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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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를 처음 본 순간, 사랑의 얼굴, 민낯을 다루는 책이길 바랐다. 달콤한 연애의 이야기만을 담은 에세이는 읽고 싶지 않았기에 다양한 얼굴, 그 중에서도 민낯까지를 다루는 책이길 바랐다. 한혜진과 주우재의 추천사로 그 착각을 접고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한혜진은 이 책을 '어른들의 동화'라고 표현했는데, 좋은 비유라 생각했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엿볼 수 있는 남의 사랑 이야기는 마냥 동화 같긴 하지만, 또 동화가 아니기에 더 매력적이다.

고민정 작가는 <연애의 참견>을 기획, 제작한 작가다. <연애의 참견>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해당 프로그램에 보내지는 많은 사연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랑이 옳은지 모르겠다는 식의 사연을 보낸다. 패널들은 어떤 사연에는 안타까움을 표했고, 어떤 때는 사연의 주인공에 부러움을 표하거나, 또 어떤 때에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기도 한다. 그들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사랑은 아주 많은 얼굴들을 가지고 있고, 그 얼굴은 항상 웃고 있지 않다. 고민정 작가는 이 점에 주목해 달달한 사랑 이야기 뿐 아니라 이별, 다툼, 결혼 등 다양한 이야기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한 책으로 엮었다.

나와 비슷하거나 아주 다른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아낸 것을 보며 처음엔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이 문장들에 오글거린다는 수식어보다는 공감이라는 감정을 덧붙일 것 같다. 저녁에 자기 전 침대에 엎드려 한두 페이지씩 곱씹으며 읽기 좋은 에세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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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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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편한 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끊으면 얼마나 좋은지에 관한 에세이와 자기계발서가 인기다. 나 또한 그런 책들을 적지 않게 읽었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조금 달랐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의 저자 박상미작가는 성장론적 관점에서 관계에 접근한다. 그녀는 끊으면 좋은 관계도 있지만, (특히 코로나19 현 시기에) 소홀해진 관계를 개선시킬 줄도 알아야 관계의 성장을, 즉 관계를 다루는 우리 스스로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책을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에 내가 먼저 연락을 끊은 사람들과 현재 연락을 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와 반대로 예전에 소홀했지만 현재 아주 친해진 사람들을 떠올렸다. 나는 어떤 이들과는 연락을 끊으며,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는 다시 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연락을 끊는 것이 훨씬 쉬웠다. 코로나19로 직접 만나기도 어려울 뿐더러 카톡만 안 하면 저절로 잊혀지는 게 요즘 관계의 단면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너진 관계를 다시 쌓는 것은 너무 어렵다. 상대와 나 사이에 곪을 대로 곪은 응어리를 풀어야만 그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 관계를 개선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의 경우 상대가 내게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며 나의 태도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 가끔 다시 생각나는 인연에 대해서도 다시 친해지기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개선을 미뤄온 것이 조금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책을 다 읽은 현재, 당장 옛 친구에게 관계를 회복하자고 문자를 보내진 못하겠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준비가 더 되었을 때 연락을 한 번 해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슴 속에 품게 되었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는 여러 사례를 제시하고 해당 상황에 대한 조언을 해주거나, 혹은 책에서 배운 공감하기, 질문하기 등을 활용해 빈칸을 채워보거나, 또 내가 듣기 싫었던 말을 듣고 싶은 말로 전환해보는 등 책보다도 심리치료에 가깝게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치료를 받는, 스스로의 성장을 도모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관계에 있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이 책을 통해 조금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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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나이트메어 : 유령들의 세계를 탐구해요 아트사이언스
카르노브스키 그림, 루시 브라운리지 글, 강준오 옮김 / 보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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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나이트메어>는 각 페이지가 세 가지의 다른 풍경을 품고 있는 그림책이다. 렌즈 없이 책을 보면 알록달록, 각양각색의 그림들이 뒤섞인 모습이지만, 책을 열면 가장 먼저 나오는 3색 렌즈로 책을 비추면 각기 다른 그림들이 나타난다.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살짝씩 무슨 그림이 있는지 눈에 보이길래 렌즈로 봐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렌즈로 비춰서 보니 내 예상과는 너무 다른 그림들로 가득해서 '와!' 소리가 절로 났다.

각 렌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초록색 렌즈를 통해 보면 런던 탑과 같은 유명한 건물들이, 빨간색 렌즈로 보면 인간의 역사가, 파란색 렌즈로 보면 유령들이 보인다. 위 사진은 브란 성 내부를 그려놓은 것인데, 파란색 렌즈로 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유령, 괴물들이 보인다. 반면 초록색 렌즈로 보면 웅장한 건물 내부가 눈에 띄고, 빨간색 렌즈로 보면 드라큘라 소설을 읽고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띈다. 각 그림 뒤에는 '사례집'이라는 이름으로 각 렌즈를 통해 보이는 형체들에 대한 해설이 덧붙여져 있다.

