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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 역사의 대척점에 선 형제, 부여융과 부여풍
이도학 지음 / 주류성 / 2024년 8월
평점 :
"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이도학 著, 주류성)"은 한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자왕'이라고 대답할 질문에 대담하게 도전장을 내밉니다. 이 도발적인 제목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역사적 시각을 제시하겠다는 저자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이 책은 백제 의자왕의 두 아들, 부여융과 부여풍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7세기 동아시아의 복잡한 정치 상황과 국제 질서를 탐구합니다. 부여융은 당나라의 지지를 받으며 친당 정권을 이끌었고, 부여풍은 왜국의 지원을 받아 백제를 재건하려 했습니다. 저자는 이 두 왕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중심으로, 백제 멸망 이후의 복잡한 국제 정세와 이들 형제의 내면적 고뇌를 상세히 다룹니다.
이도학 교수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고, 백제의 진정한 마지막 왕이 의자왕이 아닐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칩니다. 이는 한국 고대사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도전적인 시도입니다. 저자는 새로운 사료와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기존의 역사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며, 백제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특히 백강 전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주목할 만합니다. 저자는 이 전투가 준비된 싸움이 아닌 우발적인 전투였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군량과 병력 수송선 간의 예기치 못한 조우로 시작된 이 전투에서, 당군은 군량선을 호위하는 수군이 탑승한 전함이 따라왔기에 필연적으로 우세할 수밖에 없었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중요한 지점으로, 백강 전투의 성격과 결과를 새롭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이 책은 백제 멸망 이후의 부흥 운동을 단순한 저항이 아닌, 국가 재건을 위한 노력으로 재평가합니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 의병 운동의 뿌리를 찾는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임존성을 의병 운동의 발상지로 주목하며, 이곳에 백제 의병들을 위한 사당을 건립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역사 연구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이도학 교수는 백제가 삼국 중 가장 융성했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릇된 역사의식으로 인해 약소국으로 오해받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역사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백제사에 대한 재평가는 한국 고대사 전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의 주장들 중 일부는 기존의 역사 해석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학계의 검증과 토론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부여풍을 백제의 마지막 왕으로 보는 견해나, 백강 전투의 성격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은 더 많은 실증적 증거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기록이 워낙 적은 백제사의 특성상, 이러한 증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는 한국 고대사, 특히 백제사 연구에 새로운 시각과 풍부한 통찰을 제공하는 귀중한 저작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며, 역사 연구의 끊임없는 진보와 재해석의 필요성을 일깨워줍니다.
더불어 이 책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현재의 국제 정세에 어떤 교훈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부여융과 부여풍 형제의 대립과 선택은 오늘날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국가의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다만, 저자의 새로운 해석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이를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토론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증거와 관점으로 재해석되어야 하는 살아있는 학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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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