책으로 읽어보는 경험은 또 완전히 다르다. 더 거칠고, 더 직접적이고, 시각적이지는 않지만 상상을 통해 그려가게 만든다.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에 익숙한 동화를 "진짜 이야기"로 다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나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서로 다른 느낌을 나눠보고 싶은 부모님, 그리고 한 번쯤 "내가 알고 있던 동화가 맞나?"라는 궁금증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소소의책 #그림형제동화 #야코프그림 #빌헬름그림 #얀르장드르그림 #헨젤과그레텔없음 #백설공주흙단 #개구리왕자 #고양이꾀주머니 #한번에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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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챠 도감 - 캡슐이 열리는 순간의 설렘
와타나베 카오리 지음, 이예진 옮김 / 모두의도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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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상가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한 건물에 하나쯤은 꼭 무인 뽑기샵이 있다. 예전에는 관광지나 술집 근처에서 로봇팔로 인형을 집어 올리는 기계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들어가 인형도 뽑고, 작은 미니어처까지 고르는 하나의 "취미 공간"처럼 변해버린 느낌이다. 아직 한국에서는 직접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일본에서 짧은 회사 생활을 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편의점 앞, 길거리, 심지어 식당 한켠에도 자연스럽게 놓여 있던 그 캡슐뽑기 기계들. 아무 생각 없이 동전을 넣고 돌리던 그 순간의 행복함이 책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되살아났다.


초등학교때 학교앞 문방구에서 몇백원을 넣고 돌려 댔던 그런 기억을 하나씩 건드리면서 읽어가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단순히 "미니어처 사진 모아놓은 책 아닌가?" 싶었는데, 몇 장 넘기다 보니 이건 천국! 파라다이스였다. 이건 그냥 도감이 아니라, 나에게 꿈과 희망이 누군가의 취향과 집요함 그리고 애정이 그대로 쌓여 만들어진 집약체에 가깝다.



책은 크게 미니어처 푸드, 연출, 공간, 여행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특히 Part 1에 등장하는 음식 미니어처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본여행을 했을때나 유튜브에서 봤던 장소가 기억이 나면서 배가 고파진다. 편의점 도시락, 과자, 빵, 디저트까지 실제 음식보다 더 정교하게 보이는 순간도 있어서 "이걸 왜 이렇게까지 만들었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하나쯤 갖고 싶다! 아니.. 가능하다면 전부 가자고 싶다! 로 마음이 바뀌는 게 웃기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귀엽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미니어처라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Part 2에서 보여주는 연출 방식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작은 소품 몇 개로 카페 분위기를 만들고, 길거리 포장마차를 재현하고, 여행의 한 장면을 꾸며내는 걸 보고 있으면,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하나의 "이세계 또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도 드는데 "왜 사람들은 가챠에 빠질까? 단순히 랜덤이라서? 아니면 귀여워서?" 아마 그 둘 다 맞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열기 전까지 모르는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뽑기 기계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난 이걸 뽑을꺼야 하면서 캡슐을 뜯는 순간의 쾌감과 기대감이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설레는 몇 안 되는 경험 중 하나라서가 아닐까한다.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가챠 여행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본 시즈오카를 배경으로 한 가챠 투어는 읽기만 해도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냥 관광이 아니라, 가챠를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여행이라니 이쯤 되면 취미가 아니라 거의 집착에 가깝고 생활이 아닌가 한다. 돌아다니면서 먹어보고 가본곳을 미니어쳐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너무 좋다. 조그마한 자석이라도 붙여서 냉장고에 한까득 붙여 놓고 지나가면서 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개인적으로는 "세트로 모으는 재미" 부분이 가장 공감됐다. 하나만 뽑으면 끝이 아니라, 결국 시리즈를 완성하고 싶어지는 그 마음이 정말 이해가 갔다. 중복이 나오면 아쉽고, 마지막 하나가 안 나와서 계속 도전하게 되는 그 감정이 너무 공감가지만 집이 저당잡히고 월급이 압류당하고 이러다가 풍지박산날수도 있기에 정말 조심조심 해야한다. 생각해보면 꽤 단순한 구조인데, 하나만더 하나만더 하면서 손이 가는건 당연한것인가?


