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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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어린이 작가’라는 수식어를 가진 전이수 작가의 그림에세이 신간이 나왔다. 나는 영재발굴단 방송 영상만 짧게 몇 번 봤을 뿐, 실제로 이수의 그림과 글을 보지는 못해 받아보기 전까지 궁금한 마음이 컸다. 어떤 그림을 그리는 아이일지, 어떤 생각을 하는 아이일지 궁금했다. 각 장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하면서도 강렬한 그림과 진솔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글은 어린 아이가 그리고 쓴 것이라고 쉽게 믿기지 않았다. 

웅진주니어에서 나온 그림에세이지만 책을 읽고 이해하고, 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독자층은 성인이라 생각한다. 13살의 나이의 아이가 경험하고 느낀 것은 아이들에겐 당연하게 다가가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의 경우는 다르다. 이수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마음, 남의 흠을 먼저 찾는 마음, 노키즈존, 위로, 사랑 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표현한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을 이수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아지는 순간, 어린이 작가는 어른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마지막 장엔 따뜻한 이수의 편지가 붙어 있다. 아직은 다소 삐뚤빼뚤한 글씨가 이수의 나이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이수는 독자에게 ‘여러분도 저의 그림과 글을 보고 읽으며 자기 안의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기 안의 보물을 찾아내면 좋겠어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른의 입장에서 어린 아이에게 조언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어쩐 일인지 이 말은 어린 아이만이 줄 수 있는 조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매일을 감사하며 시작하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섬세하게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 어린이 작가는 한 때 자신도 어린이였음을 잊고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자신을 더 사랑할 것을, 자신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할 것을 편지를 통해 강조한다. 책을 덮으며 부디 내가 이수의 조언을 따를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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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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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남긴 증오>는 흑인 소녀인 ‘스타’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스타는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갱단에 몸을 들인 가족이 있고, 그녀의 안위와 학업 등을 걱정한 부모님에 의해 백인 학교에 다니게 된 아이다. 스타는 어린 시절 친구인 나타샤를, 그리고 오랜 친구인 칼릴을 잃었다.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처음엔 이것이 얼마나 부당한지 몰랐다. 하지만 나타샤의 죽음은 그녀에게 충격과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칼릴의 죽음은 그녀의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되었으며, 칼릴의 억울함을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수많은 차별에 맞서는 하나의 불꽃이 되었다.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간 400쪽 조금 넘는 이 소설은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스타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던 헤일리가 ‘프라이드 치킨’과 관련된 이야길 한 것이었다. 농구 시합을 하던 중 헤일리는 스타에게 공을 잘 잡으라는 뜻으로 “공을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생각해.”라고 소리친다. 과거 노예제가 존재하던 시기 흑인 노예들에겐 주인이 먹다 남긴 프라이드 치킨이 소중한 식량이 되었는데, 노예제 폐지 이후 백인이 흑인에게 프라이드 치킨을 언급하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되었다. 그런데 헤일리는 자신의 유일한 흑인 친구인 스타에게 그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으면서 되려 어떻게 친구를 인종차별주의자로 여기냐며 화를 낸다. 머리가 띵했다.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명성부터 챙기는 헤일리의 모습에 화가 났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할 수 있지만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이 드러나는, 혹은 차별을 암시할 수 있는 부분은 소설 전반에서 종종 드러난다. 스타의 아버지는 스타에게 경찰을 만나면 일단 경찰 말을 듣고 보라는 말을 한다. 이는 대부분의 백인 경찰이 흑인에게 친절하지 않음을 아는 이의 조언이다. 그리고 스타의 흑인 친구들은 스타의 학교에 다니는 백인 아이들을 ‘테일러 스위프트나 듣는’ ‘고상한’ 백인들이라 표현한다. 흑인의 입장에서 백인을 비꼰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살면서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차별적 발언들을 소설 여기저기에 배치했다. 