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관찰의 기술 - 몸의 신호로 상대를 꿰뚫어 보는 실전 매뉴얼
조 내버로 지음, 김수민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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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이버웹툰 중 <친애하는 x에게>라는 웹툰을 가장 좋아한다. 그 웹툰의 주인공은 백아진이라는 여성인데, 그녀는 어릴 적 가정환경으로 인해 소시오패스가 되었다. 즉, 아진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타인을 이용하는 것에 어떠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고, 모든 감정과 행동을 자신의 계산 아래 조절한다. 작중 아진은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과 같은 제목의 책들을 읽으며 남들의 행동과 감정을 읽고, 자신의 다음 언행을 결정한다. 무섭도록 치밀한 그녀의 계산을 보며 문득 궁금해졌다. 정말 학습을 통해 상대의 언행에서 의도를 읽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읽어낸 의도를 바탕으로 내가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을지 말이다.

책은 눈, 코, 입, 귀 등으로 사람의 신체 부위에 따라 보일 수 있는 비언어들을 분류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처음엔 내가 자주 하는 행동들을 위주로 읽었다. 혀로 치아를 훑거나 관자놀이를 누르거나, 손가락으로 뼈소리를 내는 등의 행동은 모두 안정감을 위한 행동이라 한다. 쉽게 수긍했다. 다음으로는 내 주변인들이 많이 보이는 행동들에 대해 읽고 그들에게 말해주었는데, 대부분 또 동의했다. 물론 모든 행동에 대한 설명에 동의할 수는 없다. 저자가 충분히 주의했듯 문화권에 따라, 사람에 따라 그 의도가 다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친구들과 읽으며 ‘아 그래서 네가 그랬구나’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처음에 가졌던 ‘학습을 통해 상대의 언행에서 의도를 읽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이다. 저자처럼 17살부터 비언어에 대한 관심을 일찍이 가지고 그를 직업으로까지 발전시킨 경우에는 내가 보는 웹툰의 아진처럼, 혹은 그녀 이상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런 그의 견해에 빚진 이 책을 읽은 독자의 경우엔 아주 눈에 띄는 비언어를 해석할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은 후 바로 고개를 돌리면 관찰할 수 있는 행동에 관한 이야기라 더 흥미롭기도 했다. 저자는 비언어를 잘 포착하면 인간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그냥 이 책을 바탕으로 여러 행동들을 관찰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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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다정하고 강한 여자들의 인생 근력 레이스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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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글이 흘러가는 방식, 삽화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근육 튼튼 할머니'가 되는 것이 목표인 이정연 작가는 자신의 운동 기록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다이어트 복싱 5일, 수영 1개월, 실내 암벽 타기 3회, 사핑 4회, ..., 요가 2주, 홈트레이닝 수차례, PT 2개월 반, 야외 달리기 2개월을 걸쳐 근력 운동 지도자 자격증 취득을 앞둔 아주 최근까지의 '운동 역사'를 보며 나를 비롯한 많은 내 친구들을 떠올렸다. 바로 옆 사람의 이야기 같아서, 같은 세상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 같아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코로나19 때문에 운동을 하고 싶어도 운동시설에 가기 꺼려져 홈트레이닝만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중간중간 잘 정리된 운동법이나 운동 기구 사용법에도 눈이 갔다.  

