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남긴 증오>는 흑인 소녀인 ‘스타’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스타는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갱단에 몸을 들인 가족이 있고, 그녀의 안위와 학업 등을 걱정한 부모님에 의해 백인 학교에 다니게 된 아이다. 스타는 어린 시절 친구인 나타샤를, 그리고 오랜 친구인 칼릴을 잃었다.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처음엔 이것이 얼마나 부당한지 몰랐다. 하지만 나타샤의 죽음은 그녀에게 충격과 동시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칼릴의 죽음은 그녀의 마음에 작은 불씨가 되었으며, 칼릴의 억울함을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수많은 차별에 맞서는 하나의 불꽃이 되었다.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간 400쪽 조금 넘는 이 소설은 읽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스타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던 헤일리가 ‘프라이드 치킨’과 관련된 이야길 한 것이었다. 농구 시합을 하던 중 헤일리는 스타에게 공을 잘 잡으라는 뜻으로 “공을 프라이드 치킨이라고 생각해.”라고 소리친다. 과거 노예제가 존재하던 시기 흑인 노예들에겐 주인이 먹다 남긴 프라이드 치킨이 소중한 식량이 되었는데, 노예제 폐지 이후 백인이 흑인에게 프라이드 치킨을 언급하는 것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되었다. 그런데 헤일리는 자신의 유일한 흑인 친구인 스타에게 그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으면서 되려 어떻게 친구를 인종차별주의자로 여기냐며 화를 낸다. 머리가 띵했다. 자신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명성부터 챙기는 헤일리의 모습에 화가 났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할 수 있지만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이 드러나는, 혹은 차별을 암시할 수 있는 부분은 소설 전반에서 종종 드러난다. 스타의 아버지는 스타에게 경찰을 만나면 일단 경찰 말을 듣고 보라는 말을 한다. 이는 대부분의 백인 경찰이 흑인에게 친절하지 않음을 아는 이의 조언이다. 그리고 스타의 흑인 친구들은 스타의 학교에 다니는 백인 아이들을 ‘테일러 스위프트나 듣는’ ‘고상한’ 백인들이라 표현한다. 흑인의 입장에서 백인을 비꼰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살면서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차별적 발언들을 소설 여기저기에 배치했다. 누군가에겐 그냥 하하호호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말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흑인과 백인의 집단 각각에 속한 스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순간, 그 어디도 평등한 곳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나온 뒤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었을까? 책을 덮은 뒤 인터넷에 ‘흑인 백인’이라고 검색한 나는 놀라운 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장 먼저 뜬 뉴스 기사는 ‘흑인 경찰을 살해한 백인 부자 기소 검토’라는 제목을 하고 있었다. 조깅하던 흑인 청년을 ‘흑인이 싫어서’라는 이유로 살해한 증오 범죄였다. 그런데 바로 어제도, 그저께도, 저번주에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각자가 수많은 독창적인 특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내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차이점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눈에 띄는 것만 찾아도 50가지는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리고 아직까지도 피부색과 같은 한 가지의 특성만을 가지고 특정 무리를 괴롭힌다. 내가 본 수많은 뉴스 기사, 유럽여행 중 흔하게 겪는 캣콜링, 그리고 다른 나라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들 모두 차별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하나씩 바꿔가야 한다. 어쩌면 지금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도 또다른 칼릴이 어떤 이유로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 덕에 차별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이 우리에게 불씨가 되길 바랐고, 나는 그 불씨가 활활 타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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