누군가에겐 그냥 하하호호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말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흑인과 백인의 집단 각각에 속한 스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순간, 그 어디도 평등한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나온 뒤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책을 덮은 뒤 인터넷에 ‘흑인 백인’이라고 검색한 나는 놀라운 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장 먼저 뜬 뉴스 기사는 ‘흑인 경찰을 살해한 백인 부자 기소 검토’라는 제목을 하고 있었다. 조깅하던 흑인 청년을 ‘흑인이 싫어서’라는 이유로 살해한 증오 범죄였다. 그런데 바로 어제도, 그저께도, 저번주에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가 수많은 독창적인 특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차이점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눈에 띄는 것만 찾아도 50가지는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리고 아직까지도 피부색과 같은 한 가지의 특성만을 가지고 특정 무리를 괴롭힌다. 내가 본 수많은 뉴스 기사, 유럽여행 중 흔하게 겪는 캣콜링, 그리고 다른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들 모두 차별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하나씩 바꿔가야 한다. 어쩌면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또다른 칼릴이 어떤 이유로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 덕에 차별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이 우리에게 불씨가 되길 바랐고, 나는 그 불씨가 활활 타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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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예측, 부의 미래 - 세계 석학 5인이 말하는 기술·자본·문명의 대전환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신희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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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는 단연 요즘 가장 주목 받는 학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저서 《사피엔스》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책이 되었다. 그 뒤에도 계속 대중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그는 《초예측》에 이어 《초예측 부의 미래》로 자본주의 체계와 시장경제,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 비트코인에 대해 논한다. 그리고 동일한 주제 아래 하라리와 비슷하기도 하고 완전히 반대되기도 한 의견들을 또다른 천재 석학들, 스콧 갤러웨이, 찰스 호스킨슨, 장 티롤,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제시한다. 각 학자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식으로 전개되어 있어서 《초예측》보다는 보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돈, 즉 자본은 현대의 종교다.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더 많은 자본’이 어떤 문제든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으며 자본을 얻을 수 있는 방식에 따라 살아간다. 유발 하라리는 이처럼 자본주의는 종교라는 주장을 시작으로 앞으로 자본주의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그의 생각을 펼친다. 자본주의의 원동력과도 같은 욕망은 새로운 자유시장 중 하나로 데이터를 주목하고 있지만, 그는 이 데이터가 결국 우리를 감시 시장으로 돌아가게 할 것이라 말한다. 많은 데이터가 곧 하나의 거대한 자본이 될 것인데, 지금 많은 데이터를 가진 것은 이미 대기업들이라는 문제점을 짚어낸다. 최근 사이버 강의가 확대됨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Zoom이라는 화상강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그 외 여러 회의나 심지어 야구장 응원에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동원하고 있음은 다들 익히 듣고 실제로 해보아 알 것이다. Zoom은 이번 기회로 많은 회원정보를 확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Zoom이 개인정보들을 암거래하고 있다는 사실이 발각됨에 따라 여러 사람들이 과연 이 프로그램을 계속 써도 되는지에 대한 회의주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당장 수업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에 선택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는 데이터가 하나의 화폐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인지하고 있어야 하라리가 지적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하라리에 이어 스콧 갤러웨이는 GAFA의 독식 상황을 비판한다. 자본이 조금 부족해도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부상을 꿈꿨던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꿈은 GAFA와 같은 대기업에 인수되는 것이다. 그게 더 돈이 되기 때문인데, 이는 하라리가 지적한 부분과 맞닿는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스콧 갤러웨이는 ‘분산’이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갤러웨이까지가 서론이었다면, 찰스 호스킨슨과 장 티롤의 의견은 본론이다. 찰스 호스킨슨은 독점 상황의 해결책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라고 주장한다. 그 스스로가 2세대 암호화폐를 만든 사람인 만큼 어쩌면 당연한 주장이다. 반면 장 티롤은 암호화폐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전체 논의를 아우르듯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다시 한 번 하라리의 의견을 강조하듯 자본주의의 위험성에 대해 논한다.