이정연 작가는 두 차례 숫자 집착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다. 첫 번째는 몸무게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은 내리치는 세상에서 진정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한 선택이었다. 사실 이까지는 내 주변에서도 종종 목격한 선택이라 큰 감흥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근력 운동을 제대로 시작한 뒤의 노력이 정말 멋있었다. 근력 운동을 한다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데드 몇이나 물어요?"라고 묻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 '몇'이라는 숫자를 어떻게든 높이려 하다 부상을 당할 뻔 하고, 이것 또한 집착이란 것을 깨닫고 그저 열심히 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정말 스스로를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구나 싶어 책을 읽으며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고3 수험생활을 끝내고 헬스장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심하게 내 인바디를 본 트레이너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이상적인 근육과 체지방 비율을 알려주며 이런이런 운동을 하면 살을 뺄 수 있을 것이라 말해주었다. 내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헬스장에 등록했을 것이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결론적으로 그의 추측은 맞았지만, 그 기억은 왜인지 모르게 불쾌하게 남아있다. 그 때보다는 균형 잡힌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나는 복부 근육량을 더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하지만 만약 헬스장에 간다면 높은 확률로 그 불쾌한 경험을 다시 하게 될 것 같다. 저자가 바라는, 그리고 내가 바라는, 자신이 원하는 몸을 위해 운동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면 좋겠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는 페미니즘 책이 아닐까 싶어 약간 꺼려졌다. 페미니즘은 중요한 학문이자 사상이지만 과격한 논리로 가득한 책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항상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 책은 페미니즘보다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에 가까웠다. 우리 이모 또래의 사람이 어떻게 근력 운동에 빠지게 되었고, 어떤 시행 착오를 겪었으며, 지금은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 시시콜콜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아주 친근해서 달가운 이야기들이어서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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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² -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의 일생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희봉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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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화생지 모두 배워본 적이 없는 문과다. 중학교에서 조금 배우긴 했지만, 당시 배운 지식들은 이미 기억에서 없고, 외고를 나온 나는 1학년 때 ‘통합과학’이라는 이름의 아주 쉬운 과학 내용만 배우고 2학년 때부터는 과학의 ‘ㄱ’자도 배우지 않았다. 배워보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 때문일까, 항상 물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담고 살았다. 대학에 와보니 물리 수업을 듣기엔 알고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수업 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성인이 되어 물리 학원에 등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E=mc^2이라는 방정식의 이름과 똑같은 이 책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과학 이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명성을 믿고 이 책을 선택했다.

저자는 하나의 의문에서 시작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E=mc^2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왜 중요한지, 무슨 뜻인지, 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그에 반해 이 방정식에 대한 설명은 어려운 수식이나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에 주목해 E=mc^2의 전기를 조상, 유년기, 성년기, 그리고 영원한 삶으로 나누어 방정식 하나를 250쪽에 걸쳐 설명한다. 이 방정식의 조상인 E, m, c, 등호, 제곱부터 작은 소단원 하나씩을 할애해 설명하고, 이후에 전쟁에 사용된 폭탄과 블랙홀 관련된 응용 분야까지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이해하기 쉽게 다룬다. 쉽게 설명되어 있다고 해도 그 주제 자체가 까다로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김이 느리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알찬 페이지 넘김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아주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정말로 어려운 수식이나 피겨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학과학 분야 책을 읽으려고 하면 대부분이 많은 수식과 화학식,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을 동반한다. 그런데 이 책은 약 250쪽의 본문 중 단 한 페이지도 수식을 포함하지 않는다. 간혹 러더퍼드의 리튬 원자 구조처럼 이해를 돕기 위해 필연적인 그림이 등장하긴 하나, 굳이 보지 않아도 상관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그런 그림보다는 아인슈타인의 사진이나 다른 과학자들의 사진이 더 많이 등장해서 정말 재미있는 위인전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문과생인 나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아마 고등학교 물리1, 2를 배우기 전인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들도 끈기있게 읽는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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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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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간 전부터 기대했다.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은, 이은정, 정지우, 이 일곱 작가 중 반 이상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터였고, 잘 모르는 작가들도 이번 출간 소식을 일찍이 접한 터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에세이 연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학기 중이어서 너무 바빴고, 또 매주 짧은 글을 읽는 것보단 단숨에 많은 흐름을 타는 것을 선호하는 터라 이 책의 출간이 꽤나 반갑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며 반 이상을 읽었고, 또 그 날 밤 집에 와서 침대에서 뒹굴대며 남은 반을 읽었다. 그리고 그 뒤에도 마음에 드는 글을 몇 번 찾아 읽었다.

책은 총 63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아홉 개의 주제 아래 7명의 작가는 각자의 색채를 담은 짧은 에세이를 종이에 담았다. 고양이, 작가, 친구, 방, 뿌팟퐁커리, 비, 결혼, 커피, 쓸데없는, 각각의 주제를 각자들 한 명씩 돌아가며 정했다고 한다. 작가가 7명이나 되다 보니 어쩌다 보면 글의 흐름이나 세부 주제가 조금 겹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읽다 보니 작가들 각자의 온도, 습도, 높이의 차이가 확연히 보였다. 비슷한 느낌의 글도 물론 있었지만,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확연히 그 작가만의 색이 보였다. 워낙 다양한 글이 담긴 책이라 전체를 담아내는 리뷰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각 작가별로 가장 좋았던 에세이를 하나씩 뽑았다. 우연찮게도 다 다른 주제에서 뽑혀서 신기한데, 이것도 각 작가가 담아내는 방식이나 느낌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김혼비 작가의 글은 매력적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흡인력이 대단하다. 한참 고민하다 김혼비 작가의 글 중에는 <잠자는 동안 고양이는>이라는 글을 최고로 꼽았다. 주변에서 김혼비 작가의 팬은 많이 봤지만 나는 그녀의 글을 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인데, 그래서인지 처음 읽은 <잠자는 동안 고양이는>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따. 가장 무서운 고양이에 대한 글이지만 결국은 그녀의 ‘묘’한 잠과 그녀가 만난 ‘어른’에 대한 글이라는 이중적인 사실이, 그리고 그 과정 속 눈에 띄는 그녀의 문장들이 정말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 했다.

