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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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계곡 (스콧 알렉산더 하워드 作, 김보람 譯, 다산책방, 원제 : The Other Valley)”을 읽었습니다. 이 소설은 작가의 데뷔작으로 독특한 시간 여행 (혹은 시간 이동) 설정을 통해 인간의 선택과 운명의 무게에 대한, 그리고 예정된 운명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동쪽으로 20년 후의 미래, 서쪽으로 20년 전의 과거가 존재하는 특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합니다. 각 계곡은 철책으로 단절되어 있으며, 오직 사별과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자문관의 허가를 받아 다른 시간대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SF적 장치를 넘어, 인간의 선택과 그 결과, 운명과 자유의지라는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토대가 됩니다.


주인공은 자문관이 되기 위한 선발 과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미래에서 온 방문객이 친구의 부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는 곧 친구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부터 오딜은 시간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와 사랑하는 이를 구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작품의 탁월한 점은 기존 시간 여행 소설들과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설정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 여행 SF가 과거나 미래로의 자유로운 이동을 다룬다면, 이 작품은 20년이라는 고정된 간격으로만 이동 가능한 제한적 시간 여행을 제시합니다. 또한 시간 여행이 개인의 의지가 아닌 사회 시스템에 의해 통제된다는 설정은 매우 참신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 질서라는 대립적 가치의 충돌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과거에 대한 개입이 현재를 '파도처럼' 덮쳐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는 설정은, 기존 시간 여행 서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나비효과'나 '타임패러독스'와는 다른 관점에서의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이는 시간 여행, 시간 이동이라는 SF적 소재를 더욱 사변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운명을 바꾸려는 시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실과 애도,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과 그 결과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개인의 선택이 갖는 의미를 섬세하게 포착해냅니다.



이 작품 “시간의 계곡”은 장르적 장치를 통해 운명과 자유의지, 상실과 애도, 시간과 기억, 선택에 뒤따르는 책임과 성장 등을 담아낸 뛰어난 작품입니다. 시간과 운명, 선택과 책임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기존 시간 여행 서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문학성과 서사성의 균형을 완벽하게 이루어낸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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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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