다들 비트코인 열풍을 기억할 것이다. 누구는 100만원을 투자해 몇 천만원을 벌었다고, 누구는 몇 천만원을 넣어 다 잃었다고 주장했던 비트코인. 아직까지도 꾸준히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는 암호화폐는 당시 부유층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돈을 앗아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암호화폐가 경제에서 교란을 일으키진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아 단발적인 유행인가 싶었다. 하지만 기술이 계속해서 발달하고 있고, 장점으로 무장한 새로운 암호화폐가 등장함에 따라 위와 같은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트네이션 등의 기술은 사회적으로 좋게 쓰일 수 있지만, 암호화폐에 대해선 회의적인 편이라 장 티롤에 공감하며 읽었다. 하라리가 언급했듯 100년 뒤에 자본주의는 낡은 체제가 되고 우리는, 혹은 우리의 다음 세대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따르게 될지도 모른다. 그 세대가 감시 자본주의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분명 쉽게 읽히는 책이긴 하나 쉬운 책은 아니다. 가벼운 이야기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가독성이 좋은 어려운 책이다. 위에서 내가 짧게 요약하듯 했지만 훨씬 더 많은 논의가 오갔고, 읽는 이에 따라 나와 다른 포인트를 중심으로 읽을 수도 있다. 전지구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좋은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를 논한 사람이 경제학자 5명이 아니라 역사학자, 기업가, 수학자, 경제학자, 철학자라서 좋았다. 그리고 같은 의견의 집합이 아니라 ‘석학들 또한 다르게 논하는’ 분야를 대중에게 소개해 일반 대중 또한 고민해볼 기회를 주어 지인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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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하는 습관 : 승률을 높이는 15가지 도구들 - 경기장 밖에서도 통하는 NBA 슈퍼스타들의 성공 원칙
앨런 스테인 주니어.존 스턴펠드 지음, 엄성수 옮김 / 갤리온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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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뉩니다. 첫 파트는 개인, 두 번째 파트는 리더, 세 번째 파트는 조직, 팀에 대해 다룹니다. 첫 번째 파트에선 자기인식, 열정, 훈련, 수용력, 자신감이라는 다섯 항목 아래에서 개인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책 전반에 있는 자기 테스트와 리마인더를 통해 비단 내용을 읽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점검도 겸할 수 있고요. 두 번째 파트에선 리더의 입장에서 다뤄지는데 주로 코치들의 사례가 많이 등장합니다. 코치 외에도 팀의 주장이라던가 경영자를 비롯한 모든 리더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주제들을 다룹니다. 비전, 문화, 섬김, 인격, 권한 위임이 항목으로 다뤄지는데, 특히 권한 위임은 다른 자기계발서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부분이라 매우 흥미로웠어요. 아마 스포츠와 관련되어서 등장했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은 조직에 대해 다룹니다. 믿음, 이타심, 역할 명료성, 커뮤니케이션, 화합을 다루는데, 결국 앞선 모든 항목들이 화합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 파트가 앞선 두 파트를 아우르지 않나 싶네요.
스타벅스나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농구 외 사례도 종종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NBA라는 컨셉에 맞게 해외 농구 스타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저는 야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스포츠에 대해 문외한이라 책에 종종 등장하는 선수들이나 코치들 이름을 그저 한 명의 인물로 생각하고 넘겼지만, 만약 농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책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유명한 몇몇 선수들만 알아서 오히려 책에서 나온 사례들을 제가 좋아하는 야구 팀에 빗대어 상상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무리는 없었기에, 만약 저처럼 NBA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팀이나 자신이 속하거나 속했던 경험이 있는 팀을 생각하면 몰입하기 쉬울 거예요. 