문보영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그녀가 계속 사용하는 ‘뇌이쉬르마른’이라는 이름이 처음엔 이상하게 느껴지다가 점점 그에 몰입하며 읽게 되었다. 낯설었던 그녀의 글이 이 책 한 권을 통해 친근한 글이 되었다. <슬픈 사기꾼>이라는 글이, 이 책을 통틀어 그녀의 작품으로 가장 기억에 크게 남는다. 뇌이쉬르마른은 그녀를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그녀를 이용하는 자였던 ‘피 흘리는 마음’과 우연히 ‘피 흘리는 마음’을 따라 가 만난 ‘벗’. 처음엔 어린 아이가 오십 대의 보모에게 너무 의지한 나머지 친구라 여기는 상황에 집중했다가, 마지막에 동년배의 ‘벗’이 실제로 등장하며 생기는 그 괴리가 내겐 다소 충격적이었다.

정지우 작가의 <방에 있는>은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하며 읽은 글이다. 그가 글에 쓴 것처럼 나 또한 집단생활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좋았던 순간, 그리운 순간을 떠올리면 항상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 ‘방’이라는 주제 아래 정지우 작가는 희망하는 방, 원하는 방의 상태에 대해 서술한다. 여동생과 함께 있었던 방에서 시작해 나에겐 항상 선만을 베푸는, 나에게 따스한 ‘내 편’과 함께 있는 방에 대한 희망을 담은 글이 마치 나의 마음 같아서 따스하게 느껴졌다. 부디 비슷한 감정을 느낀 사람들 모두 원하는 방에서 살게 되길. 


남궁인 작가는 그의 유쾌함으로 익히 들었다. 책의 초반에서도 짧은 작가의 말로 그의 특이한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정한 뿌팟퐁커리와 그 주제 아래 쓴 그의 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단순한 경험담일 뿐인데도 굉장하고 엄청나게 느껴졌다. 다른 작가들은 뿌팟퐁커리라는 주제 아래 에세이를 쓰던 중 종종 이 주제를 고른 남궁인 작가에 대해 짧게 언급하곤 하는데, 남궁인 작가는 오로지 <나의 진정한 친구 뿌팟퐁 그는 누구인가>에 초점을 두고 그의 본과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의 에세이가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남아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김민섭 작가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알게 된 작가인데, 에세이를 이렇게나 잘 쓸지 몰랐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 통틀어 김민섭 작가의 글이 가장 좋았다. 읽다보면 작가를 신경쓰지 않고 줄줄 읽게 되는데, ‘아 좋다’ 싶으면 대부분 김민섭 작가였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지만, 적어도 내겐 그랬다.) 내겐 <너와 같이 우산이 쓰고 싶었어>가 참 아련해서 좋았다. 작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비가 부의 상징일 수도, 혹은 ‘너와 함께라면 함께 우산을 쓰고 비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도 있어!’와 같은 달달한 배경이 될 수도 있음을 한 에세이를 통해 표현한 것이 내겐 신기하면서도 감탄스러워 몇 번을 다시 읽었다. 다음에 또 그의 에세이를 읽을 수 있다면 기꺼이 책을 사 읽을 것 같다.