간단한 셀로판지 안경 정도의 수준을 기대했던 내게 이 책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런 디자인, 일러스트로 그림책을 내는 것 자체가 신기했는데, 더군다가 그 그림들에 스토리까지 담겨 있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내가 아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같은 사물들을 찾는 재미와 기존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물, 사람, 유령 등을 렌즈를 통해 새로이 발견하는 재미가 더해져 꽤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런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그림책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나같은 어른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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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와 손잡고 웅진 모두의 그림책 33
전미화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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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귀여운 개나리색 원피스를 입은 어린이가 오빠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표지의 <오빠와 손잡고>, 행복해 보이는 어린이의 미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개나리색 원피스를 좋아하고, 식탁에 올라온 고등어색 반찬에 행복해하고, 또 길가의 꽃들에게도 인사하는 이 어린이의 든든한 버팀목은 오빠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부모님 대신 오빠는 자연스레 동생의 보호자가 되었어요.

오빠 또한 열 살 남짓한 어린이지만, 동생에겐 힘이 센 영웅과도 같습니다. 힘들 때는 업어주고, 밥도 챙겨주는 오빠는 동생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지요. 학교를 가지 않냐는 동생의 질문에 오빠는 "난 학교 가기 싫어. 빨리 어른이 될 거야."라고 말합니다. 보통은 가족과 있고 싶어서, 놀고 싶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텐데 조금 의아한 대답입니다.

그리고 동화책은 앞선 그림들과 사뭇 다른, 거칠고 어두운 선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뉴스에도 많이 나오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그 장면이 선들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무서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는 동생과 오빠. 어떤 장면인지 그려지시나요?

결국 더 높은 달동네 집으로 이사가는 장면을 끝으로 동화책은 마무리됩니다. 전미화 작가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의 동네 철거장면에서 이 그림책이 시작되었다고 밝혔는데요. 모든 것이 마냥 즐겁고 엄마도, 아빠도, 오빠도, 그리고 이 세상도 너무 좋은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가족의 삶은 독자인 우리에게 이유 모를 씁쓸함을 안겨줍니다. 얼른 어른이 되어서 가정에 보탬이 되고 싶은 열 살 남짓한 꼬마 오빠, 그리고 아침부터 밤까지 쉴새없이 일해도 어려워지는 형편에 한숨 쉬는 부모님의 모습은 안쓰럽게 느껴지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손을 잡고, 서로를 업고 있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서로 손을 잡고, 막내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이사를 가고, 오빠는 동생을 업어주고, 또 부모님이 아이들을 업어주는 모습에서 어려운 상황 속 그들이 서로를 버팀목 삼아 더 살아가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아마 이게 전미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힘듦 속에서도 살아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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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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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겨울과 올 여름 사서를 혼자 읽고 공부했는데, 당시엔 도서관에 꽂혀 있는 아무 해석본이나 집어 공부했고, 부족한 지식을 채우려 온라인 서당에 등록해 수업을 듣기도 했다. 나는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을 두었는데, 첫째는 내가 아는 중국어와 모르는 한자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 둘째는 그 너머의 뜻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전자는 꾸준히 하니 별 무리없이 되었지만, 뜻 파악은 해석을 읽어도 어려웠다. 내가 뜻을 파악하기 힘들었던 까닭은 간단했다. 해석본 조차 친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00년대 후반의 한자어로 가득한 해석본을 읽으며 한자를 한자로 이해하려 노력했고, 아직까지도 그때 내가 이해한 바가 옳은지는 잘 모른다. 그러던 중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논어>를 접하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내가 이해한 바를 점검해볼 수 있었다.

내가 가장 처음 받은 인상은 의역이 많다는 것이었다. 사람에 따라 이걸 장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단점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직역과 한자어로 어색한 해석본만 봐온 나에게 의역이란 이 책이 가진 엄청난 장점이었다. 게다가 해설 또한 한자 하나하나를 먼저 설명한 뒤 구절의 배경이나 뒷이야기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어 이해하기가 한층 쉬웠다.


위 사진들 중 위 사진은 현대지성의 <논어>고 아래는 내가 공부할 때 사용한 책을 뺏겨 쓰고 공부한 내용이다. 1.11 구절을 직역해서 뜻을 찾으려 한다면 오른쪽 사진, 즉 ‘돌아가신 3년간 아버지의 도를 고치지 않아야 효라고 부를 수 있다’가 더 정확하겠지만, 나는 이 구절을 보고 ‘도를 고치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하고 한참을 고민했었다. 반면 현대지성에서는 ‘3년 상을 잘 준수하는 것’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논어의 내용을 훑고 크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현대지성의 <논어>가 적절하다고 본다.

마지막엔 해제도 수록되어 있다. 해제에선 단순히 공자의 삶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유가의 핵심사상인 예치와 덕치, 인치, 교육자로서의 공자, 사상가로서의 공자, 공자를 중심으로 본 동양 사상 등 다양한 방면의 글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문장별로 무슨 뜻인지 오래 고민하기 보다는 교양 정도의 수준으로, 해설 위주로 읽어나가며 <논어>의 주된 내용을 파악하기 좋은 책이다. 나는 혼자 한 구절 한 구절을 공부한 뒤 이 책으로 한 번 더 읽어서 그런지 학습효과가 훨씬 좋았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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