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 이성적인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것을 믿게 되는 이유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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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역사, 유사 과학, 그리고 정치와 둘러싼 각종 음모론들. 하루가 멀다 하고 SNS와 메신저를 통해 퍼지는 비이성적 이야기들. 언뜻 들으면 황당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이야기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믿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 무용론, COVID-19 음모론과 같이, 그 현상을 극단적으로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믿고 전파하는 사람들이 결코 무지하거나 비이성적인 사람들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지요.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댄 애리얼리가 그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미스빌리프 (댄 애리얼리 著, 이경식 譯, 청림출판, 원제 : Misbelief: What Makes Rational People Believe Irrational Things )”가 바로 그 책입니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무지하지도, 비이성적이지도 않은 이들, 심지어 교수, 의사, 변호사, 과학자와 같은 고학력 전문가들조차도 때로는 이런 비합리적인 믿음에 빠져드는 점에 주목합니다. 평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비합리적인 믿음에 빠져드는지, 그 심리적 메커니즘을 파헤칩니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더욱 정교해진 가짜뉴스의 확산, 팬데믹이 남긴 불신의 유산, 소셜미디어가 만드는 확증편향의 에코챔버 등 우리 시대의 특수한 맥락 속에서 이 현상을 살펴봅니다.


이 책은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합니다. 저자는 먼저 합리적인 사람이 비합리적인 것을 믿게 되는 과정을 탐구하며, 이를 '잘못된 믿음의 깔때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어서 고통과 스트레스가 어떻게 사람들을 극단적 사고로 이끄는지 살펴봅니다.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만든 붕괴 상황에서 사람들이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해 '악당'을 설정하는 심리적 과정을 분석합니다.

다음으로는 인지적 측면에서 우리가 어떻게 '믿고 싶은 진실'만을 추구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미 믿고 있는 것만 믿으려는 확증 편향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합니다.

개인의 성격적 특성도 중요한 요소로 다룹니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잘못된 믿음에 빠지기 쉬운 성격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것이 깔때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사회적 요소도 깊이 있게 다룹니다. 따돌림과 소속감이 잘못된 믿음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가속화되는지를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서로를 다시 신뢰할 여유'와 '서로를 신뢰하지 않아도 될 여유'라는 역설적인 제안을 통해, 우리가 왜 다시 서로를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갑니다.


저자는 복잡한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한하고 있는데, 바로 스트레스와 통제력 상실이라는 감정적 요소, 확증 편향이라는 인지적 요소, 개인의 성격적 특성, 그리고 소속감 추구라는 사회적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잘못된 믿음을 강화하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가 비난이나 조롱이 아닌 이해와 공감의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신이 음모론의 표적이 되었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잘못된 믿음에 빠진 사람들을 타자화하지 않고 그들의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또한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도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소셜미디어의 확산, 정보의 범람, 사회적 분열과 불신의 심화가 어떻게 잘못된 믿음의 확산을 가속화하는지 분석합니다. 더불어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한 개인의 판단 실수가 아닌 복합적인 사회현상임을 강조합니다.


저자의 접근이 다소 낙관적이라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한 의도적인 허위정보 생산과 확산, 정치적 조작의 문제 등 구조적 측면에 대한 분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왜 잘못된 믿음에 취약한지, 그리고 어떻게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감정-인지-성격-사회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잘못된 믿음의 형성 과정부터 그 해결책까지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감에 기반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분열된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이 문제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필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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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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