이은정 작가의 <마실 수 없는 커피>는 그녀의 언니에서 더 넓은 삶으로 뻗어가는이야기다. 항상 비싼 커피를 들이키던 언니가 더이상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되고, 당신의 어머니께선 비싼 커피를 사마시라며 돈을 쥐어주시는 모습을 아침에 커피를 들이키는 저자의 모습이 뒤따른다. 결국 커피 한 잔을 들이키는 것은 그 날을 버티기 위한 것이 아닌지, 커피 한 잔을 마심으로써 감내할 수 있는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저자의 물음에 나 또한 습관적으로 들이키던 커피잔들을 돌이켜 생각해보게 된다. 커피 한 잔, 하루의 무게, 오늘도 버텨보자, 이런 단어들의 나열이 참 애틋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오은 작가의 <난데없이 쓸데없이>다. 사실 쓸데없는 것에 대한 글들은 작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많이 겹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짙게 들었는데, 오은 작가의 난데없음과 쓸데없음에 대한 글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시인으로서 받은 여러 질문들에 대한 답으로 결국 삶의 중요한 지점에는 난데없음과 쓸데없음이 있었다고 쓰는 그의 문장이 어쩐지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다른 글들보다 조금 짧은 편인데도, 더 강한 임팩트를 가진 글이었다. 난데없음, 쓸데없음, 나 또한 항상 생각해볼 조합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일곱 편의 글을 꼽았지만, 63편의 글들에 비하면 정말 부족한 리뷰다. 나와 취향이 다른 사람이라면 내가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글에서도 매력을 느낄 것이고, 누군가의 팬이라면 이 책을 통해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9편이나 읽을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나는 일곱 작가들과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새 작가의 글을 만나는 느낌이기도 했고, 또 기대하지 못했던 주제에서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하는 소중한 ‘발굴’과도 같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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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쾌변 -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박준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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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간략한 책 소개처럼 보이는 이 한 문장과 표지는 많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생계형 변호사’는 무엇일까? 왜 ‘활극’일까? 서초동 법원을 드나드는 변호사에게서 정말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삽화 속 저자는 플런저(뚫어뻥으로 알려져있는 압축기)를 머리에 대고 있을까? 처음 글 소개와 표지를 봤을 때 이런 질문들을 떠올리곤, ‘와 재밌겠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표지만 보고 떠올린 저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답만 찾아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일 것 같았고, 특히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라는 소개가 그 기대를 복돋았다. 브런치북 공모전은, 내가 알기론, 매년 브런치에 작가들이 글을 올리고, 그 중 좋은 글들과 그 글을 출판할 출판사가 연결되는 행사다. 일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하완, 웅진지식하우스)도 브런치북 공모전 수상작이라 알고 있다.

‘변호사’라고 하면 어쩐지 멋진 이미지와 안쓰러운 이미지가 공존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양복 입고 당당하게 변론하는 모습은 참 멋지다. 그런데 인스타툰이나 몇몇 에세이에서 보이는 변호사의 모습은 서류들에 둘러쌓여 한나절 보내다, 또 사건 관련해서 남은 하루를 모두 시달리는 경우가 대다수라 불쌍해보이기까지 한다. <오늘도 쾌변>의 저자는 후자에 가깝다. 특히 그가 이 책을 통해 풀어간 이야기들은 더 그렇다. 이 책은 변호사가 법원에서 얼마나 멋있게 변호하는가에는 초점이 없다. 정말 ‘생계형’ 변호사로서, 즉 누구나 살아갈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일을 하듯, 변호사라는 직업을 그 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간다.

변호사는 바쁘다. 정해진 출근시간이 없다는 언급이 몇 번 나오지만, 그 말은 정해진 퇴근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느지막하게 출근했더니 기다리는 권여사의 하소연에 저자의 정신은 아득해진다. 선임비를 지불한 고객의 편에 서겠다는 신념이 무색해지게 변호사에게까지도 거짓만을 말하는 의뢰인도 있었다. 요즘 로스쿨 열풍이 불며 자연스레 법조인이 되어 더 편하게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공부를 더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결국 사람 일하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게 힘들고, 서초동에서 일하는 변호사라고 그렇게 상황이 낫지도 않고, 나 또한 이렇게 살고 있으니 생계형 ㅇㅇㅇ로 살아가는 당신들 모두 힘내라는, 저자의 유쾌한 위로로 나는 받아들였다.

책을 다 읽고 책의 뒷표지를 보았는데, 내가 현재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는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의 저자 중 한 명이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유명한 김민섭 작가의 추천사가 보였다.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듯한 추천사다. 정말, ‘변호사가 이렇게 글까지 잘 쓰면 어떡해!’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작가도 그렇게 느끼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을 통해 엄청난 깨달음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저자 또한 그것을 기대하고 쓴 글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이런 형태의 삶도 있구나, 나와 같은 세계에 이렇게 하루를 견뎌내는 사람도 있구나, 그리고 나만 힘든 것은 아니구나 등 동병상련의 감정에서 비롯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언제였을까, 어떤 글에서 그 어떤 위로보다 함께한다는 감정이 더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그 말을 책을 읽는 내내 떠올렸다. 책 읽는 내내 고달프지만 살아가는 생계형 변호사가 우리와 함께 살아감을 느끼며 어떤 때는 웃고, 어떤 때에는 위로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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