이책은 "이런 세계도 있다"라고 말해주는것 같다. 그래서 더 편하게 볼 수 있었고, 부담 없이 한 장씩 넘기면서도 은근히 오래 붙잡고 있게 된다. 중간에 편서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어느새 힐링을 느낄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가챠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에게는 새로운 취미의 입구가 될 수도 있고, 이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공감과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무엇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귀여운 것을 보며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책이었다.






#모두의도감 #가챠도감 #캡슐이열리는순간의설렘 #와타나베카오리 #이예진 #즐거운미니어처뽑기 #문화충전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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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
요시무라 마사카즈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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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나는 아무리 연금술을 익히더라도 스스로 정해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연금술의 궁극 목표 중 하나인 "인체 연성!!" 인간을 만들어내는 행위만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어릴 때야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아무 생각 없이 상상하며 행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회생활도 해보고 나름대로 삶을 겪어보니 인체 연성이라는 건 단순한 호기심으로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도덕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연금술이라는 게 결국 "등가교환의 원칙" 위에 서 있다면 그 대가는 상상 이상일 테니까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는데, 첫 장부터 "연금술의 기초 기술"이 나온다. 순간 "불? 물? 그럼 뭐부터 만들어볼까?" 하는 쓸데없는 기대와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현실은 산업과 화폐, 물질만능주의와 연결되는 역사와 이론 이야기들이 먼저 나온다. 솔직히 말하면 아쉬웠다랄까 맥이 빠졌다랄까. 뭔가 실전기술이나 기출문제? 느낌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학문과 이론적인 접근이 강했다.



그래도 나름 매력은 확실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하학적인 도형, 암호처럼 보이는 기호, 생명체를 상징하는 그림들이 가득하다. 드래곤, 우로보로스, 피닉스 같은 상징들이 계속 등장하는데, 이게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집중하고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이걸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각적인 재미가 상당하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연금술의 이미지들이 계속 등장한다. 

하나 아쉬운것이 있다면 "현자의 돌", 황금으로의 변환, 호문쿨루스 같은 이야기와 현상들까지 자꾸 자꾸 흥미로운 인물과 사건만 계속 나오긴 하는데 정작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하는데?"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은 전설과 기록, 그리고 해석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의심하게 된다. "이거 작가 혼자 알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진짜 비밀은 글이 아니라 기호와 그림 속에 숨겨둔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역사적인 전개 방식도 꽤나 흥미롭다. 한때는 국가 차원에서 연금술을 지원하고, 일종의 과학자처럼 대우받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사기꾼 취급을 받거나 이단으로 몰려 고통받던 시기도 공존한다. 실제로 많은 연금술사들이 가난 속에서 연구를 이어갔다고 하는데, 재료도 비싸고 결과도 불확실하니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 분야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건, 결국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과 "이거 한탕으로 영지하나 받을수 있다면"하는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읽으면서 의외로 반가웠던 인물들도 등장한다. "아이작 뉴턴"이 연금술에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맥락 속에서 보니 또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자의 모습과는 또 다른 면이다. 그리고 "니콜라 플라멜" 같은 인물도 등장하는데, 전설 속 인물로만 생각했던 존재가 책 속에서 하나의 사례처럼 소개되니 괜히 더 믿고 싶어진다. (_이건 진실이야 이모탄님이 나를 보셨어~!!)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고대 철학과의 연결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원소 개념이 연금술과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근대 과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면, 이게 단순한 "마법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제5원소" 같은 작품이 떠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물론 뒤로 갈수록 낭만주의, 모더니즘 예술과 연결되는 부분은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실험이나 이론 쪽이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중세 과학, 문학, 예술 전반에 걸쳐 연금술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구성이다. 단순히 "금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던 방식 중 하나라는 점이 인상적으로 남았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직접 연성을 해보거나, 물체를 날려보거나,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보는 일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하지만 대신 꽤 많은 지식과 상상력을 얻었다. 그리고 여전히 한편으로는 믿고 싶다. 언젠가 모든 것을 연성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현자의 돌이 어딘가에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을 믿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며 "진리의 문"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꽤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어딘가에서, 지식과 상상이 묘하게 섞이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연금술 #트리비아북 #요시무라마사카즈 #일러스트최고 #야금술 #강철의연금술사 #현자의돌 #수은 #침묵의서 #유황 #뉴턴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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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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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다 보니 문제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나한테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고, 각자의 환경과 배경이 다르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처음부터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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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행복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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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고슴도치의 행복" 책표지를 보면 고슴도치가 선물의 정점에서서 행복감을 느낄텐데.. 내눈에는 뭔가 허망하고 부질없어보이는 표정이다. 뭐가 마음에 안드는 거니?? 예전에 같은 작가의 작품인 "귀뚜라미의 치유"를 읽고 오래 기억되는 감동이 있어서 금요일 늦은 퇴근에도 일주일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 집어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작가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들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집중이 잘 된다거나, 공감이 확 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역시나 나는 뼈속까지 이과라서 그런지 계속 "왜?"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탁탁 치고 나온다.

