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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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근 몇 년간 인기를 끈 ‘힐링 도서’에 포함되는 책이라 오해했다. 한두 명의 특별한 성공비법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양 표현하는 책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이 책에 대한 기대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런데 《사랑받을 권리》는 정말 상상 이상이었다. 10년 전 출간본의 개정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재에 어울리는 내용과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구성 덕에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나 자신에게 매일 수많은 상처를 주고 있던 스스로를 발견하고, 그를 달래며 지금도 괜찮다는 근사한 위로를 건넬 수 있게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을 제안하는 이 책, 정말 내 주변의 많은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책 표지가 마치 아름다운 진짜 나를 발견한 나의 모습 같아서 좋았다. 못났다며 무시하려고 애쓰던 내가 사실은 아주 아름다운 사람임을 발견하는 모습이랄까? 도서관에서 찾아본 2010년 출판본의 표지는 상처 받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독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느낌도 있었고, 아무래도 약하고 상처 받는 것은 남성보단 여성에 가깝다는 생각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내용은 남녀 상관없이 모두가 읽어야 할만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표지가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무릇 여성뿐 아니라 많은 남성들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어쩌면 ‘강함’의 프레임에 상처 받았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책은 직접 해볼 수 있는 테스트들과 에세이 써보기 등의 여러 활동과 작은 부분들로 나뉘어진 심리학적 논의가 주를 이룬다. 만약 너무 학술적인 논의만 진행된다면 지루할 법도 한데, 공감하기 쉬운 사례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문항들이 가득한 테스트 덕에 금방 읽었다. 특히 책 아주 초반에 있는 내 안의 ‘못난 나’ 체크리스트에 S와 T를 표시하며 ‘이거 내 이야기잖아?’라는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자꾸만 뒷내용이 궁금해져 멈출 수 없었다. 요 근래 밤마다 시간을 쪼개어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게다가 자신의 결함이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법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작을 함께 찾고 여러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식으로 전개되어 읽는 내내 저자에게 존중 받는 기분이었다.

요새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도 이런 심리상담을 많이 한다고 한다. 수많은 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실제로 와보니 대단한 사람은 너무 많고 자신의 수준은 너무나도 낮게 느껴져 마치 고등학생에서 멈춘 느낌이 든다고, 자신이 너무만 작게 느껴지고 친구들이 부럽다고, 만약 줄을 세우면 자신이 끝에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교내 상담센터에서 관련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긴 하나 신청하는 학생 수도 적고, 사실 학교에서 그 학생들 모두를 감당하긴 쉽지 않다. 만약 본인이 위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면 상담을 받는 것을 권유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이 책으로 먼저 마음을 보듬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랑받을 권리》는 2010년 동일한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가 이번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재발간된 도서다. 꽤 시간차가 있음에도 재발간될 만한 가치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나는 단언코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우선 이 ‘해방의 심리학’이라는 심리학 프레임이 현대인들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이다. 평등함과 경쟁을 동시에 지향하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는 유치원에서부터 옳고 그름, 잘함과 못함을 배우고 각종 교육기관에서부터 회사에서까지 끊임없는 경쟁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가 한없이 작아짐을 경험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를 작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런 경험은 경쟁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인 것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빨리 극복해자신의 성공을 일궈내는냐다. 나 역시도 스스로가 너무 의미 없게 느껴지고, 주변 친구들이 앞서간다는 생각을 한 경험이 적지 않기에 많은 위로를 받으며 책을 읽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좋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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