책 뒷표지에 적혀 있는 스테판 커리의 말이 이 책 전체를 포괄하는 한 문장으로 느껴졌습니다. ‘오늘 당신이 반복하는 습관이 미래의 당신의 위치를 결정한다’라는 말, 여기서 습관은 이 책에서 언급된 개인, 리더, 팀으로서의 태도, 언행을 포함한 모든 것이겠지요. 농구선수, 코치, 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어요. 슈퍼스타, 탁월한 농구선수, 최고의 팀 등 이미 수많은 수식어가 붙은 그들의 삶에서 명성 뒤에 가려진 수많은 노력을 포착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자기계발서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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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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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근 몇 년간 인기를 끈 ‘힐링 도서’에 포함되는 책이라 오해했다. 한두 명의 특별한 성공비법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양 표현하는 책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이 책에 대한 기대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사랑받을 권리》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10년 전 출간본의 개정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재에 어울리는 내용과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구성 덕에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나 자신에게 매일 수많은 상처를 주고 있던 스스로를 발견하고, 그를 달래며 지금도 괜찮다는 근사한 위로를 건넬 수 있게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을 제안하는 이 책, 정말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 표지가 마치 아름다운 진짜 나를 발견한 나의 모습 같아서 좋았다. 못났다며 무시하려고 애쓰던 내가 사실은 아주 아름다운 사람임을 발견하는 모습이랄까? 도서관에서 찾아본 2010년 출판본의 표지는 상처 받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독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느낌도 있었고, 아무래도 약하고 상처 받는 것은 남성보단 여성에 가깝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내용은 남녀 상관없이 모두가 읽어야 할만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표지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무릇 여성뿐 아니라 많은 남성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어쩌면 ‘강함’의 프레임에 상처 받았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책은 직접 해볼 수 있는 테스트들과 에세이 써보기 등의 여러 활동과 작은 부분들로 나뉘어진 심리학적 논의가 주를 이룬다. 만약 너무 학술적인 논의만 진행된다면 지루할 법도 한데, 공감하기 쉬운 사례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문항들이 가득한 테스트 덕에 금방 읽었다. 특히 책 아주 초반에 있는 내 안의 ‘못난 나’ 체크리스트에 S와 T를 표시하며 ‘이거 내 이야기잖아?’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자꾸만 뒷내용이 궁금해져 멈출 수 없었다. 요 근래 밤마다 시간을 쪼개어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게다가 자신의 결함이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법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작을 함께 찾고 여러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식으로 전개되어 읽는 내내 저자에게 존중 받는 기분이었다.

요새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도 이런 심리상담을 많이 한다고 한다. 수많은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대단한 사람은 너무 많고 자신의 수준은 너무나도 낮게 느껴져 마치 고등학생에서 멈춘 느낌이 든다고, 자신이 너무만 작게 느껴지고 친구들이 부럽다고, 만약 줄을 세우면 자신이 끝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교내 상담센터에서 관련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긴 하나 신청하는 학생 수도 적고, 사실 학교에서 그 학생들 모두를 감당하긴 쉽지 않다. 만약 본인이 위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면 상담을 받는 것을 권유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먼저 마음을 보듬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랑받을 권리》는 2010년 동일한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가 이번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재발간된 도서다. 꽤 시간차가 있음에도 재발간될 만한 가치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나는 단언코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우선 이 ‘해방의 심리학’이라는 심리학 프레임이 현대인들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이다. 평등함과 경쟁을 동시에 지향하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유치원에서부터 옳고 그름, 잘함과 못함을 배우고 각종 교육기관에서부터 회사에서까지 끊임없는 경쟁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짐을 경험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작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런 경험은 경쟁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빨리 극복해자신의 성공을 일궈내는냐다. 나 역시도 스스로가 너무 의미 없게 느껴지고, 주변 친구들이 앞서간다는 생각을 한 경험이 적지 않기에 많은 위로를 받으며 책을 읽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좋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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