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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캐럴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 / 윌북 / 2023년 10월
평점 :
작년 쯤이었나, 기초 교양 과학 서적 중에 대단히 낯선 이름의 책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지인 譯, 곰출판, 원제 : Why Fish Don't Exist: A Story of Loss, Love, and the Hidden Order of Life)”입니다.
한 과학자의 삶을 좇는 이 이야기에 한 켠에 있던 캐럴 계숙 윤이 쓴 책 ‘Naming Nature’가 저자인 룰루 밀러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계임에 틀림 없는 이름의 저작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는 번역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라 매우 궁금했지만 어느 덧 이름을 잊고 살아가던 중, “자연에 이름 붙이기 (캐럴 계숙 윤 著, 정지인 譯, 윌북, 원제 : Naming Nature: The Clash Between Instinct and Science)”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분류학이라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학문에 대한 교양과학서적입니다. 하지만 분류학 (taxonomy)이란 이름은 낯설지만 우리는 흔히 분류학을 접하고 살고 있습니다. 바로 무슨 종, 무슨 속하는 분류 체계가 바로 이 분류학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지요. 분류학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생물의 계통과 종속을 특정 기준에 따라 나누어 정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로 그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칼 폰 린네 (Carl von Linné, 1707~1778)을 만나게 됩니다.
저자는 과학이라는 도구가 생명의 세게를 분류하고 명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놀라움을 표현합니다. 이를 통해 생명을 분류하고 이름 붙이는 행위는 오히려 과학보다 포괄적이고 흥미로운 일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불완전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세상과 자연을 이해하는 유용한 도구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또한 과학이 보다 완벽해지려고 할 때 오히려 생명에 대한 이해를 훼손시킬 수도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학자들의 믿음, 즉 생명의 질서를 올바르게 밝혀낸다면 물고기, 즉 어류라는 분류군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을 들고 있습니다. 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이 향유해온 문화, 그리고 본능적 앎과 과학적 엄밀성 간에 존재하는 복잡성을 탐구합니다. 우리는 주변과 자연을 이해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고, 그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닙니다. 엄밀한 과학적 방법론은 이것을 해체하려 시도하면서 충돌이 발생합니다.
생물을 명명하고 분류하는 분류학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으로서의 본능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발전한 과학적 방법론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 의한 것임을 저자는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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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