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의 뒷면을 걷다 ㅣ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3
전혜진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10월
평점 :
“달의 뒷면을 걷다 (전혜진 作, 폴라북스)”를 읽었습니다.
이 작품은 폴라북스에서 기획한 '순정만화xSF소설' 컬래버레이션 시리즈의 세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입니다. SF 순정만화 원전의 세계관을 가져와 각 작가들이 오마주한 작품을 보여주는 이번 기획은 정말 색다르면서도 의미 있는 컬래버레이션입니다.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는 한국 SF계에 많은 작가들이 여성인 것은 우연이 아닌 듯 보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혜진 작가는 그 공헌의 상당 부분을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SF 순정만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전혜진 작가는 “순정만화에서 SF의 계보를 찾다”라는 리뷰집을 출간한 적도 있죠.
이 컬래버레이션은 지금 현재 한국 SF의 뿌리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1990년대에 대한 위대한 헌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은 권교정 작가의 미완성 SF 순정만화인 “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입니다. 달에서 태어난 '월인' 소녀 디오티마 우코. 표준중력의 1/6밖에 되지 않는 달이라는 공간에서 태어났기에 지구로 갈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채 폐쇄적 공간에서 필멸의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자신과 뒤따라올 이들을 위해 한 걸음을 내딛을 줄 아는 위대함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디오의 인물상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삶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제한된 환경과 정해진 운명 속에서도, 우리는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진정한 진화는 거창한 수식어가 아닌, 막연함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내딛는 첫 걸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작품은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선택과 행동이,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는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소멸을 향해 가는 운명 속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고립된 공간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인류의 진보가 거대한 도약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타인이 정의한 한계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진보만이 아닌,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단순한 교훈이나 관념적 논리를 넘어,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도전의 용기를 전해줍니다. 작가는 SF라는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섬세하게 비추어내고, 미래를 향한 희망적 시선을 제시합니다.
'달의 뒷면을 걷다'는 SF와 순정만화의 성공적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우리 시대의 중요한 질문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우주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자,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원작의 오마주로서, 그리고 독자적인 작품으로서 모두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달의뒷면을걷다 #전혜진 #폴라북스 #현대문학 #순정만화 #제멋대로함선디오티마 #컬래버레이션 #SF순정만화 #리뷰어스클럽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