이게 왜 이렇게 진행되지? 왜 이렇게 생각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야? 고슴도치는 무슨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되면서 읽는 내내 물음표가 붙어 다녔다. 이게 문화의 차이인지, 아니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다른 건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분명 있었다. (_진짜 헐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처럼 빌런이 있어야 진행되는 그냥 좀 살면 안되나? 꼭 그렇게 행동 해야만 했냐~~)



"고슴도치는 무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순간 이건 아닌데 이렇게 행동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서 그런거야? 제발...이라고 말하면서 한장씩 넘겼다.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 문제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나한테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고, 각자의 환경과 배경이 다르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처음부터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던 거다. 초반에는 "왜 이래?" 하면서 읽다가, 뒤로 갈수록 잔잔하게 따뜻해지는 분위기에 오히려 내가 좀 부끄러워졌다. (_어떻게 이런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쓸수 있는지 역시 작가는 작가구나 싶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힐링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건조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한 에피소드마다 분량도 짧고 그만큼이나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기도 한다. 숲속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하는 고민은 결국 사람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슴도치는 자신의 가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누군가를 찌를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그 가시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 모순적인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 우리도 비슷하게 살고 있으니까.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슴도치" 이야기였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자르다" 에피소드인데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잘라내고 스스로를 더 이상 고슴도치가 아니라 "슴도치"라고 부르며, 지금까지의 나는 없다, 나는 새로운 존재라고 선언하는 장면. 처음엔 좀 황당하게 느껴졌는데, 곱씹어보니 이게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변화와 적응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려고 하고 과거를 부정하기도 하면서 버텨내는 과정인것이다. 그런데 결국 다시 자신을 받아들이고 돌아오는 모습이 참.. 짠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굉장히 짧다. 금방 읽히는데, 문제는 읽고 나서다. 위에서 말한것 처럼 바로 다음 장으로 넘기기보다는 잠깐 잠깐 멈추게 된다. 어떤 문장은 별거 아닌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떠오른다.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져놓고 끝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읽는 동안에는 "이게 뭐지?" 싶은 순간이 꽤 많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잠이 오지 않는다. 깐죽대는 과장놈, 하루종일 이사하는소리가 몇년째 이어지는 층간소음 2층놈, 끙끙 앓는 소리하루 종일 내는 옆집놈, 담배냄새에 환기도 못하고 스트레스에 피곤함에 만성피로에 이제는 지쳐있는 나 자신이 외부가 아닌 나를 조용히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까 이해 안 됐던 문장 하나가 다시 떠오른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남는 책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는 책이며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한 번쯤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다시 꺼내 읽게 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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