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슴도치의 행복 ㅣ 톤 텔레헨의 어른을 위한 철학 동화
톤 텔레헨 지음, 김고둥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26년 3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고슴도치의 행복" 책표지를 보면 고슴도치가 선물의 정점에서서 행복감을 느낄텐데.. 내눈에는 뭔가 허망하고 부질없어보이는 표정이다. 뭐가 마음에 안드는 거니?? 예전에 같은 작가의 작품인 "귀뚜라미의 치유"를 읽고 오래 기억되는 감동이 있어서 금요일 늦은 퇴근에도 일주일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 집어 들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작가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든다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들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집중이 잘 된다거나, 공감이 확 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역시나 나는 뼈속까지 이과라서 그런지 계속 "왜?"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탁탁 치고 나온다.
이게 왜 이렇게 진행되지? 왜 이렇게 생각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거야? 고슴도치는 무슨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건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되면서 읽는 내내 물음표가 붙어 다녔다. 이게 문화의 차이인지, 아니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다른 건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분명 있었다. (_진짜 헐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처럼 빌런이 있어야 진행되는 그냥 좀 살면 안되나? 꼭 그렇게 행동 해야만 했냐~~)


"고슴도치는 무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는 순간 이건 아닌데 이렇게 행동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라서 그런거야? 제발...이라고 말하면서 한장씩 넘겼다.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 문제는 고슴도치가 아니라 나한테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고, 각자의 환경과 배경이 다르다는 걸 너무 당연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처음부터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던 거다. 초반에는 "왜 이래?" 하면서 읽다가, 뒤로 갈수록 잔잔하게 따뜻해지는 분위기에 오히려 내가 좀 부끄러워졌다. (_어떻게 이런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글을 쓸수 있는지 역시 작가는 작가구나 싶네..)
이 책은 흔히 말하는 "힐링 동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건조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한 에피소드마다 분량도 짧고 그만큼이나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기도 한다. 숲속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하는 고민은 결국 사람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다. 고슴도치는 자신의 가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누군가를 찌를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그 가시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 이 모순적인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 우리도 비슷하게 살고 있으니까.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슴도치" 이야기였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자르다" 에피소드인데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시를 잘라내고 스스로를 더 이상 고슴도치가 아니라 "슴도치"라고 부르며, 지금까지의 나는 없다, 나는 새로운 존재라고 선언하는 장면. 처음엔 좀 황당하게 느껴졌는데, 곱씹어보니 이게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변화와 적응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려고 하고 과거를 부정하기도 하면서 버텨내는 과정인것이다. 그런데 결국 다시 자신을 받아들이고 돌아오는 모습이 참.. 짠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에피소드 하나하나는 굉장히 짧다. 금방 읽히는데, 문제는 읽고 나서다. 위에서 말한것 처럼 바로 다음 장으로 넘기기보다는 잠깐 잠깐 멈추게 된다. 어떤 문장은 별거 아닌 것 같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떠오른다.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져놓고 끝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읽는 동안에는 "이게 뭐지?" 싶은 순간이 꽤 많았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잠이 오지 않는다. 깐죽대는 과장놈, 하루종일 이사하는소리가 몇년째 이어지는 층간소음 2층놈, 끙끙 앓는 소리하루 종일 내는 옆집놈, 담배냄새에 환기도 못하고 스트레스에 피곤함에 만성피로에 이제는 지쳐있는 나 자신이 외부가 아닌 나를 조용히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까 이해 안 됐던 문장 하나가 다시 떠오른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남는 책이다.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는 책이며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한 번쯤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다시 꺼내 읽게 될 것 같은 책이다.
#어른아이 #철학동화 #고슴도치의소원후속작 #고슴도치의행복 #어른을위한철학동화 #톤텔레헨 #김고둥 #유동익 #슴도치 #너지금안괜찮은거야#리뷰어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