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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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에 소개되는 부자들의 자산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엘론 머스크의 순자산은 2,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베르나르 아르노는 1,900억 달러, 제프 베조스는 1,800억 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 상위 3명의 자산을 합치면 한국의 연간 예산(679조원)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극단적 부의 증가 속도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빈곤층이 1억 명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오히려 급증했습니다. 상위 1% 슈퍼 리치가 전 세계 부의 20~3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극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은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이런 부의 집중 현상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책이 있습니다. “부의 제한선 (잉그리드 로베인스 著, 김승진 譯, 세종서적, 원제 : Limitarianism: The Case Against Extreme Wealth )”입니다.




이 책은 네덜란드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잉그리드 로베인스가 제시하는 '부의 제한주의(Limitarianism)'에 대한 혁신적인 제안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왜 우리는 가난에만 주목하고, 부의 제한선은 이야기하지 않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극단적 부가 사회, 민주주의, 환경에 미치는 해악을 분석하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부의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제안이 단순한 부자 증세나 재분배를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극단적 부가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기후 정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그들의 자산이 더 나은 곳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가 부자들 자신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부의 제한선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정치적 제한선과 윤리적 제한선을 구분하여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극단적 부가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분석합니다. 극단적 부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빈곤층을 계속해서 빈곤에 묶어두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극단적 부의 대부분이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되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부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잠식하는지 분석합니다. 또한 슈퍼 리치들의 소비 패턴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다룹니다. 그리고 극단적 부의 축적이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논증하는 한 편 극단적 부의 재분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을 제시합니다. 


슈퍼리치는 일반적으로 자선사업을 많이 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선은 해답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자선사업의 한계를 지적하고 구조적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부의 제한이 궁극적으로는 부유층 자신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부의 제한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과 미래 전망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시민, 기업,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청사진을 그립니다.

이 책은 문제 제기에서 시작해 구체적 해결방안까지, 극단적 부의 문제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각 장은 독립적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으면서, 전체적으로는 부의 제한주의라는 하나의 큰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적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실천 방안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구조적 변화입니다. 정치적 제한선을 법제화하고, 조세 제도를 개혁하며, 상속세를 강화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극단적 부는 민주주의를 잠식한다'는 핵심 메시지와 연결됩니다.

둘째, 재정적 변화입니다. 부의 재분배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며, 공공재 투자를 확대해야 합니다. 이는 '자선이 아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통찰과 맞닿아 있습니다.

셋째, 윤리적 변화입니다. 윤리적 제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부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는 '부의 제한이 부자들에게도 이롭다'는 메시지를 실현하는 방안입니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극단적 부의 집중 현상이 가진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실적이면서도 진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의 현실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기업 형태의 추상적 부의 제한 방법, 정치권력과 결탁된 부유층의 저항 극복 방안 등 실질적인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저작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급격한 경제성장 이후 심각한 불평등 문제에 직면한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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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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